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던 PD는, 환경 이야기를 노래와 연기로 들려주었다.
💡 KBS 창사 50주년 환경 예능 <지구 위 블랙박스>가 최근 화제였죠. 제작 배경이 궁금한데요. 환경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갖고 계셨나요?
🗣 조연출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1박 2일>을 끝내고 지리산에서 일주일 정도 캠핑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벚꽃이 너무 빨리 피고, 초봄인데도 너무 더운 거예요. 캠핑을 하면 24시간 밖에 있다보니 자연의 변화가 잘 느껴지거든요. 그때 딱 기후위기에 대한 머릿속 스위치가 켜진 것 같아요.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뉴스, 영상, 사진, 수치로 접하다 보니 심각성이 잘 와닿지 않잖아요? 그래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변해가는, 앞으로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지구를 ‘마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요.
💡 이전에도 ‘탄소제로 생활 도전기’인 <오늘부터 무해하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셨어요. 그 경험이 이번 <지구 위 블랙박스>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탄소를 줄이는 생활을 직접 실천하고 보여주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저도 그렇고 출연진이었던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씨도 모두 캠핑 마니아라서 캠핑장에서 생활하며 실제로 우리가 얼만큼의 탄소를 배출하고, 또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했죠. 그때를 계기로 ‘제작자로서 환경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뭔가 해야 한다거나 하자고 하는 건 부담이나 거부감을 야기시킬 수도 있겠더라고요. 일상에서 탄소를 줄이는 방법을 몰라서 실천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기후 위기의 실상을 직접 마주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구 위 블랙박스>에서는 무언갈 해야 한다는 실천적인 언어는 배제한 채 말 그대로 ‘블랙박스’처럼 지구의 현실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노래와 연기를 소재로 삼기로 한 거고요.
💡 처음 PD님이 환경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어떤 반응이었나요?
🗣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만들 때가 2021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미디어에서 기후 변화 이슈를 많이 다루지 않았어요. ‘탄소 제로 생활기’를 만들겠다고 하니 “탄소가 뭐야?”라는 반응이 다수였죠. 환경을 주제로 한 예능은 소위 ‘먹히지 않는 소재’라고 우려가 많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니까 미디어에서 이런 시도들을 마땅히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엔 환경 이슈와 예능을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많아져 반갑죠.
💡 <지구 위 블랙박스>가 ‘보여준’ 덕분에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후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촬영부터 후반 작업까지 500일 정도 걸린 대장정이라 힘든 점도 많으셨겠지만 남다른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 전체 프로그램과 별개로 퍼포먼스 클립 자체로도 힘을 갖길 기대했어요. 그래서 퍼포먼스를 잘하는 가수와 배우를 섭외하고 배경, 컨셉, 장치, 드라마 세트에 정말 많은 고민과 정성을 쏟았는데요. 신기하게도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이 이 정성을 알아봐주시더라고요. 한 컷 한 컷 정성 들여 찍은 게 보이고, 기획과 연출이 신박하다면서요. 소중한 마음으로 제작한 것들을 소중한 마음으로 봐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TV를 틀었다가 숨도 안 쉬고 끝까지 봤다”며 음악으로 유입되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셨다는 분도 많았고, 본방은 물론 재방, 3방까지 사수하시며 주변에 보라고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 마음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특히 수신료의 가치를 느낀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KBS 예능 센터에서 8년 이상 일하면서 거의 처음 듣는 얘기였어요.
💡 PD로서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어떻게 PD를 하게 되셨는지, 처음 꿈을 품었을 땐 어떤 PD가 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중학생 때부터 PD를 꿈꿨습니다. 우연히 학교에서 연극을 연출했는데, 사람들이 그 연극을 보며 웃고 감동하는 모습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연출가로의 길을 탐색하다 월급도 안정적이고 연출도 할 수 있는 방송 PD를 알게 된 거죠.(웃음) 처음 일을 시작한 건 2012년 하반기에 엠넷에 입사하면서부터예요. <슈퍼스타K 5>에 막내 조연출로 참여했죠. 이후 MAMA나 KCON 등 쇼를 많이 접했고, 음악이라는 소재로 오디션, 드라마, 무대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3년 정도 근무했는데 ‘좀 더 가치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PD가 되고싶다’는 마음이 점점 강해졌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KBS로 이직하게 됐고요. 두 채널이 추구하는 바와 분위기가 다른 만큼 각각의 장단점도 아주 명확해요. 저는 그 사이에서 제 안의 균형을 잡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 실제로 PD가 되고 나서, 상상하셨던 것과 달라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요?
🗣 PD는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각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괜히 억울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특히 막내 조연출 시절엔 ‘을 of 을’이 돼서 서러울 때가 많죠.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보니 그게 다 경험이더라고요. 보통 100명 이상의 인원과 일하게 되는데 ‘저 사람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겠구나, 저 사람은 이 상황에서 심적으로 힘들겠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게 돼요. 그 공감 능력이 PD에게 중요한 역량이고요.
