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심사00, 밥 먹었어? 우리도 직장에서 ‘평어’ 쓸까?

영어 이름이나 ‘~님’이란 호칭이 전처럼 낯설지 않은 요즘 직장. 이름+반말도 가능할까?



낯선 대화 1. “넌 학생이고 난 교수니까, 이름 부르면 ‘응’ 해야지”

출석 확인 시간, 이름을 부르자 학생들은 “네”가 아닌 “응”이라고 답한다. (응?) 할 말이 있는 학생들은 교수의 이름을 부른다. (네?) 한국이 맞냐고? 물론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김진해 교수는 첫 강의 시간에 두 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첫째, 모든 의사 표현은 반말로 한다. 둘째, 호칭은 이름으로 통일한다.


김진해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은 ‘말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다루는 <의미의 탄생, 언어>. 수업 내용을 이론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말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2022년 2학기부터) 시도한 것이 바로 평어 실험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평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굳이 반말이 아닌 평어라고 쓴 이유는 평이 고를 평(平) 자로, 평등하게 써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평어는 그냥 반말이라고 생각해도 돼.”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엔 정말 이래도 되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해 하던 학생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전달하게 되었다. 소속을 밝히고, 날씨 서두로 예의를 차리고, 실례에 대한 사과를 구하느라 길어졌던 문자와 이메일도 단순명료 해졌다. 개별화된 사회에서 거리 두기 예의처럼 사용하던 존댓말이 사라지자 친밀감 역시 올라갔다.  


낯선 대화 2. “초면 인터뷰엔 반말이지, 안녕 요것들”

첫만남에 나이, 직함 확인하기 바쁜 한국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과 반말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전학생 콘셉트의 예능 <아는 형님>도 아니고, 절친이 출연한 유튜브 방송도 아닌데?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는 이혜민 콘텐츠 디렉터는 올해 초 평어로 진행하는 인터뷰 시리즈 ‘요즘 것들의 아지트’를 시작했다. 평어라는 언어체계를 디자인한 디자인 커뮤니티 ‘디학’의 필진들이 쓴 <예의 있는 반말>(텍스트프레스, 2021)이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평어’는 서로의 나이와 배경을 넘어 누군가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언어예요.”

  

평어는 ‘세상의 정답 말고 나다운 삶의 레퍼런스’라는 채널 구호에 딱 떨어지는 도구였다. 인터뷰 콘텐츠들이 많아지며 채널만의 차별점을 고민하다 선택한 평어 인터뷰. 다행히 인터뷰이와 시청자 모두에게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상호 존중하는 반말, 평어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나이를 공유하고 그에 맞는 호칭을 정리한 뒤 마땅한 예절을 갖추는 풍경은 이른바 ‘한국 문화’로 친숙하다. <말 놓을 용기>를 쓴 철학자 이성민은 ‘한국어로 수평적인 관계를 이어갈 순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서로 이름을 부르고 말을 놓는 ‘평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름 호칭+반말’ 형태의 ‘평어’. 하지만 평어는 단순히 반말이 아니다. 김진해 교수는 “평어는 한국어를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한국어로 극복한다. 한국어의 내부에서 한국어를 뛰어넘는다”라고 말한다.


평어는 수직적 관계 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 소통을 위해 어린 시절 또래관계 속에서 누렸던 익숙한 자연스러움을 회복하는 언어 실험이자 모험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자인 윤여경은 <말 놓을 용기>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여러분도 평어를 통해 새로운 우정을 경험하길 바란다.”


참고 <말 놓을 용기: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민음사), <예의 있는 반말>(텍스트프레스)

Freelance Editor 김가혜

Photo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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