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임상심리사 김아라는 사람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자 대학병원을 떠나 상담소 마음과사람을 열었다. 그는 메디컬한 질문, 분석에 앞서 내담자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는 일의 귀함을 안다.
💡 대중에게 임상심리는 가깝고도 낯선 분야에요. 어린시절부터 임상심리사를 꿈꾸셨나요?
🗣 제 삶을 커리어적으로 들여다보면 계획하지 않은 일들로 이뤄져온 듯해요. 어린시절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사람의 마음이나 고통, 죽음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엔 몰랐는데 아버지께서도 우울증을 앓으셨던 것 같아요. 1년 내내 집안에만 계셨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처음엔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상담, 치료하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방향을 틀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게 되었죠. 또 별 뜻없이 자대 대학원을 이어서 공부를 시작했죠. 저희 학교는 신생아부터 청소년기의 발달과 아이부터 성인까지의 진단, 치료하는 임상 양쪽 심리학 모두를 공부하는데, 대학원 생활 초기까지 발달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공부를 좀 더 하면서 명확한 구조와 짜여진 시스템 속 임상 또한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 이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수련과정을 거쳤어요. 경쟁률이 어마어마 한다고 들었어요.
🗣 개인적으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인문사회학 분야를 박사과정까지 공부한 아버지의 반대가 컸죠. 아버지께선 “분야를 좁혀갈수록 큰 보상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선택의 확률이 줄어들 뿐”이라고 하셨거든요. 깊고 모호한 학문의 세계에서 커리어를 명확하게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게 현업에 몸을 담가야 했어요. 임상심리 전문가 자격증을 따라면 정신병동이 있는 기관에서 3년간 수련을 해야 하는데 경쟁률이 무척이나 높아요. 우리가 익히 들어봤을 법한 큰 병원들도 한 해에 많이 뽑아야 3명 정도죠. 다행히 운 좋게 병원에 합격했고 그 때부터 고생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요.(웃음) 저는 발달을 기반으로 공부를 했다 보니 임상을 업으로 하는 현장에서 적잖게 당황하기도 했어요. 일회성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 환자들도 많은데, 저는 제가 검사했던 사람들의 몇 년 후가 궁금해서 기록을 다시 찾아보곤 했거든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깊었던 거예요. 임상 분야에서 수련하고 있었지만 상대를 주기적으로 만나 치료하고 변화하길 원했죠. 발달과 심리 경계에 선 사람으로 저만의 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 임상 심리에도 꽤 많은 분야들이 있더라고요. 아라님이 전문으로 하시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분야는 불안이에요. 불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이걸 이해하기 어려운데 제가 경험한 것들이 있다 보니 그런 분들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죠. 또 두번째는 우울.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의 마음이 불안이라면, 우울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는 거예요. 현재는 이 두 가지가 제 전문 분야예요. 조금 더 공부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성격적인 부분이에요. 우울과 불안은 타고난 기질이기도 하지만 질병에 더 가깝거든요. 일시적인 감정, 생각을 넘어서 성격적으로 내재화된 우울, 불안에 관심이 가요.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것을 넘어, 내재화된 기질로 인해 자꾸만 문제를 촉발하는 성격적인 부분을 다루고자 해요.
💡 이러한 관점에 비춰본다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긴 시간 내담자와 만나 상담, 치료가 필요하겠네요. 결국 병원 밖을 나와 찻집을 겸한 상담소 마음과사람을 여셨어요. 보편적으로 연륜이 쌓인 40, 50대 임상심리사 선생님께서 상담소를 많이 열잖아요.
🗣 병원에서는 안정적인 커리어가 담보돼요. 다양한 케이스를 마주할 수 있고 돈을 버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마음과사람을 열 때까지 만해도 연륜있는 선생님들께서 상담소가 대부분이었어요. 병원, 상담소 그 어디에서든 임상심리사는 꾸준히 배워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제가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전문가 자격증을 딴 이후 바로 마음과사람을 열었는데, 임상심리사의 여러 일 중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치료, 상담 부분을 깊게 해내가고 싶었어요. 또 저의 또래 내담자를 고민을 보다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었고요.
