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임윤정은 제일기획의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벌써 14년째 카피를 쓰고 있다. 국내외 광고 캠페인부터, 웹, 앱, 소셜미디어, 팝업 공간까지 소비자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의 문구를 쓰는 그는 “카피에 정답이 있다”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카피라이터를 꿈꾸었나요?
소설가가 꿈이었어요. 대학도 소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했는데 2학년 무렵 취업을 결정했죠. ‘글을 쓰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소설과 카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창작이잖아요. 어렵진 않았나요?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소설 전형 입시를 준비할 때 두 가지 유형의 학생이 있거든요. 자유주제의 공모전형, 주어진 주제, 시간 안에 소설을 쓰는 백일장형. 저는 백일장 스타일이었어요. 주어진 주제, 상황 안에서 글을 쓰는 카피가 소설과 비슷하게 느껴졌죠. 저도 여느 취업 준비생과 다르지 않았어요. 토익, 토익 스피킹처럼 취업 준비생이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어학점수, 자격증들을 먼저 취득했고, 제일기획에서 공모전 가산점이 있었던 터라,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제가 여대를 나왔는데 당시만 해도 ‘여대 출신의 직원은 남자 사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마지막 임원 면접에서 제가 실제 들은 질문이기도 하고요. 그 편견을 깨기 위해 타교 학생들과의 대외활동을 더 열심히 했죠. 취업 준비를 할 때 잘하는 걸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점으로 꼽힐 만한 부분을 미리 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후 업계에서 선망하는 제일기획을 뒤로하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가 되셨어요.
일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끼기도 했고 다른 환경으로 가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경험했을 때 좋지 않은 물건, 서비스를 카피라이팅을 통해 좋다고 포장하는 일이 버겁기도 했고요. 그 무렵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자아성찰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저의 작은 고민과 큰 사건이 충돌하면서 퇴사를 결심했죠.
당시엔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이 활성화된 때도 아니었잖아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퇴사를 결심했을 무렵 제일기획 동기가 퇴사 후 SBS PD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내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를 구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살짝 발을 담근 채(웃음) 퇴사를 했어요.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양한 일을 자유롭게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방송사에서 비즈니스를 뉴미디어로 확장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여러 콘텐츠를 유튜브로 옮기고 있었어요. 60분짜리 방송을 만드는 방송작가가 쓰기에는 애매한 1~3분짜리 영상의 자막, 제목부터 공익광고 카피까지 다양한 걸 쓰기 시작했죠. 처음엔 완성도가 중요한 광고계와 달리, 속도가 더 중요한 방송사로 넘어와 어려움도 있었는데, 시시각각 변화는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다양한 콘텐츠의 카피를 쓸 수 있던 계기가 되었죠.
이전까지 완성도적인 측면을 파고들었다면, 프리랜서가 된 이후 다양성을 확보한 계기가 되었겠군요. 그만큼 카피라이팅의 영역도 확장했어요. 이전엔 광고 문구에 한정되었다면 최근엔 제품 상세페이지, 온오프라인 이벤트 작명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죠.
거창하지만 프리랜서로서 철칙이 있다면, 견적이 안 맞더라도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일은 꼭 진행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일을 몸소 스터디할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게 결국 다 제 경험 자산으로 쌓이고 훗날 자신 있다고 느낄 만큼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당당하게 제 몸값을 요구할 수 있죠.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삼성닷컴 내 ‘갤럭시 S23 울트라; 상세페이지 카피를 썼어요. 보안이 엄청 중요한 제품이라 삼성전자 본사 보안 룸에 앉아 카피를 써야 했는데, 나름 흡족할 만큼 카피가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또 LG전자의 맥주 제조기 ‘홈부르’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애정을 갖고 작업하고 있어요. 광고 영상, 배너 제작부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모든 콘텐츠, 설명 문구를 CD(Creative Director) 역할로 진행하고 있죠.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범위의 일이라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소비자와 닿는 모든 문장이 카피가 되는 작업이군요!
소비자와 접점이 닿는 모든 텍스트가 카피라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이 좋은 카피로 채워졌으면 좋겠고요. 또 소비자들이 아무 혼선 없이 좋은 이미지, 글을 제공받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카피라이터가 아니더라도 카피라이팅 실력이 필요한 직무의 사람이나 취업 준비생에게 조언을 더한다면요?
