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KBS 교양 다큐멘터리 PD 🔍 김가람, 성실함이라는 끈기

지난 13년간 <걸어서 세계 속으로>, <생로병사의 비밀>, <환경스페셜> 등을 만든 KBS 교양 다큐멘터리 PD 김가람. 긴 시간 꾸준히 그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성실히 일궈낸 오늘에 있다.



💡 <걸어서 세계 속으로>로 유명해지셨어요. 지금은 <환경스페셜>을 만들고 계시죠. 1년에 해외 출장을 얼마나 떠나시는 것 같나요?

🗣 프로그램에 따라 대중없는데 올해로 치면 8월에 인도네시아, 9월에 인도, 10월에 멕시코에 다녀왔어요. 촬영이 시작되면 매달 해외 출장을 떠나는 듯해요.

 

💡 교양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기 전엔 이렇게 방랑벽이 심한 직업이라는 걸 모르셨겠죠.(웃음) PD를 꿈꾸신 이유가 궁금했어요.

🗣 학창시절에 국제관련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 <W>를 좋아했어요. 사회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진다거나 언론인의 사명, 정의감보단 ‘저긴 실제로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넘쳤죠. 고등학교 시절엔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하니까 어디든 많이 돌아다니는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웃음) 흔히 언론고시생이라고 하죠. 취업 준비를 할 무렵에 잠시 6개월간 자동차 회사를 다니기도 했는데 일반 회사가 잘 안 맞더라고요. 지금의 제 일은 늘 난항에 부딪히고 촬영을 위해 먼 나라로 떠나더라도 오래 남는 결과물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또한 제가 큰 돈을 벌거나 유명한 PD가 되지는 못해도 사회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고요. 저는 큰 꿈, 먼 미래보다 오늘 주어진 일을 깔끔히 끝내려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그 일이 여러모로 의미 있으니 더욱 열심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 일을 대할 때 그런 간결함이 필요하더라고요. 거대한 커리어 플랜에 압도되는 대신 말이에요. 그게 지난 13년간 여러 프로그램을 연출한 동력일 수도 있겠죠. <6시 내고향>부터 <생로병사의 비밀>, <환경스페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으셨잖아요. 프로그램마다 주 시청 타깃이 다른데 제작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 ‘이건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한정하고 제작하는 연출가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되려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할머니까지 볼 수 있을 만큼 매스 타깃층을 고려해요. 그래야 누구나 한번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테니까요. 요즘 2040 타겟팅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많은데 그게 프로그램의 대박을 담보한다고 생각치 않아요. 저의 호기심을 해소하는 주제를 엄마가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요.  


💡 개인적으론 최근 콘텐츠 업계의 자극점이 매우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누가 보아도 이해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 한번은 곱씹어 생각할 여지를 만드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고민은 없으신가요? ‘좀 더 강렬한 신이 필요한 건 아닐까’와 같은.

🗣 <나는 신이다>처럼 최근 OTT를 중심으로 매운맛의 다큐멘터리가 늘었어요. 방송심의 문제로 저는 제작할 수 없지만, 매운맛의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힘도 크다고 봐요. 다큐멘터리를 안 보던 사람도 한번은 시청하게 되니까요. 장단점이 있는 거죠. 제가 몸담고 있는 장르의 경우엔 OTT와 무관하게, 또 제가 편집한 1시간의 리듬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만을 잘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주지해요. 동시에 이게 제게 주어진 책임이자 특권이라 느끼죠. 당장 팔리는 콘텐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만들고 추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종종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가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교육 자료로 사용되는데 뿌듯해요. 제가 그 먼 곳까지 취재를 떠난 이유를 그런 데서 느끼죠.



