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모션 디자이너🔍 양수진, 탑 티어 디자이너의 성장 일기

카카오, 삼성, CJ E&M, JTBC 등 다양한 브랜드, 방송사의 영상을 제작하는 모션 디자이너 양수진. 캐릭터의 형태와 움직임, 리듬을 통해 “영상의 마지막 메시지까지 관객들을 끌고 가는 모션 그래픽”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방송 인트로, 뮤직비디오, 광고 등 영상 곳곳에 사용되지만 모션 그래픽이란 단어는 생소하게 들려요. 수진님은 어떻게 모션 그래픽 장르에 입문하셨나요?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프로그래밍을 전공했어요. 애프터 이펙트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내 효과를 어떻게 구현할지 알고리즘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죠. 더 늦기 전에 디자인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던 터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시각, 웹 디자인을 공부하며 찾은 게 모션 그래픽 장르예요.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휴학을 하고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모션 그래픽 장르에 빠져 계신 건가요? (웃음)

취업을 하기 전에 학원을 다니면서 애프터 이펙트를 전문적으로 배웠고, 공부를 한 지 2~3년 차에 취업을 했어요. 회사를 다니던 중 2011년 국제 영상 제작 경영 대회 ‘컷 앤 페이스트’에 참여했는데요. 8시간 동안 주최 측이 제시한 주제에 걸맞은 10, 15초짜리 영상을 현장에서 만드는 대회예요. 거기서 1등을 하면서 글로벌 챔피언십 참여 차 미국 뉴욕에 갔고 거기서 또 2등을 한 거예요. 3개월간 뉴욕에 머물면서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유학을 가려면 학원비를 벌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 삼아 하나, 둘했던 일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왔죠. 직장 생활을 시작한 때를 기점으로 벌써 10년이 흘렀는데 한 달 이상 쉰 적은 없어요.



이렇게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던 원동력, 모션 그래픽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모션 그래픽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CG, 애니메이션 등과 장르를 가르는 일이 무의미해요. 게임이나 메타버스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곳에 그래픽이 있죠. 저는 주로 방송이나 회사의 소개 영상, 인포그래픽 등을 작업하는데요. 20대까지만 해도 제가 지금처럼 활발히 작업할 수 있을 거란 상상조차 못했어요. 제가 만든 영상을 보고 해외에서 종종 연락이 와요. 영상이라는 언어로 모두와 소통하는 게 매력이에요.


앞서 말씀하셨든 우리가 접하는 모든 미디어에 그래픽이 녹아있죠. 그럼에도 전문가로서 모션 그래픽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CI, BI를 비롯해 모든 그래픽의 역할은 하나예요. 콘셉트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죠. 모션 그래픽은 굉장히 자극적인 시각자료로 극도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메시지에 큰 힘을 실어줘요. 조금 더 설명하자면, 한 장의 포스터, 이미지, 일러스트로 표현할 때는 굉장히 함축적으로 많은 요소를 표현해야 해요. 반대로 모션 그래픽은 시간이란 개념이 더해지기 때문에 조금 더 풀어서 다가갈 수 있죠. 또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분위기, 메시지가 달라져요.



그래픽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의 형태, 움직임을 연출하려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을 듯해요. 디자이너님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어려서부터 오빠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인형놀이보다 스포츠 게임, 레이싱 만화 등에 가까운 아이였죠. 덕분에 모션감을 익히기 좋았던 것 같아요. 또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덕분에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조금 더 쉽게 이해했고 빠르게 익혀 컨트롤이 쉬웠어요. 예전에는 비전공자인 게 콤플렉스였는데 이제는 저를 키운 동력이라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빠르게 익힐 수 있었지만, 모르는 것도 많아 매 프로젝트가 새로운 챌린지였거든요. 최단기간 실력을 끌어올리려고 무척 애썼어요. 클래식한 그림체에 모션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드로잉 강의도 듣고 책도 찾아 공부했죠.

 

이렇게 심혈을 기울이려면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될 듯해요.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요?

인포그래픽이든, 방송 타이틀이든 작업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편이에요. 그 기간을 3등분해서 기획, 디자인, 애니메이션으로 나눕니다. 기획이 부실하면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으로 작업을 이끌어가기 어려워요. 클라이어트와 충분히 소통해 기획을 탄탄하게 만들고 작업에 임해요. 그 다음 1분안에 10컷이 들어가야 한다면 그 10컷을 모두 만들어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죠. “이러한 이미지들이 움직이게 될 거예요”라는 설명과 함께요. 모든 걸 충분히 보여준 이후에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가요. 한, 두가지 이미지만 보여주고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가면 수정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불필요한 요소, 과정을 줄이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굉장히 디테일하게 전달하는 편이에요. 또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모션 그래픽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정사항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어려울 수 있거든요. 저를 믿고 작업을 의뢰했으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깊이 고민하는 게 제 일이기도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타이틀 작업이요. 시즌 1, 2 모두에 참여했는데요. 저를 믿고 두 번이나 의뢰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tvN 유미의 세포들 오프닝 모션 그래픽) 또 웹툰 작가님이 멋지게 만든 캐릭터를 재가공해 타이틀을 제작하는 게 저에게도 재밌었던 경험이었어요.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타이틀도요. 유재석, 조세호 두 분이 오랫동안 쌓아온 연기 실력을 타이틀에 담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어요.


실력이 뛰어난 만큼 여러 회사에서 제안도 많았으리라 짐작해요. 회사나 팀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활동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몇 번의 제안이 왔지만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길 원했어요. 저는 아직도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일을 배우는 중이라 생각해요. 언젠가 제 개인적인 메시지도 잘 다듬어서 영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분들을 위해 스피커 역할도 하고 싶고요. 가끔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악마의 편집이란 단어를 사용하잖아요. 저도 편집을 할 때면, 메시지를 왜곡하는 일이 참 쉽다는 생각을 해요. 악의적인 마음만 있다면 논란을 만들기 쉬운 게 영상이거든요. 제가 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만난 많은 창작인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창작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이에요. 이 책임을 다하고 싶어요.


책임감이 따를 때 작업물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죠. 디자인 분야를 반보 앞서 걷는 선배로서, 디자이너 지망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기업에 소속되었든, 프리랜서로 일하든 디자이너로서 개인 브랜드는 계속 발전시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요.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디자인, 합성처럼 작업에 분업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10, 20년간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 좋지만, 급변하는 제작 환경에서 한 파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를 이끄는 경험을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언뜻 보기에 해낼 수 있을 듯해도 사사로이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은데, 그게 곧 자신만의 노하우이자 경험치가 될 거예요. 또 외국어 공부를 꼭 하면 좋겠어요. 저는 영어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외국어를 할 때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 기회의 폭이 너무나 달라요. 비대면으로 일하면서 기회의 세계가 열렸으니 마음껏 누리면 좋겠어요.




, 탑 티어 디자이너 양수진 님에게 물었습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요. 가공된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면 그안에 갇히게 되거든요. 사람을 그려야 한다면 실제 사람들의 걷는 모습, 웃는 모습을 보는게 중요해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30분? 1시간 내외.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유튜브. 일과 관련된 콘텐츠보다 고양이 SNS 계정처럼 사적인 콘텐츠를 많이 소비해요. 반려묘를 키우고 있거든요.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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