재벌집 막내아들도 줄 서는 식당

 

을지로보석&압구정진주&남영동경주 대표 조서형, 1995년생

발품 팔아 얻은 전국 각지의 프리미엄 식재료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드는 오너 셰프.



대표님의 첫 번째 공간은 을지로보석이었죠? 오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친구들과 모여서 술도 마시고 작업도 할 아지트로 얻었던 공간이 지금의 을지로보석이에요. 제가 요리 대접하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한테도 요리를 자주 해줬거든요. 다들 “이렇게 음식을 잘하는데 식당을 왜 안 하냐”며 원성이 높았죠. 그 시기에 사주를 보러 갔는데 역술가가 ‘보석’을 가까이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냅다 ‘보석’이 들어간 식당을 오픈했어요.(웃음)


원래 요리를 했나요?

중학생 때부터 자격증과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요리 학원에 다녔어요. 주부님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공부했죠. 그렇게 한식·중식·일식 자격증을 다 따고 대학도 관련 학과로 가고 싶었는데 집안에서 지원해줄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 동안 전국에 있는 향토 음식 대회는 거의 다 나갔어요. 입상하면 상금을 50만원 정도씩 주거든요. 그걸 차곡차곡 모아서 대학교 입학금으로 냈어요. 3년 동안 딴 메달이 아마 50개는 될 거예요. 아직 집에 잘 보관하고 있죠.(웃음) 그때 워낙 이름을 날려서 조리학과나 호텔경영학과로 유명한 대학교들에서 러브 콜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무조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에 진학했죠. 대학생 때는 모 유명 셰프 사단에 문하생으로 들어갔는데 1년 동안 급여도 제대로 못 받고 너무 고생만 하다 나왔죠. 위계질서부터 얼차려까지 전쟁터가 따로 없었어요. 남초 사회라서 무시도 많이 받고요. 그래도 지금은 셰프라는 직업이 방송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근무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을지로보석을 오픈할 때 초기 자본금은 어느 정도 들었고, 어떻게 마련했나요?

제가 론칭했던 패션 브랜드 ‘라메이’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라메이는 21살 때 오픈한 도매 전문 의류 브랜드예요. 당시 동대문구에서 지원하는 패션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신청해 받은 900만원과 저축해두었던 돈 500만원 정도를 합쳐 가게를 얻었어요. 그 후로도 돈이 많이 들어 돈 되는 알바는 모두 했죠. 매일 2시간씩 자면서 라메이를 어느 정도 자리 잡아놓았을 때쯤 을지로보석을 오픈한 거예요. 가게를 얻고, 내부 공사까지 3000만원이 들었죠. 집기들은 대부분 그동안 모아두었던 것을 쓰고, 인테리어도 업자를 안 끼고 모두 직접 했죠.


첫 달 수익은 얼마였나요?

3개월 동안은 마이너스였어요. 계속 필요한 게 생기니까요. 혼자 모든 걸 해야 하니 예약도 8명 이상 받지 않았죠. 3개월 지나고 정산받은 첫 순수익은 2500만원 정도였어요. 을지로보석이 슬슬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는데 워크인으로만 올 수 있다 보니 골목에 웨이팅 줄이 엄청 늘어섰고, 동네에서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형태로 예약을 받기 시작했죠.



실제로 미식가들 사이에서만 소량으로 유통되는 고급 식재료를 받아다 쓰고 있어요. 메인 재료뿐만 아니라 소금, 고춧가루, 쌀, 기름 등 기본 재료도 엄선해서 쓰죠. 김치도 직접 담그고요. 그렇다 보니 회장님들뿐만 아니라 다녀가시는 손님들에게도 좋은 재료를 쓴다고 소문이 많이 났어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다녀간 이야기도 궁금해요.

