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동물권 변호사🔍 박주연, 동물을 위한 변론

변호사 박주연은 어릴 적 꿈을 좇아 법대에 진학 한 후, 우연한 계기로 동물의 삶과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말하며 물건으로 취급하는 우리 법률과 사람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 오늘도 분투하고 있다.



💡 12년차 변호사시죠. 다양한 분야를 뒤로하고 ‘동물권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어요.

🗣 평소 동물을 좋아했지만 동물의 삶이나 권리, 법에 대해선 관심을 전혀 두지 못했어요. 2011년 사법연수생 2년차 때 동물권단체 카라에서 발간한 잡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잡지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있었던 한 집회에서 사람들이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살아있는 새끼돼지를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이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이 실려 있었죠.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생명체를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물의 삶과 권리에 대해 관심이 향하게 되더라고요.


💡 2012년 동물권단체 카라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보호법’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2017년엔 동물권 연구 변호사 단체 PNR을 설립하셨죠.

🗣 국내에 동물권을 위한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은데다 각자 홀로 고군분투를 하는 것이 현실이었어요. 변호사들끼리 힘을 합치면 활동을 이어갈 더 큰 원동력이 생길 것이기에 동료이자 친구인 서국화 변호사와 함께 심기일전하여 2017년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을 공동 설립하게 됐습니다. 때마침 미국의 동물권 변호사단체 NhRP(Non-human Rights Project)의 활동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를 보고 ‘우리나라에도 저런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도 계기가 되었죠.


💡 국내 법상 아직 동물권은 낯선 개념인데요. 정확히 동물권이란 무엇인가요?

🗣 우리 민법상 동물은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소유권과 같은 권리의 대상이 되어요. 다시 말해 동물의 법적인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거죠. 그렇지만 동물은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생명체이기에 생명의 존엄성에 기반해 ‘살아갈 권리’, ‘고통을 받지 않을 권리’, ‘학대나 착취당하지 않을 권리’, ‘본래의 습성에 따라 자유롭게 살 권리’ 등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가집니다. 이처럼 법에 명시되기에 앞서 동물이 갖는 고유하고 당연한 권리를 동물권이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 인간이 자연, 동물에 가하는 권리 침해가 심각한 요즘이에요. 사회도 법도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겠지요. 헌법은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나요?

🗣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동물학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법으로는 환경과 동물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독일 등에서는 동물도 일정한 경우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개인이나 단체를 통해 소송을 제기해서 직접 자신의 권리 침해를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죠. 프랑스의 경우에는 자연 그 자체에 손해가 발생하는 ‘생태침해’를 인정해서 자연이 스스로 보호받을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 등 자연물이 원고가 되어 천성산 구간 터널 공사금지를 구한 ‘천성산 도롱뇽’ 사건의 대법원 판결 이후로 “동물은 소송을 제기할 능력이 없다”는 판결이 줄곧 이어지고 있습니다. PNR에서 2018년에 제기한 ‘설악산 산양’ 소송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설악산 산양은 멸종위기종으로 겨우 28개체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고 행동반경도 좁아요. 그런데 이들이 살아가고 번식하는 공간에 케이블카 공사가 진행되면 산양들은 물론이고 다른 멸종위기종 동물들, 자연에 큰 피해가 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것들은 한 번 침해되면 회복되기도 어렵고요. 많은 시민, 단체들이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중 저희는 가장 직접적으로 생존 자체가 침해될 산양의 입장을 주목했어요. 소송에서 인간의 ‘자연을 즐길 권리’가 아닌, 산양의 ‘살아가고 번식할 권리’가 논의될 수 있도록 산양 28개체를 원고로 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후견인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그렇지만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법원의 태도로 인해 결국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소송은 패소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현 시대적 필요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치에 맞게 법과 판결이 유연하게 변화해 가기를 바라요.


💡 ‘설악산 산양’ 소송뿐 아니라 활동하시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셨죠. 힘든 순간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동물권이 침해받는 상황을 해결하고 대변하기 위한 활동을 하시니까요.

🗣 한 가지로 꼽기가 힘들어요. 동물이 다치거나 죽은 사건에서 학대행위자를 고발하거나 엄벌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내거나 가해자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많은 경우에 있어 동물의 피해사실을 상세히 파악하고 주장해야 하니까요. 매번 쉽지 않습니다. 집이나 공장 밖에 짧은 목줄로 매여 방치된 동물들도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힘들고요. 보호자의 무책임을 규제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당장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에 무력감과 좌절감이 들죠.