💡 공감 능력 외에 PD로서 꼭 갖춰야 한다고 여기시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특히 PD님처럼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닌, 좀 더 공익적인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하는 PD 지망생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정말. 특히 공익과 재미를 동시에 잡고자 한다면 기획, 섭외, 촬영, 편집 등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수많은 암초를 만나고 갈등을 겪게 될 거예요. 아이템 자체가 엎어지기도 하고, 섭외가 잘 안 되기도 하고, 촬영 현장에선 수많은 변수와 맞닥뜨리게 되죠.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어야 해요. 프로그램에 담은 메시지가 중요한 경우, 그 메시지가 스스로를 일으켜주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PD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PD’란? 어떤 PD가 되고 싶으신지, 그런 PD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아는 PD가 좋은 PD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뿐만 아니라 OTT, 유튜브로 하루에도 수 백, 수 천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잖아요. 이런 시대에 콘텐츠 창작자로서 본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길을 잃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좇다 보면 스스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할 거고요. 그래서 내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는 PD가 좋은 PD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매일, 매월, 매년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니(웃음) 본인에게 맞는 휴식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모든 스위치를 끄고 자연으로 도피하는 편이에요. 잘 쉬어야 다시 레이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 방송/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쓰레기와 낭비를 보게 되잖아요. 업계를 막론하고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마음이 어려워지는 순간이죠. PD님은 그럴 때 어떻게 하셨나요?
🗣 방송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정말 많죠. 특히 촬영 현장에서는 수많은 스탭이 급박하게 움직이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잦아요. 저도 제주에서 <지구 위 블랙박스>를 촬영하는 동안 갑자기 비가 쏟아져 일회용 우비를 대량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스탭도, 장비도 젖으면 안 되니까요. 그럴 때마다 마음에 죄책감이 일죠. 하지만 그런 변수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탭들에게 텀블러를 들고 오게 하거나, 촬영 현장에 정수기를 갖다 놓는다거나, 다회용 식판을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했어요. 완벽하게 실천할 수는 없어도 그렇게 하나, 둘 줄여가는 마음 가짐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좀 더 친환경을 위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지만 재직 중인 업계를 떠나기 힘든 사람들, 기존 업무에 ‘친환경’ 키워드를 추가하고픈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친구랑 연애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환경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해요.
KBS PD 구민정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넷플릭스,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 인스타그램 @cinemaauthor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3시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캘린더(J입니다), 올팜(한창 수확 중입니다), 인스타(습관적 감상)
Feature Editor 박한나
Photo 개인 제공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던 PD는, 환경 이야기를 노래와 연기로 들려주었다.
💡 KBS 창사 50주년 환경 예능 <지구 위 블랙박스>가 최근 화제였죠. 제작 배경이 궁금한데요. 환경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갖고 계셨나요?
🗣 조연출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1박 2일>을 끝내고 지리산에서 일주일 정도 캠핑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벚꽃이 너무 빨리 피고, 초봄인데도 너무 더운 거예요. 캠핑을 하면 24시간 밖에 있다보니 자연의 변화가 잘 느껴지거든요. 그때 딱 기후위기에 대한 머릿속 스위치가 켜진 것 같아요.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뉴스, 영상, 사진, 수치로 접하다 보니 심각성이 잘 와닿지 않잖아요? 그래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변해가는, 앞으로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지구를 ‘마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요.
💡 이전에도 ‘탄소제로 생활 도전기’인 <오늘부터 무해하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셨어요. 그 경험이 이번 <지구 위 블랙박스>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탄소를 줄이는 생활을 직접 실천하고 보여주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저도 그렇고 출연진이었던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씨도 모두 캠핑 마니아라서 캠핑장에서 생활하며 실제로 우리가 얼만큼의 탄소를 배출하고, 또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했죠. 그때를 계기로 ‘제작자로서 환경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뭔가 해야 한다거나 하자고 하는 건 부담이나 거부감을 야기시킬 수도 있겠더라고요. 일상에서 탄소를 줄이는 방법을 몰라서 실천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기후 위기의 실상을 직접 마주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구 위 블랙박스>에서는 무언갈 해야 한다는 실천적인 언어는 배제한 채 말 그대로 ‘블랙박스’처럼 지구의 현실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노래와 연기를 소재로 삼기로 한 거고요.
💡 처음 PD님이 환경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어떤 반응이었나요?
🗣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만들 때가 2021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미디어에서 기후 변화 이슈를 많이 다루지 않았어요. ‘탄소 제로 생활기’를 만들겠다고 하니 “탄소가 뭐야?”라는 반응이 다수였죠. 환경을 주제로 한 예능은 소위 ‘먹히지 않는 소재’라고 우려가 많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니까 미디어에서 이런 시도들을 마땅히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엔 환경 이슈와 예능을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많아져 반갑죠.