저희 가게가 워낙 고급 제철 식재료를 쓰고 있기도 하고, 예약하기가 어렵다고 대기업 비서실 사이에서 소문이 났나 봐요. 정용진 부회장님 같은 경우 지인을 통해 오셨어요. 그때 같이 오신 분이 ‘삼원가든’ 대표님이셨는데 음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관 부서랑 연결해주셔서 ‘보리새우미나리전’ 간편식이 출시됐죠. 그 후로 GS에너지 허용수 대표도 다녀가셨고, 이곳 남영동경주를 오픈하기 전에 진행했던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에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대기업 회장님도 식사하러 오셨죠.


대중은 물론 대기업 총수들의 총애를 받는 비법이 대체 뭔가요?

음식과 재료에 진심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저희가 봄에는 당진에 있는 장고항에서 잡은 실치를 올려요. 아나고 새끼어인데 살이 부드러워 회로 먹으면 별미죠. 여름엔 기장과 제주도에서 보내온 우니를 올리고, 시중에 팔지 않는 5자 갈치를 보내주는 곳도 따로 확보하고 있죠. 이런 고급 식재료는 유통이 되지 않아 지역 맛집에 직접 찾아가 유통 경로를 수소문하고 다녀요. 실제로 소수의 미식가들 사이에서만 소량으로 유통되는 고급 식재료를 받아다 쓰고 있어요. 소금, 고춧가루, 쌀, 기름 등 기본 재료도 하나하나 엄선해서 쓰죠. 김치도 직접 담그고요. 그렇다 보니 대기업 회장님들뿐만 아니라 다녀가시는 손님들에게도 좋은 재료를 쓴다고 소문이 많이 났어요.


직원들에게 어떤 유형의 리더인가요?

‘금융 치료’ 확실히 해주는 리더?(웃음) 을지로보석 같은 경우 업계 평균보다 급여를 훨씬 많이 주거든요. 일이 힘들더라도 그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해줘요. 보너스는 물론이고 워라밸 보장, 포상 휴가까지 확실히 챙기죠. 2월 한 달 동안 을지로보석은 주 4일만 근무해요. 3주년 기념으로요.(웃음) 저도 법인을 냈으니까 급여를 월급처럼 받는데 저보다 훨씬 많이 받는 직원도 있죠. 그래서인지 그만두는 직원이 없어요. 다들 3~4년 근무는 기본이죠.



신만의 창업 노하우는 뭔가요?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잘 모르는데 트렌드를 좇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다면 오래가지 못해요. 을지로보석에서 한식과 와인을 주 메뉴로 선택한 이유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2가지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소주와 맥주도 함께 팔아야 하지 않겠냐며 만류하는 주변 사람이 많았고 실제로 다녀가시는 손님들도 음식은 너무 맛있는데, 제발 소주 좀 팔아달라고 하실 정도라 흔들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식과 와인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고집을 굽히지 않았죠. 결국 시장에서 잘 먹힌 것 같아 뿌듯해요.


을지로보석을 검색하면 이진규 대표님의 인터뷰가 뜨더라고요. 동업자 사이인가요?

사실 제 전 남자 친구예요.(웃음) 헤어지면서 회사를 나눴죠. 제가 을지로보석을 이진규 대표가 압구정진주를 가지고 갔죠. 그 후로 매체 인터뷰나 출연을 위한 역할 분담도 확실히 했어요. 요식업 전문지 인터뷰는 이진규 대표가, 방송과 패션 매거진 인터뷰는 제가 담당하기로 했죠. 지분을 깔끔하게 분할하고 역할 분담도 확실히 해 앞으로도 논란이나 분쟁은 없을 겁니다.(웃음)


을지로보석은 어떤 식당인가요?