💡 처음 상담소를 열었을 때 불안하지 않았나요? 주위 동료들과 다른 선택을 한 거니까요.
🗣 임상심리사들 사이에서 센터가 자리잡기까지 2년 정도를 보라고들 해요. 정말 2년만 버텨보고 아니라면 다시 구직을 해볼 요량이었어요. 2019년 처음 마음과사람을 열었을 땐 병원에 근무하면서 저녁, 주말에 상담소를 병행해 운영했어요. 차가운 클리닉 느낌의 여느 센터와 달리,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쉽게 문을 열 수 있을 만큼 상담소의 문턱을 낮추고 싶어 찻집을 병행했죠. 이러한 마음이 닿았는지 초기부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지금도 20, 30대 분들이 저희 기관에 가장 많이 방문하시고 또 오셔서 상담소 곳곳에 사진도 찍으시면서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세요. 우울증, 불안장애 같이 질병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저 마음의 건강을 꾸준히 관리, 체크하고자 오시는 분들도 다수예요.
💡 상담소 운영 이외에도 대학에서 강의도 진행하시고 책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도 쓰셨어요. 심리서 분야에서 꾸준히 인기있는 책으로 꼽히고 있어요.
🗣 저는 자극추구형이라 하고 싶은게 굉장히 많아요.(웃음) 제게 주어지는 새로운 기회는 무조건 도전해보는 형이죠. 책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심리 대중서를 쓰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책을 쓰면서 되려 제가 공부했던 것들을 한번 더 되짚어볼 수 있어 좋았죠. 이렇게 반응이 좋으리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 감사할 따름이에요.
💡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겠지만 책에 근간해 저희 주요 독자들인 2030세대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을 넘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웃음)
🗣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프로이드가 삶에서 두 가지 과업은 일과 사랑이라 말했잖아요. 일은 내가 어떤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지, 나의 자기효능감은 무엇인지 알게 해주죠. 또 사랑은 연인을 넘어 가족, 친구 등 다양한 관계에서 와요. 저는 크게 우리의 불안과 우울이 두 가지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일과 관련해서는 궁극에 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내가 나를 충분히 믿지 않으면 끊임없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좀 더 굵직하게 본다면 저는 자율성을 찾는 일이라고 말하거든요. 자율성이라는 건 내 삶에 대한 통제감, 예를 들어 자신이 어떠한 차를 평생 운전해야 하는데 운전대를 잘 잡고 있는지 또 이 차의 특징은 무엇인지 잘 아는 것과 같아요. 타인이 내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아닌지, 조수석에서 계속해 운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하죠. 그래야 연료가 떨어지면 채우고, 졸음이 쏟아질 땐 잠시 쉬면서 삶과 커리어를 이끌어갈 수 있어요. 이러한 상담을 나누는 내내 저는 취업이나 승진, 인간관계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가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응원을 더하며 곁에서 같이 견뎌주는 역할을 하고자 해요.
💡 임상심리사의 일이 쉽지만은 않을 듯해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 상담의 과정에 여러 학문, 기술이 필요하다지만 제일 중요한 건 관계 같아요. 내담자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걸 충분히 털어놓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관계를 구축하는 거죠. 그러한 관계 속엔 깊은 믿음이 필요해요. 저 또한 제가 상담했던 분의 자살 소식을 듣고 힘들어했던 때가 있어요. 그 분이 처음 저를 찾아오셨을 때, 자신은 죽을 날짜를 정해두었고 그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겠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떠나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저와 상담을 종결할 때 많이 호전되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그 분의 소식을 듣고 나니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당시에 저 또한 상담을 받기도 했을 정도죠. 그럼에도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이 끝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은 놓치 않아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자 하는 욕심도 있죠. 최근에는 상담소를 넘어 강연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될 지점을 넓히고자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임상심리사, 김아라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서촌을 비롯해 좋아하는 동네에 가서 햇빛을 받으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집이나 상담소를 벗어나 리프레시하고자 해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하루 1~2시간 내외.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구글 캘린더.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임상심리사 김아라는 사람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자 대학병원을 떠나 상담소 마음과사람을 열었다. 그는 메디컬한 질문, 분석에 앞서 내담자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는 일의 귀함을 안다.