💡 <지구 위 블랙박스>가 ‘보여준’ 덕분에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후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촬영부터 후반 작업까지 500일 정도 걸린 대장정이라 힘든 점도 많으셨겠지만 남다른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 전체 프로그램과 별개로 퍼포먼스 클립 자체로도 힘을 갖길 기대했어요. 그래서 퍼포먼스를 잘하는 가수와 배우를 섭외하고 배경, 컨셉, 장치, 드라마 세트에 정말 많은 고민과 정성을 쏟았는데요. 신기하게도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이 이 정성을 알아봐주시더라고요. 한 컷 한 컷 정성 들여 찍은 게 보이고, 기획과 연출이 신박하다면서요. 소중한 마음으로 제작한 것들을 소중한 마음으로 봐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TV를 틀었다가 숨도 안 쉬고 끝까지 봤다”며 음악으로 유입되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셨다는 분도 많았고, 본방은 물론 재방, 3방까지 사수하시며 주변에 보라고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 마음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특히 수신료의 가치를 느낀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KBS 예능 센터에서 8년 이상 일하면서 거의 처음 듣는 얘기였어요.
💡 PD로서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어떻게 PD를 하게 되셨는지, 처음 꿈을 품었을 땐 어떤 PD가 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중학생 때부터 PD를 꿈꿨습니다. 우연히 학교에서 연극을 연출했는데, 사람들이 그 연극을 보며 웃고 감동하는 모습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연출가로의 길을 탐색하다 월급도 안정적이고 연출도 할 수 있는 방송 PD를 알게 된 거죠.(웃음) 처음 일을 시작한 건 2012년 하반기에 엠넷에 입사하면서부터예요. <슈퍼스타K 5>에 막내 조연출로 참여했죠. 이후 MAMA나 KCON 등 쇼를 많이 접했고, 음악이라는 소재로 오디션, 드라마, 무대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3년 정도 근무했는데 ‘좀 더 가치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PD가 되고싶다’는 마음이 점점 강해졌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KBS로 이직하게 됐고요. 두 채널이 추구하는 바와 분위기가 다른 만큼 각각의 장단점도 아주 명확해요. 저는 그 사이에서 제 안의 균형을 잡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 실제로 PD가 되고 나서, 상상하셨던 것과 달라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요?
🗣 PD는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각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괜히 억울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특히 막내 조연출 시절엔 ‘을 of 을’이 돼서 서러울 때가 많죠.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보니 그게 다 경험이더라고요. 보통 100명 이상의 인원과 일하게 되는데 ‘저 사람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겠구나, 저 사람은 이 상황에서 심적으로 힘들겠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게 돼요. 그 공감 능력이 PD에게 중요한 역량이고요.
💡 공감 능력 외에 PD로서 꼭 갖춰야 한다고 여기시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특히 PD님처럼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닌, 좀 더 공익적인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하는 PD 지망생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정말. 특히 공익과 재미를 동시에 잡고자 한다면 기획, 섭외, 촬영, 편집 등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수많은 암초를 만나고 갈등을 겪게 될 거예요. 아이템 자체가 엎어지기도 하고, 섭외가 잘 안 되기도 하고, 촬영 현장에선 수많은 변수와 맞닥뜨리게 되죠.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어야 해요. 프로그램에 담은 메시지가 중요한 경우, 그 메시지가 스스로를 일으켜주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PD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PD’란? 어떤 PD가 되고 싶으신지, 그런 PD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아는 PD가 좋은 PD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뿐만 아니라 OTT, 유튜브로 하루에도 수 백, 수 천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잖아요. 이런 시대에 콘텐츠 창작자로서 본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길을 잃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좇다 보면 스스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할 거고요. 그래서 내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는 PD가 좋은 PD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매일, 매월, 매년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니(웃음) 본인에게 맞는 휴식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모든 스위치를 끄고 자연으로 도피하는 편이에요. 잘 쉬어야 다시 레이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 방송/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쓰레기와 낭비를 보게 되잖아요. 업계를 막론하고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마음이 어려워지는 순간이죠. PD님은 그럴 때 어떻게 하셨나요?
🗣 방송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정말 많죠. 특히 촬영 현장에서는 수많은 스탭이 급박하게 움직이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잦아요. 저도 제주에서 <지구 위 블랙박스>를 촬영하는 동안 갑자기 비가 쏟아져 일회용 우비를 대량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스탭도, 장비도 젖으면 안 되니까요. 그럴 때마다 마음에 죄책감이 일죠. 하지만 그런 변수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탭들에게 텀블러를 들고 오게 하거나, 촬영 현장에 정수기를 갖다 놓는다거나, 다회용 식판을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했어요. 완벽하게 실천할 수는 없어도 그렇게 하나, 둘 줄여가는 마음 가짐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좀 더 친환경을 위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지만 재직 중인 업계를 떠나기 힘든 사람들, 기존 업무에 ‘친환경’ 키워드를 추가하고픈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친구랑 연애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환경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해요.
KBS PD 구민정님에게 물었습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넷플릭스,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 인스타그램 @cinemaauthor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3시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캘린더(J입니다), 올팜(한창 수확 중입니다), 인스타(습관적 감상)
Feature Editor 박한나
Photo 개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