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해피문데이' 유니버스


해피문데이 대표 김도진, 1991년생

생리대, 여성 건강 콘텐츠, 헬스 케어 앱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김도진 대표는 더 많은 여성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꿈꾼다.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발굴했나요?

제가 취업을 일찍 해서 대학교 2학년인 21살 때부터 일을 했어요. 스타트업 IT 회사에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덕트 매니저 일을 했죠. 그 밖에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인터랙티브 광고 회사, 벤처 투자 쪽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일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5년을 달려오다 안식년을 가지고 싶어 일을 그만둔 시기에 ‘깔창 생리대’ 사건이 크게 보도됐죠. 그 사건을 계기로 생리대 기부 캠페인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녀 가장, 저소득층, 한부모나 조손 가정에 생리대를 기부하는 ‘걱정 없는 1년’ 캠페인을 벌였죠. 하다 보니 단순히 제품을 보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초경과 성에 대한 교육 콘텐츠도 제공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초경 가이드북인 <어바웃 문데이>를 만들었어요. 저소득층 소녀들을 도우려는 지지와 연대의 마음이 사업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확대된 계기였죠. 생리대가 더 좋아질 수 있고,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걸 대중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더 간단하게는, 기부할 생리대를 찾다 결국 유기농 제품으로 직접 만들게 된 것이 지금의 해피문데이 생리대예요. 그 후 생리일의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해소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고민하다 지금의 탐폰, 월경컵, 온열팩, 라이너팬티 등의 라인업으로 확장하게 됐어요.


더 많은 여성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의 미션이에요. 경영 철학이 있다면 이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영혼이 상처받지 않고, 하는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꼈으면 해요.


사업을 시작할 때 수중에 있던 돈은 얼마였나요?

4년 동안 회사를 다니며 번 돈 4000만원과 대학 선배에게 사업 계획서와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 5000만원, 총 9000만원으로 창고와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다 갚았습니다. 이자는 안 받으시더라고요.(웃음)


해피문데이 생리대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저와 공동 창업자 모두 IT 분야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는데 생리대 연구원 출신, 유기농 부자재 업체, 화학 전공자, 공장 관계자들을 만나 토의하면서 하나씩 해결해나갔어요. 너무 힘들 땐 속으로 ‘누가 하라고 떠민 거 아니잖아, 김도진 네가 선택했는데 어쩌겠어, 해야지’ 이렇게 되뇌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렇게 생리대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피문데이는 얼마나 성장했나요?

정기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고 첫 2주 동안 구독자가 120명이었어요. 그러니 매출도 굉장히 소소했죠. 지금은 정기 배송 누적 건수가 40만 건이 넘어갔으니 많이 성장했네요.(웃음)


해피문데이에서 발행하는 여성 건강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군가요?

대체로 콘텐츠 마케팅 파트에서 핸들링해요. 잡지 에디터 출신도 계시고, 전직 간호사 출신도 계세요. 외부 필자들도 각계각층에 포진돼 있죠. 산부인과 전문의, 약사 등 글을 잘 써주실 것 같은 필자를 한 분 한 분 모셨어요. 또 저희 내부에서도 여성 건강과 관련된 지식이 있어야 질 좋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으니 2~3개월에 한 번씩 사내 건강 세미나를 개최해요. 강의 오셨던 의사 선생님들이 필진이 되기도 하죠.

 

당신이 생각하는 창업이란 무엇인가요?

하나의 기업이 시작되는 첫 번째 단계죠. 자본주의사회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10대 때부터 항상 창업을 하고 싶었고, 기업가가 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죠.



창업을 준비하는 20대 여성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지원 프로그램 같은 경우 예비 창업 패키지나 디딤돌 사업도 있고, 저희는 팁스의 도움을 받았어요. 콘텐츠는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발행하는 콘텐츠를 많이 봤고요. 하지만 전 무엇보다 회사 생활을 한번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업을 한다는 건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건데, 조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거든요. 조직 생활, 사업 영역에 대한 이해, 업무 역량 3가지 중에 최소한 2개는 마스터해야 창업을 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생리대 시장은 일부 대기업이 독식하는 레드 오션이었는데 어떤 뚝심을 가지고 접근했나요?

