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트커피 매장 총괄

허윤희


15년차 바리스타로 커피 한잔에 희로애락을 담아 내린다. 매장 총괄답게 온종일 커피 분진을 뒤집어쓰며 일하는 직원들의 ‘워라밸’에도 신경 쓰고 있다.


당신은 펠트커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입사 5년차인데 바리스타로 시작해 지금은 전체 매장을 돌아다니며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리라고 하지만, 사실 4개 매장을 오가며 매장 팀원들에게 잔소리하는 게 주 업무다.(웃음) “매장에 먼지가 많구나”, “커피 세팅 누가 했니?”, “여기 널브러진 이건 뭐니?” 등등. 


가장 치열하게 매달려본 프로젝트는?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때가 가장 바쁘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매장 하나 내면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부품공장이 있는 해외에 전쟁이 나서 제빙기를 제때 못 구한다거나, 이 더운 여름철 에어컨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되거나, 계속되는 폭우로 천장에서 물이 새 워터밤을 매장에서 겪거나...


펠트커피에서 이룬 당신의 가장 큰 성과는?

30대 후반인데 여전히 현직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관리직이지만,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추출하고 고객을 응대하기도 한다. 바리스타로 일한 지는 15년 정도됐다. 한가지 일을 이렇게 오래하기가 쉽지 않지 않은가.

 

지금 펠트 커피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와 당신이 해결하고 싶은 방향은?

길고 긴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고객이 뜸해져도 지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던대로 늘 꾸준히 매장을 관리하고, 루틴을 빠짐없이 지키며 커피의 컨디션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팀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당연히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기보다 단타성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일하도록 팀원들을 격려한다. 근무 포지션을 추출, 응대, 정리 등으로 나눈 뒤 사다리 타기 게임으로 그날그날 업무 분장을 달리해 변화를 주기도 하고, 발주나 제조 등 매장에서 필수적인 잡무도 중간중간 교대한다. 또 휴무와 휴식시간을 엄격히 분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보통 쉬러오는 공간에서 우리는 늘상 일을 하기 때문에, 쉴 때만큼은 일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잘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 2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집에서 혼자 사부작거리는 걸 좋아한다. 그동안 사둔 과일, 밀키트와 맥주를 테이블에 깔아놓고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 스마트폰이나 TV 리모컨을 잡은 손가락만 움직이고 눈알만 굴린다. 혹은 가만히 누워 백색 소음을 들으며 천장 무늬 구경을 하기도 한다(그냥 누워 있다는 걸 길게 쓴거다). 둘째는 모든 잡무와 약속을 몰아 하루에 처리하는 거다. 마트가 있는 곳 근처에서 저녁 약속을 잡거나, 밀린 병원 진료를 서너 군데 간다든가. 떠들고, 웃고, 짐 바리바리 들고. 해야할 일을 해치우면서 점점 신이나 집에 잘 안 들어가려 한다. 한마디로 중간이 없는 타입.


펠트커피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를 한마디로 말해준다면?

밸런스.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팀원들의 워라밸, 커피 맛의 밸런스, 그리고 고객과 우리 직원들 간 관계의 균형 등등.

 

당신이 펠트커피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은?

디카페인 콜드브루에 오틀리를 넣은 라테. 시럽은 4펌프 넣는다. 보통 일과가 모두 끝나고 밤에 과자를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즐기는 메뉴다. 아주 오래전에는 밤 9시에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잠을 잘 잤는데 요즘에는 그게 잘 안돼 디카페인을 먹는다.

 

처음 입사했을 때와 지금, 펠트커피에 대해 이미지가 바뀐 점이 있다면?

지금은 사라졌지만, ‘은파피아노’라는 간판을 그대로 달고 시작했던 창전동의 첫 펠트커피 매장은 바리스타 두분과 나, 그리고 동네 주민 두어분 정도만 오셔서 즐기는조용한 매장이었다. 이제는 4개 매장을 차례로 순회하며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펠트커피만의 남다른 기업 문화가 있다면?

점심식사에 늘 최선을 다한다는 점. 광화문점·청계점 매장 팀원들과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을 쪼개 을지로, 종로, 인사동, 명동을 쏘다니며 맛집을 탐방하러 나선다. 최근에는 ‘서린낙지’, ‘우육면관’ 등을 자주 갔는데, 대학생들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길었던 줄이 너무 길어졌다. 허락된 시간이 짧은 우리는 김밥을 사들고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슬픈 현실이다.


펠트커피에 대해 바로잡고 싶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는?

매장이 워낙 모던하다 보니 직원들도 차갑고 도도할 것이란 인상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 사실 고객님들이 말 한마디라도 더 붙여주면 끊임없이 티키타카하고 싶어 드릉드릉한다. 최근에는 어느 손님이 “매장 내에서 사진 찍어도 되나요?” 하고 물으시길래 “네. 그럼 저희 직원들은 눈 키우고 턱 깎아주세요” 했다(이런 푼수). 또 “커피 맛있게 내려주세요”하면서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손목 돌리는 장면을 흉내 내기도 한다. 


솔직하게, 가장 신경쓰이는 경쟁사는?

요즘 편의점 커피가 너무 잘 나온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앱이나 웹사이트, SNS, 기타 채널이 있다면?

요즘은 커피 공부를 하기 위해 <안스타> 혹은 <박근하> 유튜브 채널을 많이 찾아본다. 최근 들어서는 ‘가향커피’가 트렌드로 점쳐진다. 시럽이나 파우더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생두를 가공할 때 적절히 발효해 원하는 취향의 이스트나 효모 향을 입히는 것이다. 매장 직원으로 입사한 친구들에게는 커피용품을 파는 웹사이트나 기타 카페 관련 일회용품을 파는 웹사이트를 두루 뒤져보라고 조언한다. 처음 접하는 용품의 단어와 쓰임새를 익히고, 요즘 유행하는 추출 기구와 사용 방법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다.


어떤 능력을 키우면 펠트커피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까?

리듬감. 매장에서는 대부분 혼자 근무하는것이 아니라 팀을 이뤄 일하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업무와 동선을 지키고, 다른 이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속도와 리듬감대로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갈고닦는 기술이나 매진하는 공부가 있나?

오래도록 건강하게 일하고 놀기 위해, 최근 PT를 받기 시작했다. 보통 바리스타들은 반복적인 추출 동작을 지속하느라 근육이 비대칭이 되기 쉬운데, 꾸준한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펠트커피로 취업 및 이직을 원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주고 싶은 꿀팁은?

인터뷰할 때 커피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으니 본인이 생각하는 것, 하고 있는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면 좋겠다. 펠트커피에 입사한다면 커피 일을 하겠지만, 깨어있는 모든 시간에 커피 생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열정이 너무 과하면 쉽게 지치고 질려버리니, 장기적으로 보고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여유 시간을 잘 확보해두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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