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리무브 대표 민유나, 1996년생

브래지어 대안품인 니플 커버 ‘스킨 브라’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리무브(Re, move)’를 이끌고 있다. ‘Diverse Choice for Woman’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과 속옷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리무브는 어떻게 탄생한 브랜드인가요?

5~6년 전, 여성 연예인들의 ‘노브라’가 뜨거운 이슈였던 적이 있었죠. 같은 여성이 ‘노브라’라는 이유만으로 질타받는 걸 보고 주변의 많은 여성분이 하나둘 니플 패치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그런데 시중에 판매되는 니플 패치의 제품력이 늘 아쉽더라고요. 어느 날 대학 동기와 이 점에 대해 얘기하다가 “졸업하기 전에 한번 일 벌여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니플 패치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땐 프로젝트성으로 펀딩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였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제품 개발이 전공 분야가 아니니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창업 과정 중 가장 큰 산이었다 할 수 있죠. 그래서 기술적인 접근보다 사용자들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를 확인하고, ‘여기서 내가 개선할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구체화했죠. 이후 제조업계 전문가분들에게 상담을 받으며 기술을 고도화했고요.

 

어떤 전문가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나요?

당시 저는 문화콘텐츠학과 학생이었는데, 교내 화학과 교수님께 실무에 대해 여쭤봤어요. 원재료가 실리콘이니 실리콘 학회에도 도움을 청했고요. 그런데 사실 제일 좋았던 방법은 실리콘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직접 찾아간 거였어요.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문을 구하고 싶습니다” 하고 메일을 먼저 보내고 찾아갔죠. 다행히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뭔가 만들어보려고 하는 걸 예쁘게 봐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실리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칠판에 판서하면서 강의해주시는 분도 있었고요. 20곳 정도 방문하면 2~3곳에서는 꼭 관심을 보이셨고, 그분들 위주로 미팅을 이어나갔어요. 마침내 원하는 퀄리티를 구현해낼 수 있는 공장을 찾았죠.


그렇게 해서 펀딩까지는 얼마나 걸렸나요?

1년 가까이요. 9~10개월 정도 걸렸어요. 성수기가 있는 제품이니 일단 펀딩 먼저 할까 생각도 했지만, 출시를 늦추더라도 좋은 제품을 내야 한다고 판단해 시간을 꽤 들였죠.



속옷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생활이 굉장히 편안해지는 걸 느끼면서 ‘그동안 이런 식으로 놓친 선택권은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준비하는 동안 금전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어요? 창업 자본은 어느 정도 있었나요?

학생이라 자본이라는 건 아예 없었고요. 교내 창업 동아리에 아이템을 신청하면 한 학기에 300만원가량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그걸 시작으로 정부에서 하는 예비 창업 패키지와 GS샵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 등 제조 쪽 지원 사업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상금이나 지원금을 확보해 자본금을 점점 키웠고, 그걸로 개발 비용 같은 창업 관련 비용을 다 충당했어요. 개인 비용은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고요.


지원금을 못 받았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는 어떻게 세웠나요?

사실 플랜 B가 없었어요. 지원금 받을 거라고 굳게 믿었거든요. 제품 출시 전이고 펀딩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우리 팀 정도의 아웃풋과 논리라면 충분히 상금을 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굳이 플랜 B라고 한다면, 펀딩을 먼저 올려 펀딩 금액을 수령한 후 제품 제작에 돌입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건 배송까지 서너 달이 걸리는 방안이었죠. 고객분들에게 좋은 제품을 빨리 보내드리고 싶어 최대한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했어요. ‘무조건 되게 한다’는 마인드로.


지원 프로그램에서 지원금을 잘 받는 팁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 제일 중요한 건 시장성 검증이고요.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기존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차별성을 잘 설명하는 거예요. 전 이게 다라고 봐요.


그 2가지를 어떻게 어필했나요?

300~500명 정도의 모수를 바탕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어요.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반응, 그들이 기성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등 시장성을 어필했죠. 또 타사 제품과의 차이점과 우리 기술력이 만들어낼 결과물 위주로 설득했어요. 심사위원 중엔 남성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제품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사업성을 설명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품을 이해시키는 데만 주어진 시간을 다 쏟게 되기도 하고요. “이게 과연 시장이 있는 게 맞냐? 고객들이 진짜 여기에 반응하겠냐?” 이런 질문을 많이 던지셨는데, 저는 설문조사를 하면 할수록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여성분들이 이 제품에 정말 크게 반응해주실 것이라는 확신.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었어요.