💡 대중에게 임상심리는 가깝고도 낯선 분야에요. 어린시절부터 임상심리사를 꿈꾸셨나요?
🗣 제 삶을 커리어적으로 들여다보면 계획하지 않은 일들로 이뤄져온 듯해요. 어린시절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사람의 마음이나 고통, 죽음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엔 몰랐는데 아버지께서도 우울증을 앓으셨던 것 같아요. 1년 내내 집안에만 계셨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처음엔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상담, 치료하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방향을 틀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게 되었죠. 또 별 뜻없이 자대 대학원을 이어서 공부를 시작했죠. 저희 학교는 신생아부터 청소년기의 발달과 아이부터 성인까지의 진단, 치료하는 임상 양쪽 심리학 모두를 공부하는데, 대학원 생활 초기까지 발달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공부를 좀 더 하면서 명확한 구조와 짜여진 시스템 속 임상 또한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 이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수련과정을 거쳤어요. 경쟁률이 어마어마 한다고 들었어요.
🗣 개인적으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인문사회학 분야를 박사과정까지 공부한 아버지의 반대가 컸죠. 아버지께선 “분야를 좁혀갈수록 큰 보상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선택의 확률이 줄어들 뿐”이라고 하셨거든요. 깊고 모호한 학문의 세계에서 커리어를 명확하게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게 현업에 몸을 담가야 했어요. 임상심리 전문가 자격증을 따라면 정신병동이 있는 기관에서 3년간 수련을 해야 하는데 경쟁률이 무척이나 높아요. 우리가 익히 들어봤을 법한 큰 병원들도 한 해에 많이 뽑아야 3명 정도죠. 다행히 운 좋게 병원에 합격했고 그 때부터 고생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요.(웃음) 저는 발달을 기반으로 공부를 했다 보니 임상을 업으로 하는 현장에서 적잖게 당황하기도 했어요. 일회성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 환자들도 많은데, 저는 제가 검사했던 사람들의 몇 년 후가 궁금해서 기록을 다시 찾아보곤 했거든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깊었던 거예요. 임상 분야에서 수련하고 있었지만 상대를 주기적으로 만나 치료하고 변화하길 원했죠. 발달과 심리 경계에 선 사람으로 저만의 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 임상 심리에도 꽤 많은 분야들이 있더라고요. 아라님이 전문으로 하시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분야는 불안이에요. 불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이걸 이해하기 어려운데 제가 경험한 것들이 있다 보니 그런 분들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죠. 또 두번째는 우울.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의 마음이 불안이라면, 우울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는 거예요. 현재는 이 두 가지가 제 전문 분야예요. 조금 더 공부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성격적인 부분이에요. 우울과 불안은 타고난 기질이기도 하지만 질병에 더 가깝거든요. 일시적인 감정, 생각을 넘어서 성격적으로 내재화된 우울, 불안에 관심이 가요.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것을 넘어, 내재화된 기질로 인해 자꾸만 문제를 촉발하는 성격적인 부분을 다루고자 해요.
💡 이러한 관점에 비춰본다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긴 시간 내담자와 만나 상담, 치료가 필요하겠네요. 결국 병원 밖을 나와 찻집을 겸한 상담소 마음과사람을 여셨어요. 보편적으로 연륜이 쌓인 40, 50대 임상심리사 선생님께서 상담소를 많이 열잖아요.
🗣 병원에서는 안정적인 커리어가 담보돼요. 다양한 케이스를 마주할 수 있고 돈을 버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마음과사람을 열 때까지 만해도 연륜있는 선생님들께서 상담소가 대부분이었어요. 병원, 상담소 그 어디에서든 임상심리사는 꾸준히 배워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제가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전문가 자격증을 딴 이후 바로 마음과사람을 열었는데, 임상심리사의 여러 일 중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치료, 상담 부분을 깊게 해내가고 싶었어요. 또 저의 또래 내담자를 고민을 보다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었고요.