해피문데이는 ‘월경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려면 어떤 서포트가 필요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생리대뿐만 아니라 탐폰, 월경컵, 기능성 팬티를 개발해 월경용품 선택의 폭을 넓히기도 했고요. 생리 주기나 호르몬 변화를 관리하고 예측하는 앱과 생리대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보다 쾌적한 생리일이 될 수 있도록 돕죠. 특허를 받아 국내 최초로 제공하는 생리대 구독 서비스는 개인의 월경 주기에 맞게 정기 배송일을 설정할 수 있어요. 생리대 자체는 레드 오션이지만 해피문데이는 제품, 콘텐츠, 서비스 3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여성이 지닌 여러 가지 건강 이슈나 고민을 총제적으로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독보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고객들이 ‘해피문데이 유니버스’라고 부르더라고요.(웃음) 예를 들어 평소보다 분비물이 많이 나와 ‘헤이문’ 앱을 켰는데 배란일 즈음이라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음을 확인하고 몸에 맞는 유산균을 추천받는다거나, 산부인과에 방문했을 때 얘기해야 하는 최근 건강 이슈나 성생활 리포트 등도 앱을 켜서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여성 건강과 관련된 이슈는 해피문데이 하나로 해결되니 그런 별칭이 붙지 않았나 싶어요.


같은 분야에서 신경 쓰이거나 감탄하게 되는 브랜드가 있나요?

펨테크는 아니지만 IT와 커머스 영역이 합쳐졌고, 여성 유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스타일쉐어’를 눈여겨봤고, 자주 들여다보는 건 ‘애플’ 헬스 앱이에요. 생리 주기도 관리해줄 뿐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시키려 하는 게 눈에 보여서요. 하지만 생리대 제품력은 저희 제품이 가장 좋은 것 같은데요? 원래 생리대 유목민이었는데 해피문데이를 만들고 나서야 정착했습니다.(웃음)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3가지를 말해준다면요?

아침에 일어나면 ‘헤이문’을 켜고 생리 주기와 그날의 컨디션을 체크하죠. 그리고 앱은 아니지만 ‘롱블랙’을 자주 봐요. 좋은 글이 자주 올라와서 유료로 구독하며 꾸준히 챙겨보고 있어요. 물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도 많이 합니다.(웃음) 유튜브로 구독하는 채널 중에는 <민음사TV>에서 나오는 직장인 브이로그를 챙겨보는데 재밌더라고요. 그 밖에 여성 건강 관련 지식은 콘텐츠보다는 논문에서 많이 얻습니다.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해 취하는 루틴이 있나요?

저희 집 조명은 밤 12시 20분이면 꺼지게 세팅돼 있어요. 스스로에게 알리는 거죠. 이때는 자야 된다고. 그리고 늘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일을 하고 1시간 더 잔 뒤 7시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해요. 특이한 루틴이긴 한데 저는 새벽 4시 30분에서 6시까지 집중이 잘되더라고요.


어떤 유형의 리더인가요?

해피문데이에는 일에 대한 역량이 굉장히 높고, 그 역량을 가치 있는 일에 발휘하고 싶은 욕심까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인턴까지 포함해 37명의 직원으로 구성됐죠. 그중 30%는 남성인데 기본적으로 여성 관련 토픽에 관심이 많고 저희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합류했어요. 여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건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저희 목표니까요. 저는 이 37명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고, 작은 성공에 너무 취하지 말자고 늘 다짐해요.

 

한국에서 1990년대생 여성 창업가로 사는 건 어떤가요?

저희가 여성 헬스 케어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라 불리했던 점보다는 유리했던 점이 더 많았어요. 제가 직접 겪은 불편이나 문제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저희가 만드는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도 있으니까요. 또 어리고 IT 업계에 종사했다 보니 최신 기술이나 트렌드를 습득하는 속도도 빠르고요. MZ세대를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제가 소비하는 세대 그 자체니까요.(웃음)

 

남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나도 똑같이 경험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프로들 사이에서 정해진 답들이 있는데 그 답을 모르고 가는 건 자신에게 불리하죠. 하지만 누구나 처한 상황과 문제는 다르기에 여러 조언 중 각자의 상황에 맞는 것들만 흡수하세요.