종종 제가 소상공인분들 컨설팅을 하는데, 그때마다 ‘플리마켓에 꼭 나가보라’고 조언해요. 손님에게 자신이 제품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거나 반복해서 언급하는 내용을 알 수 있어요. 손님의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알 수 있고요. 대면한 상황에서도 손님을 설득하지 못한 부분은 디지털에서는 더욱 주목하기 힘들어요. 저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이해하기 힘든 글을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카피라이터라고 생각해요. 사용법, 특징을 손쉽고 정확하게 알리는 일을 하죠. 자신의 창작에 몰입하는 사람은 사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과 맞지 않아요.
매우 공감해요. 단어와 문장을 가다듬는 일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자 하는 바에 집중하는 일이니까요. 작업을 시작할 때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어떤 일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브랜드에서 전달받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스터디를 해요. 이후 미팅을 하는데, 자료와 브랜드 담당자가 요구하는 바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그럼 그 자료까지 손보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앞 단의 시간은 최대한 많은 걸 통일시키면서 영점을 맞추는 일이에요. 제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죠. 오히려 이후에 ‘소비자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수정해 주세요’나, ‘멋지게 문장을 다듬어 주세요’와 같은 요구사항은 어렵지 않아요. 종종 제 수업 수강생 중 자신의 강점으로 “글을 잘 쓰고 수정하는 능력”을 꼽는 분들이 있어요. 어찌 보면 그건 카피라이터의 기본 소양이라 생각해요. 그게 되어야 남을 위해 글을 써줄 수 있는 거니까요. 문제는 자신의 글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를 때 발생해요.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카피를 수정했을 때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되죠. ‘제가 이런 일을 이렇게 하고 있다’며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논리가 탄탄할 때 카피라이터로서 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숙고해서 완성한 카피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도 많잖아요.
저는 카피의 끝에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것, 요즘의 트렌드도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구현하고자 노력하죠. 매출, 모객 인원의 성공뿐 아니라 부진도 모두 브랜드가 책임지게 되니까요. 새로운 시안을 다양하게 제시하지만 상대의 생각이 틀렸다고 되도록 말하지 않으려는 편이에요. 혹 소비자 반응이 미적지근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흥미롭게 느꼈다면 다음 작업에도 그 결이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카피라이터님은 사회 초년생 때 어떤 실수를 많이 하셨나요.
제일기획에 있을 때만 해도 카피라이터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없던 완전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했죠. 정작 채택되는 선배들의 카피를 볼 때면 ‘저 정도는 나도 생각해 본 건데’ 싶었어요. 돌이켜보면 헛다리를 짚고 있었죠. 강의 때 “크리에이티브에는 항상 답이 존재한다”라고 말해요. 저에게 많은 걸 가르쳐 주셨던 CD 님께서 예전에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라고 표현하셨거든요? 광고주가 원하는 바운더리가 분명 존재하는데 답안지가 주관식이어서 답이 하나가 아닌 상황이에요. “바운더리 안에서 조금의 새로운 방식, 신선한 것을 찾으려고 해야 돼”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카피를 그 바운더리 안으로 들여오려고 꽤 오래 고생했어요. 결국엔 그 스트라이크 존을 가늠하기 위해서 많은 공을 던지며 경험을 쌓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딱 반걸음 앞선 신선함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요?
쉴 때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해요. 흔히 카피라이터는 쓰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반대로 많이 읽는 직업이에요. 예를 들어 보험사 광고를 할 때면 두터운 보험 사례집을 무리 없이 읽어야 하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분야들의 책을 파고들어요. 최근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환경 등의 책을 읽으면서 용어나 단어, 개념을 정리하고 과학 기술 관련 책, 논문을 꾸준히 읽었어요. 동시대적인 단어, 표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서 그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연관되는 단어들을 채집하기도 하죠.
이 모든 내용을 지난해 출간한 책 <카피력>에서 담고 있죠?