오뎅 바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요 어묵 국물에 익힌 다양한 채소와 어묵 육수를 베이스로 ‘들기름낙지젓카펠리니’나 ‘보리새우미나리전’ 등의 한식 요리를 선보여요. 우리나라에서 어묵 국물은 포장마차에서 종이컵에 따라 마시는 게 다인데 늘 아쉽다고 느꼈어요. 일본 오뎅 바에 가면 어묵 육수로 부쳐주는 달걀말이나 오코노미야키를 팔거든요. 거기에서 착안한 콘셉트죠. 특히 ‘보리새우미나리전’은 인기가 많아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도 출시됐어요. 사실 맛도 친숙하고 조리법도 간단한데 구하기 어려운 제철 식재료나 생소한 나물들이 들어가다 보니 선뜻 주문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또 다른 시그너처 메뉴인 ‘보석김밥’은 GS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출시돼요. 동대문에서 라메이를 5년 동안 운영했더니 고객의 눈빛만 봐도 생각이 읽혀요.(웃음)



한국에서 1990년대생 여성 창업가로 사는 건 어떤가요?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과 마주칠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부딪침과 자기 PR의 연속인 것 같아요. 함께 창업을 했지만 저는 항상 누군가의 여자 친구로 불리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나이도 어려서 요식업 대표들의 모임에 참석하면 “심부름 왔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동업할 당시에도 워낙 관심이 이진규 대표에게 집중되다 보니 (이진규 대표가) 방송 출연 같은 경우는 전적으로 저에게 양보해주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마담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죠.(웃음) 그래서 여전히 자기 PR을 하는 데 힘써요. 소개팅 프로그램 <스킵>에 출연한 이유도 같은 이유예요.


동종 업계에서 감탄하게 되는 곳이 있나요?

남준영 셰프가 오픈한 가게들이요. 요즘 ‘인스타 맛집’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면 어설프게 흉내낸 공간이 많잖아요. 근데 ‘효뜨’나 ‘키보’ 등 남준영 셰프의 공간들은 모두 디테일이 대단해요. 가끔 ‘남준영 셰프는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한 군데는 ‘레스토랑 주은’이요. 2022년도에 먹어본 음식 중 제일 맛있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는 뭔가요?

나눠줘도 아깝지 않은 삶이요. 최근에 을지로보석 직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줬어요. 그중 오픈할 때부터 함께한 메인 셰프에게는 거금을 ‘플렉스’했죠. 사실 그 이상의 값어치를 만들어냈는데….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하더라고요. 1000만원이 아깝지 않았어요.

 

이곳 남영동경주는 어떤 식당인지 소개해주세요.

경주에서 신라시대 때 술 게임을 하던 주사위인 주령구가 엄청 많이 발굴됐대요.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저희도 가게에 주령구를 두고 굴려서 나오는 반찬 개수만큼 기본찬을 제공해드리는 콘셉트를 생각하며 식당 이름을 지었죠. 주령구는 제작을 맡긴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무척 두꺼운 나무로 제작하다 보니 아직 만드는 중이에요. 남영동경주는 구이 바를 표방한 레스토랑이에요. 메인 요리는 ‘가자미조림’이죠. 보통의 생선 조림은 생선 살이 양념장에 조려지는 형태지만 저희는 가자미를 기름에 한 번 튀겨내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숯불에 굽죠. 그럼 가자미가 안에 있는 기름을 모두 뿜어내고 숯불 향을 입은 바삭한 구이로 변해요. 그 후에 따로 양념에 조린 채소에 얹어 플레이팅해요. 조림과 구이, 튀김을 한 접시에 담아냈죠. 이걸 밥과 함께 드려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밥통에서 퍼서 드리는 게 아니라 매번 새로 지어서 드려요. 곁들일 음료로는 전통주로 만든 ‘미나리 하이볼’을 개발 중이에요. 인테리어는 한식 구이 바답게 동양적인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어요. 나무로 된 창살이나 원형 창틀 등. 처음에 인테리어 견적을 받아보니 최소 1억 5000만원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예산이 그리 많지 않아서 모두 셀프로 했죠. 바 테이블도 자세히 보면 마감이 미흡해요. 다 제가 직접 작업해서.(웃음) 나무 장인과 유리 장인을 직접 수소문해 찾아다니고, 바닥 방수 작업도 직접 하고, 벽지도 을지로에서 직접 골라 왔죠. 그렇게 두 달 동안 뛰어다닌 결과 8000만원으로 모두 해결했어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항상 지키는 2가지 루틴이 있어요. 이틀에 한 번씩 아침 8시에 식자재 장을 보는 것과 주말이면 무조건 여행을 가는 거예요. 지금 한창 영업 준비 중인데 식자재 발주가 아무것도 안 왔죠? 항상 직접 장을 봐요. 보통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고 계절이 바뀔 때는 제철 나물을 사러 경동시장에 가요. 그곳에 오래된 거래처가 있거든요. 주말에는 여행을 가야 하기 때문에 업무 연락은 일절 안 하죠. 강릉, 주문진, 대구, 태백 등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새롭고 신선한 식재료를 보는 것이 저에겐 힐링이에요. 그렇게 하다 보니 거래처가 전국구에 있어요. 최근에는 대구에 갔었는데, 가장 옷 장사를 잘하는 사장님한테 가서 대뜸 물었어요. 어디에 가야 제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냐고요. 그렇게 대창불고기와 육사시미 맛집을 찾아갔죠. 너무 맛있더라고요. 바로 식당 이모님께 식자재는 어디서 사냐고 물어봤어요. 그럼 또 대구 중앙시장에 어디 가게로 가보라고 흔쾌히 알려주세요. 그렇게 발품 팔아 찾아낸 맛집과 시장 정보가 정말 많아요.