 

여성 헬스 케어 산업이 1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그 속에서의 해피문데이와 당신의 모습을 예측해본다면요?

여성 헬스 케어는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군이라고 생각해요. 뉴욕에서도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가 막 시작하는 단계고요. 해피문데이가 고도화한 서비스를 글로벌화하면 가장 좋겠죠. 10년 뒤에는 이 시장 자체가 많이 성장해 있을 것 같고, 해피문데이가 그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회사가 잘 성장해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거기서부턴 경영자가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잘하는 사람인데 그 뒤에 회사를 불리고 성장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고,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해피문데이의 미션 성공을 위해 기꺼이 경영권을 넘길 수도 있겠죠.


“해피문데이는 여성들에게 든든한 언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라고 했어요. 당신에게 그런 언니는 누군가요?

일을 하다 막히면 편하게 연락해서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스타일쉐어를 창업했던 윤자영 대표님이에요. 21살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 윤자영 대표님은 이미 스타일쉐어를 론칭했었죠. 이후 ‘무신사’에 매각하기까지 일련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답답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밤에 갑자기 전화해서 물어도 언제나 해답을 주세요. 자신이 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요. 그게 정말 힘이 많이 돼요.



예비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항상 덕을 쌓으라고 말해요. 사실 앞서 말한 조직에 대한 이해나 각종 지식은 언제든 취득할 수 있지만 덕을 쌓고 남을 돕는 일은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 하다 못해 길 가다 쓰레기라도 주우세요. 왜냐하면 창업을 하고 나면 도움받을 일밖에 없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회사고, 할 수 있는 게 너무 미미하니까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스타트업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이 회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돕는 사람이 많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요. 그러려면 선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전해야 하죠. 저와 해피문데이 역시 매 순간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도 없었겠다 싶어요. 그래서 저희도 생리대 기부 캠페인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죠.

 

창업가로서 그리는 큰 야망이 있나요?

좋은 인재들이 너도나도 합류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거예요. 취준생한테 “어떤 회사 제일 가고 싶어?” 하고 물어보면 “해피문데이”라는 답이 나올 수 있는.(웃음)

 

해피문데이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더 많은 여성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의 미션이에요. 한 가지 경영 철학이 있다면 이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영혼이 상처받지 않고, 하는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꼈으면 해요. 그 과정에서 수익도 잘 내서 더 큰 자본이 필요한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예요.

 

여러 한계를 딛고 여성 작가로서 활동했던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있었다면, 당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해준 2가지는 뭔가요?

하나는 콜드 메일이에요. 제가 첫 회사 인턴십을 하게 된 계기가 이메일 보내는 것으로 시작했거든요. 얼굴도 모르는 회사 대표님한테 이메일을 썼어요. 제 소개를 하고, 회사가 궁금하다,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인턴을 뽑을 생각이 있다면 나를 뽑아달라.(웃음) 그렇게 인턴으로 뽑혔죠.(웃음) 지금도 여전히 만나보고 싶은 사람, 책이나 기사를 읽다가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콜드 이메일을 써요. 그런 식으로 알게 된 이들이 꽤 있어요. 이메일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의 콘택트 포인트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배낭여행 경험이에요. 중학교 3학년 때 엄마랑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어요. 아빠가 더 큰 세상을 경험하라며 큰맘 먹고 보내주셨죠. 엄마는 모든 계획을 저에게 맡기고 보호자로만 따라가셨어요. 너무 무서워 비행기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막상 도착해 경험한 다른 문화와 언어들은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영국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까지 한 달 반 동안 경험한 유럽 여행은 정말 경이로웠죠. 그때부터 기업가가 돼 세계를 누비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꿨어요.


창업을 꿈꾸는 여성에게 ‘To Do’와 ‘Not To Do’를 각각 조언해준다면요?

‘To Do’는 조언을 많이 구해라. 남들이 이미 겪은 시행착오를 나도 똑같이 경험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프로들 사이에서 정해진 답들이 있는데 그 답을 모르고 가는 건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죠. 그리고 ‘Not To Do’는 그 조언을 너무 곧이곧대로 듣지는 마라.(웃음) 누구나 처한 상황과 문제는 다르니까요. 여러 조언을 듣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것들만 흡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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