종종 강의 때 “카피를 잘 쓰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그때마다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어요. 저 또한 답을 얻은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거든요. 또한 카피가 트렌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장르기도 하고요. 소비자들이 이전에 확실한 걸 좋아할 때는 숫자를 강조한 카피가 많았어요. 지금 소비자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방식이죠. 그래서 정석으로 한 권을 꼽기 어려워요. 다만 기본 중추가 되는 내용은 분명 있는데 그 공식을 다루고자 했어요. 강의 때 제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한 책이기도 하고요. 글쓰기보단 실무자를 위한 책이에요. 마케터, MD 등 카피라이터는 아니지만 매일 문장을 마주하는 실무자를 위한 책이죠. 카피라이터 분들은 제 책보다 사회, 자연,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는 하는게 도움이 될 거예요.
카피라이터님이 생각하는 ‘좋은 카피’는 무엇인가요?
클라이언트가 만족한 카피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때 더 많은 소비자에게 카피를 보여주고자 더 많은 미디어, 자원을 사용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드의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삶, 감정을 공감하는 카피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아직 그런 카피를 쓰지 못한 것 같아 더 열심히 달려보려고요.
, 카피라이터 임윤정 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다양한 장르는 물론 광고까지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계정을 잡식으로 소비해요. 문구 하나하나 제게는 좋은 레퍼런스거든요. 그래도 생각이 안 풀릴 땐 브런치에 접속해요. 최근에 암 환자 관련 문구를 쓸 일이 있었는데, 어느 분의 암 투병기를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말을 세련되게 쓰고 싶을 땐 잡지를 보고요. 특히 백화점 카피를 쓸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또 서점에 가서 서가에 꽂힌 책등의 제목들을 읽기도 하고요. 요새 사람들이 원하는 말맛을 알 수 있어요. 제가 쓴 문구 중에 ‘LG 홈브루’의 “어느 날 우리집에 브루어리가 들어왔다”는 SF 소설 책 제목들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4시간 정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먼저 네이버 메일이요.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서 메일 알람을 항상 켜 두고 있어요. 다음은 신세계백화점 앱이요. 현재 함께 일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데 제가 쓴 카피가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요. 종종 쇼핑도 하고요. (웃음). 끝으로는 인스타그램을 꼽고 싶습니다.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삼성 갤럭시 s23 상세페이지
카피라이터 임윤정은 제일기획의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벌써 14년째 카피를 쓰고 있다. 국내외 광고 캠페인부터, 웹, 앱, 소셜미디어, 팝업 공간까지 소비자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의 문구를 쓰는 그는 “카피에 정답이 있다”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카피라이터를 꿈꾸었나요?
소설가가 꿈이었어요. 대학도 소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했는데 2학년 무렵 취업을 결정했죠. ‘글을 쓰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소설과 카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창작이잖아요. 어렵진 않았나요?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소설 전형 입시를 준비할 때 두 가지 유형의 학생이 있거든요. 자유주제의 공모전형, 주어진 주제, 시간 안에 소설을 쓰는 백일장형. 저는 백일장 스타일이었어요. 주어진 주제, 상황 안에서 글을 쓰는 카피가 소설과 비슷하게 느껴졌죠. 저도 여느 취업 준비생과 다르지 않았어요. 토익, 토익 스피킹처럼 취업 준비생이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어학점수, 자격증들을 먼저 취득했고, 제일기획에서 공모전 가산점이 있었던 터라,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제가 여대를 나왔는데 당시만 해도 ‘여대 출신의 직원은 남자 사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마지막 임원 면접에서 제가 실제 들은 질문이기도 하고요. 그 편견을 깨기 위해 타교 학생들과의 대외활동을 더 열심히 했죠. 취업 준비를 할 때 잘하는 걸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점으로 꼽힐 만한 부분을 미리 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후 업계에서 선망하는 제일기획을 뒤로하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가 되셨어요.
일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끼기도 했고 다른 환경으로 가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경험했을 때 좋지 않은 물건, 서비스를 카피라이팅을 통해 좋다고 포장하는 일이 버겁기도 했고요. 그 무렵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자아성찰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저의 작은 고민과 큰 사건이 충돌하면서 퇴사를 결심했죠.