💡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이렇게 인터뷰하기 직전의 단계, 섭외와 준비가 가장 어렵다고 느껴요.(웃음) 

🗣 정말 공감해요. 함께 일하는 작가님이 있지만 해외 취재 문의 메일이나 줌 미팅은 제가 홀로 진행하거든요. 촬영은 어느 정도 취재, 섭외가 선행된 이후에 일이죠. 근데 또 나라마다 환경, 커뮤니케이션 등이 달라서 약속된 취재처에 도착해서도 어려운 순간이 많아요. 작년에 〈환경스페셜 -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촬영을 위해 나이지리아와 콩고에 갔거든요. 미리 협의가 된 곳이었는데 5분만에 쫓겨났어요. 제가 촬영장에서 단 한번도 “이만하면 됐습니다, 컷”을 외친 적이 없는 듯 해요. 맞거나 끌려가거나 도망치거나.(웃음) 늘 인권, 환경 등 문제가 있는 현장을 가니 거칠게 상황이 끝나죠.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늘 큰 기대없이 비행기를 타요. 언제나 제가 준비한 것보다 현장은 어렵게 흘러갈 테고, 반대로 우연한 곳에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 교양 다큐멘터리 PD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직 제 자신을 다큐멘터리스트라 생각치 않아요. 저보다 심도 있는 메시지를 깊게 파고드는 다큐멘터리 감독님들께선 저와 다른 말씀을 전할 수도 있지만, 그저 제 입장에선 오늘 촬영이 망했다고 ‘낙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하고 싶어요. 저희는 마감, 꼭 끝내야 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러니 기대한 만큼의 그림을 현장에서 얻어내지 못하거나 일정이 어그러져도 어디선가는 맺음을 해줘야 하거든요. 그러한 수많은 맺음과 선택의 순간 속에서 끝내 ‘망했다’ 하고 낙담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봐요. PD가 ‘망했다’하고 주저 앉는 순간 그 감정이나 태도가 스태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거든요. ‘이거 안 되면 다른 걸로 채우면 되지!’ 하고 빨리 훌훌 털어버리는 게 필요한 이유죠.


💡 방송사를 비롯해 올드미디어의 언론고시를 하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취업의 문이 매우 좁다 보니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 미디어 분야는 바닥의 깊이도 천국의 높이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올드미디어, 뉴미디어를 구분지어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롤, 좋아하는 콘텐츠 방향, 제작사 등을 먼저 고려해도 좋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스타일을 비슷하게 만들어보면서 스스로를 트레이닝할 수 있을 테니까요. 먼저 ‘나를 설레게 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 책 <걸어갑니다 세계 속으로>도 같은 맥락으로 쓰셨을 듯해요. 작가라는 큰 타이틀보다 그저 순수하게 좋아서, 열심을 다하고 싶어서요.

🗣 맞아요. 제가 직장인으로서, 또 PD로서 오랜 시간 일하며 무언가를 나서서 한 적은 없지만,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한 적도 없었어요. 그간 <걸어서 세계 속으로> 촬영기, 여행기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7시 출근 전 카페에 들러 원고를 썼어요. 저는 사실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연출한 수십 명의 PD 중 한 명일뿐이에요. 그럼에도 출간 제안이 왔을 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멘트 한 줄도, 단 한 컷의 편집도 허투루 한 게 없어요. 매번 온몸이 아플 정도로 며칠 밤을 새면서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은 것 그게 제 자산이라 생각해요. 남들은 몰라도 제 자신은 그 열심을 알잖아요. 또 그러한 노력이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 내년 1월 방송을 목표로 <환경스페셜>을 제작하고 있어요. 우리가 ‘친환경’이라 부르는 재활용, 탄소중립 캠페인의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해봤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쉽지 않은 제작기를 걷고 있어요.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될 테죠. 감사하게도 제 직업은 ‘좋은 의미’가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인정받는 일이라서요. 아직은 어려움이 많지만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그만의 의미를 길어 올려야겠죠.

 

  KBS 교양 다큐멘터리 PD,  김가람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미지 탭을 눌러요. 거기서 떠오르는 연관 이미지를 계속해 클릭하는 편이에요. 그러다가 못봤던 자료, 기사들을 발견하기 하고요. 또 때론 작은 도시 이름까지 나오는 세계 전도와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자료도 봐요. 큐레이션된 정보 자체가 이미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막막한 정보 속에 몸을 담궈 새로운 걸 만들고자 시도해 보는 거죠.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하루 0시간이에요.(웃음)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카카오톡, 네이버, 크롬.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 검색 엔진 앱을 많이 쓴답니다.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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