여성분들이 반응해주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사실 펀딩 올릴 땐 매출액보다 “정말 우리가 원했던 게 이거였다”는 여성분들의 반응 자체를 가장 기대했어요. 펀딩에 참여하지 않으셔도 “이런 게 드디어 나왔으니 한번 써봐라” 하고 주위에 공유한다거나…. 근데 정말로 2주 동안 텀블벅 인기 프로젝트 1위를 유지했어요. 계속해서 올라가는 조회수와 유입 수치가 여성분들의 화답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해서 처음 생긴 수익은 어느 정도였나요?

텀블벅 펀딩 첫 수익이 2200만원이었어요.


리무브를 시작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지금은 매출이 얼마나 늘었나요?

첫 매출과 비교하면 작년 매출 기준 1000% 이상 성장했네요.

 

4년 만에 매출 1000% 성장이라니 굉장히 고무적인 수치네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창업 초기 단계에 한해서는 당당한 태도를 노하우로 꼽을 수 있겠어요. 특히 지원 사업에 참가한다면 더더욱 ‘내 논리가 맞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다’라는 태도를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줘야 해요. 사업을 하면 계속해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데 외부의 질문 공세에 잘 답변하는 타율이 낮아지면 점점 의기소침해져요. 물론 저도 그걸 피할 수는 없었고, 대표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당차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나가야 해요.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나요?

“자신이 가장 전문가니까 더 당당하게 하고, 자신이 맞다고 믿는 대로 더 밀고 가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전문 학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젊은 창업가 중에 어떻게 ‘전문가’가 있겠어요. 오랜 시간 동안 여기에 공들인 사람이 저뿐이라면 제가 전문가 맞으니까, 그냥 스스로를 믿고 더 끝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럼 창업을 고민하던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래요?

전 고민 안 했어요.(웃음) 굳이 조언한다면, “더 본격적으로, 더 진취적으로 자신을 믿고 해라!”


창업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To Do’와 ‘Not To Do’를 알려준다면?

제가 대학생일 때 창업해서 그런지 학생이라면 원하는 분야에서 1~2년 정도 실무를 배워보는 걸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직장 생활에서만 터득하는 게 있으니까요. 한편 시장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전 그게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보거든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관련된 근거 자료나 논리를 미리 쌓아둬야 해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좋지만, 무턱대고 하는 건 위험하니까요.


리무브를 시작하던 시기에 롤모델로 삼거나 유독 좋아했던 브랜드가 있을까요?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는 항상 ‘나이키’예요.(웃음) 나이키가 사람들에게 꾸준히 동기부여와 변화를 이끌어준다는 점이 좋아요. 뻔한 기업인가요? 리무브 초기엔 ‘주식회사 인스팅터스’를 닮고 싶었어요. ‘이브’라는 브랜드를 만든 소셜 벤처인데요, 청소년들이 콘돔 구매하는 걸 민망해하거나 어려워하잖아요. 그 장벽을 낮추려고 무료로 콘돔을 발송해주는 ‘프렌치 레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실제로 진행하는 그런 캠페인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어요. 저도 그 당시 여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형태가 뭐가 있을지 계속 고민했거든요. 그 회사와 같은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인상 깊었던 브랜드는요?

‘톤28’이요. 플라스틱을 줄이려 꾸준히 노력하는 코즈메틱 브랜드인데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일반적인 회사와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지구특공대’라는 크루를 맺어 어떤 행동들을 해나가는 멋진 기업이에요. 대대적으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 행사를 진행하는데 브랜드 미션과 너무 잘 맞는 행보라고 느꼈어요. 해외 브랜드 중엔 ‘팔로마 울’이라는 패션 브랜드가 좋았어요. 의상과 의상을 입는 행위 자체에 대해 다양한 걸 풀어가고 비주얼도 좋아요. 저희 리무브도 여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속옷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어요. 감도 높은 비주얼이나 콘텐츠 등을 통해 소비자분들이 감동받고 재미있게 느낄 만한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있었듯, 당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해준 2가지를 꼽는다면요?

첫 번째는 저와 함께하는 팀원들이에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인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주거든요. 두 번째는 여성 연대요. 고객분들이 보내주시는 글을 보면 저희의 활동 자체를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요. 자연스럽게 완성된 연대라 더욱 끈끈하죠. 이 2가지 덕분에 지금의 리무브와 제가 있는 거예요.


오랜 시간 동안 이 분야에 공들인 사람이 나뿐이라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믿고 끝까지 더 해보는 게 중요해요.