당시엔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이 활성화된 때도 아니었잖아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퇴사를 결심했을 무렵 제일기획 동기가 퇴사 후 SBS PD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내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를 구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살짝 발을 담근 채(웃음) 퇴사를 했어요.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양한 일을 자유롭게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방송사에서 비즈니스를 뉴미디어로 확장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여러 콘텐츠를 유튜브로 옮기고 있었어요. 60분짜리 방송을 만드는 방송작가가 쓰기에는 애매한 1~3분짜리 영상의 자막, 제목부터 공익광고 카피까지 다양한 걸 쓰기 시작했죠. 처음엔 완성도가 중요한 광고계와 달리, 속도가 더 중요한 방송사로 넘어와 어려움도 있었는데, 시시각각 변화는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다양한 콘텐츠의 카피를 쓸 수 있던 계기가 되었죠.
이전까지 완성도적인 측면을 파고들었다면, 프리랜서가 된 이후 다양성을 확보한 계기가 되었겠군요. 그만큼 카피라이팅의 영역도 확장했어요. 이전엔 광고 문구에 한정되었다면 최근엔 제품 상세페이지, 온오프라인 이벤트 작명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죠.
거창하지만 프리랜서로서 철칙이 있다면, 견적이 안 맞더라도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일은 꼭 진행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일을 몸소 스터디할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게 결국 다 제 경험 자산으로 쌓이고 훗날 자신 있다고 느낄 만큼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당당하게 제 몸값을 요구할 수 있죠.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삼성닷컴 내 ‘갤럭시 S23 울트라; 상세페이지 카피를 썼어요. 보안이 엄청 중요한 제품이라 삼성전자 본사 보안 룸에 앉아 카피를 써야 했는데, 나름 흡족할 만큼 카피가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또 LG전자의 맥주 제조기 ‘홈부르’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애정을 갖고 작업하고 있어요. 광고 영상, 배너 제작부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모든 콘텐츠, 설명 문구를 CD(Creative Director) 역할로 진행하고 있죠.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범위의 일이라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소비자와 닿는 모든 문장이 카피가 되는 작업이군요!
소비자와 접점이 닿는 모든 텍스트가 카피라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이 좋은 카피로 채워졌으면 좋겠고요. 또 소비자들이 아무 혼선 없이 좋은 이미지, 글을 제공받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카피라이터가 아니더라도 카피라이팅 실력이 필요한 직무의 사람이나 취업 준비생에게 조언을 더한다면요?
종종 제가 소상공인분들 컨설팅을 하는데, 그때마다 ‘플리마켓에 꼭 나가보라’고 조언해요. 손님에게 자신이 제품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거나 반복해서 언급하는 내용을 알 수 있어요. 손님의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알 수 있고요. 대면한 상황에서도 손님을 설득하지 못한 부분은 디지털에서는 더욱 주목하기 힘들어요. 저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이해하기 힘든 글을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카피라이터라고 생각해요. 사용법, 특징을 손쉽고 정확하게 알리는 일을 하죠. 자신의 창작에 몰입하는 사람은 사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과 맞지 않아요.
매우 공감해요. 단어와 문장을 가다듬는 일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자 하는 바에 집중하는 일이니까요. 작업을 시작할 때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어떤 일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브랜드에서 전달받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스터디를 해요. 이후 미팅을 하는데, 자료와 브랜드 담당자가 요구하는 바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그럼 그 자료까지 손보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앞 단의 시간은 최대한 많은 걸 통일시키면서 영점을 맞추는 일이에요. 제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죠. 오히려 이후에 ‘소비자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수정해 주세요’나, ‘멋지게 문장을 다듬어 주세요’와 같은 요구사항은 어렵지 않아요. 종종 제 수업 수강생 중 자신의 강점으로 “글을 잘 쓰고 수정하는 능력”을 꼽는 분들이 있어요. 어찌 보면 그건 카피라이터의 기본 소양이라 생각해요. 그게 되어야 남을 위해 글을 써줄 수 있는 거니까요. 문제는 자신의 글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를 때 발생해요.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카피를 수정했을 때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되죠. ‘제가 이런 일을 이렇게 하고 있다’며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논리가 탄탄할 때 카피라이터로서 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숙고해서 완성한 카피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도 많잖아요.
