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

김예린


우연한 기회로 잡지계에 발을 들여 약 2년의 어시스턴트를 거치며 에디터가 됐다. 거쳐간 잡지는 모두 폐간됐으니, 코스모폴리탄에서 뼈를 묻을 각.


당신은 <코스모폴리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피처 에디터로, 패션과 뷰티를 제외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룬다. 매달 18일 전후로 기획 회의를 한 뒤 아이템을 정하고, 매월 마지막 주와 익월 첫째주를 중심으로 미친듯이 섭외 및 취재, 촬영을 한다. 가장 공을 들이는건 언제나 셀러브리티 화보 촬영. 콘셉트 기획부터 스태프 섭외, 필요할 경우 장소 섭외, 현장 진행 및 인터뷰까지 오롯이 내 몫이기 때문에 촬영을 한번 다녀오면 영혼까지 털린다. 마감 마지막 일주일(대략 8일부터 14일)은 원고 쓰는 주간. “허리 수술 2천만원”을 생각하며 자세를 몇번씩 고쳐 앉으면서 쓴다. 이 말을 꼭 덧붙이고 싶은데, 우리 일에는 어시스턴트가 관절의 연골조직 같은 역할을 한다. 퀵 보내기, 협찬 공문 돌리기, 자료 조사, 녹취록 풀기 등의 노동집약적 잡무를 도와주기 때문에 무척 소중하다.


가장 치열하게 매달려본 프로젝트는?

7월 말과 8월 초를 갈아넣은 이 커리어 인터뷰 특집? 원래는 농담이라 쓰려 했는데 쓰고 보니 진담같다.월간지 기자는 늘 마감하고 나서 빅뱅처럼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기에, 최근에 했던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 지난 8월 4일에는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영화 시사회 GV에 편집장과 함께 게스트로 참석했는데, 처음 해보는 행사라 난리법석을 떨었다. 영화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내용이었다. 막상 사람들 모아놓고 공적인 자리에서 오르가슴과 클리토리스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자니 <코스모폴리탄> 기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벅차오름을 느꼈다.


태까지 <코스모폴리탄>에서 당신의 이름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좀 오래됐는데, ‘한남과 연애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가 남초 사이트에서 뭇매를 맞았다. 당시 편집장은 나의 대담한 제목을 보고 “코스모가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면서 컨펌해 주었는데, 2030 남성들의 여론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다행히 기사를 끝까지 읽고 “애들아, 잘 읽어보면 결국은 대화로 잘 해결하라는 결말이야”라고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도 있어 뿌듯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코스모폴리탄>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지금 <코스모폴리탄>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와 당신이 기여하고 싶은 바는?

독자층의 확보...! 판매 부수 올리기...! 매달 유잼 콘텐츠 생성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다들 미용실에서 말고 서점에서 (구입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당신은 <코스모폴리탄>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

잡지는 무용해 보이지만 사실 삶을 꽤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2021년 12월호에는 (지금은 퇴사한) 선배의 아이디어로 2022년 달력 부록을 만들었는데, 업계 사진가들에게 받은 사진을 넣은 포스터형 달력으로 퀄리티가 아주 좋다. 월간지 에디터에게 매달 새로운 달력을 벽에 붙이는 설렘이란.... 6천원짜리 달력을 사면 <코스모폴리탄>을 주다니, 아주 좋은 베네핏이었는데 다들 사셨는지 모르겠다.


<코스모폴리탄>만의 남다른 기업 문화가 있다면? 

팀원의 90%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 회식이 거의 없다시피하며 회식 중간에 몰래 도망쳐 나와도 큰 불이익이 없다는 것(부장님이 이 인터뷰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마감 때는 대지를 보느라(인쇄되기 전 페이지를 출력해 레이아웃 및 오탈자를 바로잡는 과정) 다 같이 강제 야근을 하다보니 함께 저녁을 먹는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나를 위해 고기 없는 메뉴 필수, 가끔은 채식 식당에서 시킨다. 매주 화요일에는 탕비실에 스낵이나 라면, 젤리 등의 간식이 깔리는데 들어오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다들 쟁여두지 좀 맙시다). 화룡점정으로 회사 탕비실과 휴게실에 각각 1대씩 안마 의자가 있는데, 불이 꺼져 있으면 누군가 자고 있다는 얘기다.부모된 심정으로 몰래 문을 살짝 닫아주고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대체적으로 사내 복지는 좋은 편. 그리고 매달 새로 만나는 셀러브리티들의 얼굴이 (성별을 막론하고) 복지 그 잡채다. 


<코스모폴리탄>에 대해 바로잡고 싶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는?

코스모는 야한 잡지다...? 10년 전에는 그랬지만 심의에 하도 걸려 이제 섹스 기사는 마음껏 쓰지도 못한다. 코스모는 야하다기보다 ‘Sassy’하다. 적당히 패셔너블하고, 어딘가 새초롬한데, 맞는 말 많이 한다.


솔직하게, 가장 신경 쓰이는 경쟁사는?

우리의 경쟁사는 절대 잡지가 아니다. 너튜브다. 아마 출판업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직무에 도움이 되는 앱이나 SNS, 기타 웹사이트가 있다면?

트렌드세터로서 ‘요즘 것들’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캐릿이나 뉴닉 등의 뉴스레터를 많이 구독하는 편. 이 밖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그리고 티빙, 넷플릭스 등의 알고리즘에 옭매여 있다. 


어떤 직무 능력을 키우면 <코스모폴리탄>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까?

책 읽는 것 못지않게 커뮤니티 ‘고인물’ 지위 획득이 중요하다. 또 새로운 예능이나 영화, 드라마가 나오면 발가락이라도 담가보고, 제비처럼 연예인 소식을 모으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모든 트렌드를 그러모아 비판적으로 사고해보는 거다. 디지털 기자라면 영상 편집 기술을 배워두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많은 기술을 보유하면 업무량이 늘어 피곤해질 수 있으니 적당히 비밀로 해두자(소곤소곤).


미래를 위해 갈고닦는 기술이나 매진하는 공부가 있나? 

에디터는 나름 전문직이라 생각하는데 아무도 전문성을 알아주지 않아 슬프다. 워낙 다방면의 기사를 쓰다 보니 매달 양자역학부터 낙태죄 폐지 판결문, 무알코올 와인까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게 되고, 특히 사람 공부를 제일 많이 한다. 내향성 인간으로서 가끔은 그게 정말 힘들다. 최근에 “번아웃이 오는 건 일을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일만 해서 그런 거다”라는 글을 보고 ‘나 자신을 쉬게 하는 법’을 연구 중에 있다. 주기적으로 전시관이나 책방,그리고 옷가게(?)를 돌며 심미안을 기르고 마감으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돌본다. 발품 팔아 신상 레스토랑이나 바에 가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SNS로 바이럴이 안 된 맛집을 찾거나, 요즘 유행하는 메뉴, 유행하는 술, 유행하는 옷차림, 유행하는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휴식 얘기를 쓰는데 다시 일 얘기가 됐다. 에디터의 삶이 이렇다. 바로 이 점을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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