💡 처음 상담소를 열었을 때 불안하지 않았나요? 주위 동료들과 다른 선택을 한 거니까요.
🗣 임상심리사들 사이에서 센터가 자리잡기까지 2년 정도를 보라고들 해요. 정말 2년만 버텨보고 아니라면 다시 구직을 해볼 요량이었어요. 2019년 처음 마음과사람을 열었을 땐 병원에 근무하면서 저녁, 주말에 상담소를 병행해 운영했어요. 차가운 클리닉 느낌의 여느 센터와 달리,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쉽게 문을 열 수 있을 만큼 상담소의 문턱을 낮추고 싶어 찻집을 병행했죠. 이러한 마음이 닿았는지 초기부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지금도 20, 30대 분들이 저희 기관에 가장 많이 방문하시고 또 오셔서 상담소 곳곳에 사진도 찍으시면서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세요. 우울증, 불안장애 같이 질병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저 마음의 건강을 꾸준히 관리, 체크하고자 오시는 분들도 다수예요.
💡 상담소 운영 이외에도 대학에서 강의도 진행하시고 책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도 쓰셨어요. 심리서 분야에서 꾸준히 인기있는 책으로 꼽히고 있어요.
🗣 저는 자극추구형이라 하고 싶은게 굉장히 많아요.(웃음) 제게 주어지는 새로운 기회는 무조건 도전해보는 형이죠. 책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심리 대중서를 쓰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책을 쓰면서 되려 제가 공부했던 것들을 한번 더 되짚어볼 수 있어 좋았죠. 이렇게 반응이 좋으리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 감사할 따름이에요.
💡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겠지만 책에 근간해 저희 주요 독자들인 2030세대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을 넘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웃음)
🗣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프로이드가 삶에서 두 가지 과업은 일과 사랑이라 말했잖아요. 일은 내가 어떤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지, 나의 자기효능감은 무엇인지 알게 해주죠. 또 사랑은 연인을 넘어 가족, 친구 등 다양한 관계에서 와요. 저는 크게 우리의 불안과 우울이 두 가지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일과 관련해서는 궁극에 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내가 나를 충분히 믿지 않으면 끊임없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좀 더 굵직하게 본다면 저는 자율성을 찾는 일이라고 말하거든요. 자율성이라는 건 내 삶에 대한 통제감, 예를 들어 자신이 어떠한 차를 평생 운전해야 하는데 운전대를 잘 잡고 있는지 또 이 차의 특징은 무엇인지 잘 아는 것과 같아요. 타인이 내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아닌지, 조수석에서 계속해 운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하죠. 그래야 연료가 떨어지면 채우고, 졸음이 쏟아질 땐 잠시 쉬면서 삶과 커리어를 이끌어갈 수 있어요. 이러한 상담을 나누는 내내 저는 취업이나 승진, 인간관계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가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응원을 더하며 곁에서 같이 견뎌주는 역할을 하고자 해요.
💡 임상심리사의 일이 쉽지만은 않을 듯해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 상담의 과정에 여러 학문, 기술이 필요하다지만 제일 중요한 건 관계 같아요. 내담자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걸 충분히 털어놓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관계를 구축하는 거죠. 그러한 관계 속엔 깊은 믿음이 필요해요. 저 또한 제가 상담했던 분의 자살 소식을 듣고 힘들어했던 때가 있어요. 그 분이 처음 저를 찾아오셨을 때, 자신은 죽을 날짜를 정해두었고 그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겠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떠나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저와 상담을 종결할 때 많이 호전되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그 분의 소식을 듣고 나니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당시에 저 또한 상담을 받기도 했을 정도죠. 그럼에도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이 끝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은 놓치 않아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자 하는 욕심도 있죠. 최근에는 상담소를 넘어 강연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될 지점을 넓히고자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임상심리사, 김아라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서촌을 비롯해 좋아하는 동네에 가서 햇빛을 받으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집이나 상담소를 벗어나 리프레시하고자 해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하루 1~2시간 내외.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구글 캘린더.
Freelance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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