창업을 한다면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잘 모르는데 트렌드를 좇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다면 오래가지 못해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뭔가요?

구글 맵이요! 한동안 해외에 못 나가서 로드뷰로 맛집을 찾았어요. 괜찮겠다 싶은 곳은 모두 저장해두고 출장 갈 일이 있을 때 모두 방문해요. 구글 맵에 올라오는 최근 음식 리뷰들을 보는 게 저에게는 엄청난 공부가 돼요. 비주얼만 보고 음식 맛을 유추하는 것도 즐겁고요.


창업을 하고 나서 가장 뼈 아팠던 실패는 뭐였나요?

사실 매일매일 다양한 실패를 맛보죠. 그중 가장 뼈 아팠던 실패는 을지로보석 팝업으로 ‘청담동보석’을 오픈했을 때예요.(웃음) 첫 달 매출로 1억5000만원을 찍자마자 힘없이 추락했죠. 유명한 일식당 ‘이치에’와 컬래버레이션도 하고 어떻게든 심폐소생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잘 안 됐어요. 엄청난 적자였죠.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그 영향도 있긴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을지로보석만의 감성이 청담동 한복판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 눈여겨보는 MZ세대 인물이 있다면요?

‘마뗑킴’ 김다인 대표님이요. 제가 동대문에서 도매업을 할 때부터 옷을 엄청 잘 판다고 소문이 나 있었어요. 실제로 만나면 그 에너지가 장난 아니라던데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사실 김다인 대표님의 어머니를 같은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거든요. 약과 같은 거 가져오셔서 미용실 직원, 손님 할 것 없이 다 챙겨주시고요, “너무 예뻐요”, “나이스 데이” 이러면서 나가시더라고요.(웃음) 예전에 예능 <무한도전>에 나왔던 하하 씨 어머니 ‘융드옥정’을 보는 기분이었어요.(웃음) 그분을 보면서 김다인 대표님의 에너지도 저기서 나왔겠구나 생각했어요.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예측해보자면요?

미식 큐레이션 사업을 하고 싶어요. 회원제로 운영해 엄선한 식재료를 파는 거예요. 쉽게 말해 ‘한살림’ 같은. 정기 구독 배송 서비스도 하고요. 지금도 좋은 식재료를 남들보다 빠르게 캐치해 들여오고 있는데, 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 같아요. 사실 F&B나 유통업계 대기업 회장님들이 다녀가실 때마다 이런 걸 잘할 수 있다고 어필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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