 

💡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겠죠.

🗣 2017년쯤 개 농장주가 개를 쇠꼬챙이로 감전시켜 도살한 사안에서 법원이 ‘잔인한 방법이 아니다’고 판단해 동물보호법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있었어요. 개 식용 현실이 면죄부를 준 셈인데 ‘죽을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그 방법이 잔인하지 않다’는 법리가 옳다고 생각되지 않았죠. PNR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사건에 참여해 법원에 의견서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심도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에서는 ‘동물에게 가해진 고통’이 잔인성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어요. 감격의 순간이었죠. 긴 싸움 끝에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피고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제가 밤새워 조사해서 의견서에 썼던 동물의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 조항 관련 내용도 인용되어 있었기에 더욱 뿌듯했던 사건이었어요.





💡 올해초엔 책 <물건이 아니다>를 출간하기도 하셨어요. 어떤 내용을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 동물은 물건이 아닌 데도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로, 혹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라면 고통을 받거나 죽어도 되는 존재로 취급되고 있어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이용은 필요함을 넘어 과도하고 잔혹하죠. 단순히 연구 논문만을 위해 행해지는 동물실험, 저비용 고효율 논리의 공장식 축산, 인간의 호기심,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가두고 전시, 체험에 동원하는 것 등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동물들에 대한 희생 강요, 폭력, 그에 대한 용인과 방관에서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거예요. 여러 동물학대 사건을 다루면서도 느꼈듯이, 동물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하려는 일은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낫게 하는 일과 결부되어 있어요. 그래서 책의 말미에도 ‘동물을 위함은 동물만을 위함이 아니며,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본성과 행복을 존중하는 태도는 이 사회의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죠. 동물을 좋아하든, 아니든 혹은 반려인, 비반려인을 막론하고 동물권 문제를 접하고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물건이 아니다>를 썼어요.


💡 동물권을 위해 계속해서 활동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동물이 직접 감사를 표시하는 일은 없지만, 동물을 돕는 일은 그 자체로 엄청난 보람을 안겨줍니다. 물론 동물이 인간의 도움만을 바라는 수동적 존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울 경우 동물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를 많이 목격해왔어요. 특히 동물법과 제도적 개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비록 시간이 들기는 해도, 많은 동물들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방안이 된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다고 여깁니다. 그러한 변화의 희망이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 법을 공부하는 많은 후배들이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꼽아본다면요.

🗣 후배들에게 ‘꼭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보다는 ‘동물권을 포함해 사회정의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법을 다루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같은 실질적 평등의 가치와 그 외 여러 사회정의 문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점점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가고 동물 관련 분쟁, 동물권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동물권을 위해 활동하시지만 법무법인 방향의 소속 변호사로도 열심히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바쁠 것 같은데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 모두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나누지는 않고 매일 혹은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을 정한 뒤 그 날 다 처리하고 자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로 업무시간에는 업무 관련 연락, 회의, 기타 업무를 보고, 늦은 밤 시간에 글을 쓰는 등 더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하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가급적 쉬려고 하고요.


💡 변호사님이 꿈꾸는 동물이 행복한 세상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 사람들이 관광, 오락, 집회와 같이 비교적 덜 중대한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것,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은 본래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침해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 다수가 비거니즘을 실천해서 도축되는 동물이 적고 도축되는 동물 또한 살아있는 동안 그 습성과 복지가 지켜지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며 최소한의 고통으로 단시간에 도축되는 것, 동물실험대체시험법의 발달로 대부분의 경우 동물실험이 필요 없고 실험이 승인되더라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실험윤리가 잘 지켜지는 것, 반려동물을 아무나 사고 팔 수 없고 책임감 있는 소수의 브리더들만이 동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독일의 ‘티어하임’과 같은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만 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것, 보호자 각자가 책임을 다하여 유기동물이 적고 보호센터의 포화로 동물들이 안락사를 당할 일이 없는 것 등을 꿈꿔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람들이 의지를 갖고 조금씩 개선해 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요?


 동물권 변호사, 박주연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인스타그램 계정 (@keykney)김미경 강사님, 법률스님처럼 다양한 연사들의 좋은 강의를 많이 찾아 들어요. 또 저와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도요.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느낌이에요. 반대로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고 있어요. 하루동안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가시적으로 정리해서 일상을 다시 살펴보는 식이죠.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0~ 30분 정도30분에서 1시간 내외. 이동시간 등을 활용해 짬짬이 확인하는 편입니다.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카카오톡, 유튜브, 구글캘린더


Freelance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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