고객에게 받은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거식증을 앓는 어떤 고객분이 자기 몸을 혐오하셨대요. 그런데 리무브 제품을 써보고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끼신 거예요. 점점 더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몸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찍고, 천천히 보디 포지티브를 실천하셨대요. 그 첫 시작이 리무브였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 제품으로 저만 큰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신다는 게 참 좋았어요.


그 얘길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여자들에게 속옷이란 뭘까?’

그러니까요. 별거 아닌데 다들 너무 익숙한 나머지 불편한 줄도 아예 몰라요. 어머니, 할머니 세대 역시 그런 속옷만 입고 사셨기에 불편함을 모르시죠. 그게 이어져온 것 같아요. 어떤 4050세대 고객분이 “앞으로 이 제품을 통해 속옷의 다양한 선택권을 알게 될 여성분들의 미래가 기대돼요”라는 리뷰를 남겨주셨는데, 그 말이 기억에 남네요.

 

속옷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게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동안 닫혀 있던 선택권이 뭔지 고민하게 되는 것? 저는 처음에 속옷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생활이 굉장히 편안해지는 걸 느끼면서 ‘그동안 이런 식으로 놓친 선택권은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연한 줄 알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데도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요. 나를 꾸미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고, 일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도 있겠죠. 기존의 제한된 선택권 말고 범위를 더 확장해볼 수 있는 게 훨씬 많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리무브도 그저 다양한 선택권 중 하나로 인지되길 바라요. 저희는 그 선택을 통해 여성들의 삶이 더욱 확장되길 바랍니다.

 

법인명도 ‘초이스 포 우먼’으로 지었죠.

네. 리무브 슬로건 문구 중 하나인 ‘Diverse Choice for Woman’에서 가져왔어요. 어떤 사업으로 확장하든,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찾아내 그걸 해결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 시장의 10년 뒤와 그 속에서의 리무브 모습을 예측해본다면?

전 이 시장이 3~4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고 느껴요. 여성들이 과거의 불편함으로 다시 돌아갈 거라고도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시장이 10년 후에도 더 편안한 제품을 위해 계속 발전하길 바라고, 그럴 거라 믿습니다. 당연히 그 시장을 저희가 주도했으면 좋겠어요. 꼭 매출 면에서만 바라는 건 아녜요. 브랜드의 매력도 측면에서 고객과의 유대감도 강력하고, 구매할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이길 바라요.

 

미래가 기대되네요. 현재 시점에서 일과 삶의 균형,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나요? 하루 일과도 궁금해요.

사실 일과 삶의 균형을 못 지켜요. 하루 일과도 오전 9시에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하고 잠자는 게 끝이에요. 그나마 주 2회 운동하는 시간을 꼭 챙기는 정도? 그런데 이렇게 살아온 지 오래돼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게 가능할지 고민이에요. 엄밀히 따지면 ‘어떻게 실무를 덜 하고 그다음 단계를 고려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일을 많이 하는 건 괜찮은데 이젠 현재의 일보다 미래의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게 리더의 역할이죠. 어떤 리더가 되고 싶어요?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리더요. 결국 더 좋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사람, 늘 큰 비전을 향해 가는 사람으로 여기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꺼이 함께 일하고 싶은 리더.


평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가 뭔지 궁금해요.

먼저 아이폰의 ‘미리 알림’이요. 투 두 리스트를 정리해주는 앱인데 수시로 들여다보며 남은 업무와 당장 해야 할 일을 계속 체크해요. 두 번째는 당연히 ‘인스타그램’이요. 인스타그램에서 1000개 이상의 브랜드를 팔로 중이에요.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다른 브랜드는 어떻게 전개 중인지 계속 봅니다. 세 번째는 ‘EQL’이에요. 들여오는 브랜드가 다 너무 매력 있어 디깅 차원에서 어떤 브랜드들이 있는지 살펴보곤 해요.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는 뭔가요?

해보고 싶은 걸 해보고 끝을 보는 것. 결과가 어떻든 자기가 꿈꾸는 걸 해보고, 결과를 보는 경험이 쌓이면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당신은 성공했나요?

처음 시작할 때 꿈꾼 성공은 그저 펀딩 정도였어요. 지금 리무브가 그 이상으로 성장 중이고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으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창업가로서 그리는 가장 큰 야망은?

매력 있는 브랜드를 계속 열어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감도도 높은 브랜드를 여럿 만들고, 그 모든 것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초이스 포 우먼’이라는 법인 이름에 걸맞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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