저는 카피의 끝에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것, 요즘의 트렌드도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구현하고자 노력하죠. 매출, 모객 인원의 성공뿐 아니라 부진도 모두 브랜드가 책임지게 되니까요. 새로운 시안을 다양하게 제시하지만 상대의 생각이 틀렸다고 되도록 말하지 않으려는 편이에요. 혹 소비자 반응이 미적지근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흥미롭게 느꼈다면 다음 작업에도 그 결이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카피라이터님은 사회 초년생 때 어떤 실수를 많이 하셨나요.
제일기획에 있을 때만 해도 카피라이터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없던 완전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했죠. 정작 채택되는 선배들의 카피를 볼 때면 ‘저 정도는 나도 생각해 본 건데’ 싶었어요. 돌이켜보면 헛다리를 짚고 있었죠. 강의 때 “크리에이티브에는 항상 답이 존재한다”라고 말해요. 저에게 많은 걸 가르쳐 주셨던 CD 님께서 예전에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라고 표현하셨거든요? 광고주가 원하는 바운더리가 분명 존재하는데 답안지가 주관식이어서 답이 하나가 아닌 상황이에요. “바운더리 안에서 조금의 새로운 방식, 신선한 것을 찾으려고 해야 돼”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카피를 그 바운더리 안으로 들여오려고 꽤 오래 고생했어요. 결국엔 그 스트라이크 존을 가늠하기 위해서 많은 공을 던지며 경험을 쌓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딱 반걸음 앞선 신선함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요?
쉴 때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해요. 흔히 카피라이터는 쓰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반대로 많이 읽는 직업이에요. 예를 들어 보험사 광고를 할 때면 두터운 보험 사례집을 무리 없이 읽어야 하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분야들의 책을 파고들어요. 최근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환경 등의 책을 읽으면서 용어나 단어, 개념을 정리하고 과학 기술 관련 책, 논문을 꾸준히 읽었어요. 동시대적인 단어, 표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서 그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연관되는 단어들을 채집하기도 하죠.
이 모든 내용을 지난해 출간한 책 <카피력>에서 담고 있죠?
종종 강의 때 “카피를 잘 쓰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그때마다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어요. 저 또한 답을 얻은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거든요. 또한 카피가 트렌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장르기도 하고요. 소비자들이 이전에 확실한 걸 좋아할 때는 숫자를 강조한 카피가 많았어요. 지금 소비자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방식이죠. 그래서 정석으로 한 권을 꼽기 어려워요. 다만 기본 중추가 되는 내용은 분명 있는데 그 공식을 다루고자 했어요. 강의 때 제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한 책이기도 하고요. 글쓰기보단 실무자를 위한 책이에요. 마케터, MD 등 카피라이터는 아니지만 매일 문장을 마주하는 실무자를 위한 책이죠. 카피라이터 분들은 제 책보다 사회, 자연,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는 하는게 도움이 될 거예요.
카피라이터님이 생각하는 ‘좋은 카피’는 무엇인가요?
클라이언트가 만족한 카피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때 더 많은 소비자에게 카피를 보여주고자 더 많은 미디어, 자원을 사용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드의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삶, 감정을 공감하는 카피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아직 그런 카피를 쓰지 못한 것 같아 더 열심히 달려보려고요.
, 카피라이터 임윤정 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다양한 장르는 물론 광고까지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계정을 잡식으로 소비해요. 문구 하나하나 제게는 좋은 레퍼런스거든요. 그래도 생각이 안 풀릴 땐 브런치에 접속해요. 최근에 암 환자 관련 문구를 쓸 일이 있었는데, 어느 분의 암 투병기를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말을 세련되게 쓰고 싶을 땐 잡지를 보고요. 특히 백화점 카피를 쓸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또 서점에 가서 서가에 꽂힌 책등의 제목들을 읽기도 하고요. 요새 사람들이 원하는 말맛을 알 수 있어요. 제가 쓴 문구 중에 ‘LG 홈브루’의 “어느 날 우리집에 브루어리가 들어왔다”는 SF 소설 책 제목들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4시간 정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먼저 네이버 메일이요.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서 메일 알람을 항상 켜 두고 있어요. 다음은 신세계백화점 앱이요. 현재 함께 일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데 제가 쓴 카피가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요. 종종 쇼핑도 하고요. (웃음). 끝으로는 인스타그램을 꼽고 싶습니다.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삼성 갤럭시 s23 상세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