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 CEO
이민미
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획일화된 미의 기준도 없는 요즘, 뷰티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말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은 라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브랜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에 대해 관여한다. 코덕들을 심쿵하게 할 제품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비주얼을 창조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또 유통과 프로모션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열일하는 CEO이자 브랜드 디렉터다.
가장 치열하게 매달려본 프로젝트는?
와일드 브로우 셰이퍼 론칭 프로젝트. 흔히 사용하는 브로 펜슬이나 브로 카라가 아닌 프로 아티스트 신에서 주로 사용되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를 사용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가장 힘을 쏟은 건 역시 SNS 홍보. 눈에 띄는 멋진 비주얼은 물론, 낯선 제품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튜토리얼 영상을 함께 제작해 기존 시장에 없던 젤 타입 결 셰이퍼를 대중이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지금 우리 브랜드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가 됐을 정도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여태까지 라카에서 당신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결정한 것. 2018년 5월에 한국 최초의 젠더-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로 등장해 뷰티 신에 새로운 시각을 선언했던 우리는 어떻게 보면 비장한 선언문을 읽는 사람처럼 다소 경직된 표정을 가진 브랜드였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좀 더 깊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표정과 퍼스널리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느꼈고, 이를 곧장 시행했다. 당시 론칭 3년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리뉴얼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의 라카를 만든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라카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와 당신이 기여하고 싶은 바는?
메이크업 아이템 대부분이 장기화된 마스크 착용으로 외면받는 현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이 시기가 지나가길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개성의 표현이 제한되는 코로나19 시대에 신선한 돌파구를 찾고 싶다.
라카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를 한마디로 말해준다면?
휴머니스트. 결국 브랜드를 소비하는 최종적인 주체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중심에 둔 브랜드 정신을 가졌다 생각한다.
당신은 라카의 어떤 제품을 가장 아끼고 잘 사용하고 있나?
소울 비건 립밤. 정말 내 영혼의 제품이다. 사무실 책상 위, 화장대, 침실, 차량 등 손이 닿는 곳곳에 하나씩 놓고 쓴다. 재미있는 촉감과 동글동글 손으로 빚은 듯한 귀여운 패키지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 라카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좀 더 프렌들리해진 태도.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지나쳤던 초반에는 오직 진정성 하나만으로 승부하자는 강박이 심했다. 누군가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요소까지 까다롭게 확인 또 확인하고 통제하려 했던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픈 마인드를 가지며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하고 있다.
라카만의 남다른 기업 문화가 있다면?
서면 리포트가 없는 문화. 우리는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하면서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에 관해 수시로 소통한다. 함께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프로젝트 결과를 공유하고, 격려하거나 반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아직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라 가능한 문화일 수도 있지만, 우리 크루들이 사랑하는 문화인 만큼 오래 유지하고 싶다.
라카에 대해 바로잡고 싶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는?
올해 유독 신제품 수가 많았고 출시 텀이 짧았는데 SNS에 그런 글이 있더라. “담당자들 어디 갇혀서 제품만 개발하는 것 아니냐”, “직원분 구조가 필요하면 당근을 흔들어 달라”…. 이 기회에 꼭 밝히고 싶다. 우리 팀의 연평균 정시 퇴근율은 99%라는 것!
솔직하게, 가장 신경 쓰이는 경쟁사는?
대형 유통사의 PB 브랜드들이다. 이전과 달리 그들은 더 이상 ‘최저가’나 ‘가성비’와 같은 키워드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통 채널과 수년간의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
직무에 도움이 되는 앱이나 웹사이트, SNS, 기타 채널이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핀터레스트가 단연 1등이다. 무한한 취향의 바다라고나 할까? 이 곳에는 어떤 취향이라도 만족시킬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이를 사진, 영상,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 작업물들이 가득해 이 보다 쉽고 빠르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을 거다.
라카 CEO로서 이루고 싶은 당신의 목표는?
주류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비주류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
어떤 직무 능력을 키우면 라카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까?
온화하지만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판매되는 순간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직업이다. 그런 만큼 서로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온화한 말투와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갈고닦는 기술이나 매진하는 공부가 있나?
일본어.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비즈니스 밀도를 좀 더 높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현업에 치여 매진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라카로 취업 및 이직을 원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주고 싶은 꿀팁은?
직무와 브랜드에 대한 분명한 자기 관점이 있는 사람들은 참 멋지다. 지금 우리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 역시 ‘더 잘하고 싶은 이유’가 또렷한 사람들이다. 직무 경험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 일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항상 끌리는 것 같다. 그리고 멋진 대답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