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하게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지난 3년, 효과는 굉장했다!
국내 대표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의 3인은 오늘도 알맹이만 남기는데 여념이 없다.
💡 보통 공동대표라고 하면 두 분인 경우가 많은데 알맹상점은 대표님이 세 분이에요. 합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환경 활동가로 오래 일한 고금숙 대표가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없이 장보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저와 양래교 대표는 그런 캠페인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했기 때문에 각자 사는 지역이 달랐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캠페인 진행뿐만 아니라 상인회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작게 세제 소분샵을 운영 중이었는데, 공간 리뉴얼 때문에 정리를 해야 했어요. 그때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거예요. 캠페인만 계속 할 건지 아니면 공간을 꾸려서 사업을 진짜 해볼 건지를요. 셋 다 쓰레기 줄이는데 진심이라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아주 노래를 불렀어서(웃음) 합심하는 건 쉬웠어요.
💡 그럼 현재 세 분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하면서 의견이 안 맞아 마음 상한 적은 없으세요?
🗣 세 명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기획, 홍보, 외부 소통, 미팅, 구매, 회계, 인사, 매장 운영… 모든 부분을 함께 관리하며 운영하고 있어요. 사람인지라 마음 상한 적도 물론 있지만 ‘잘’ 싸웠어요. 불만이나 요구 사항들을 얘기했을 때 서로 잘 들어줬고요. 덕분에 3년이 지난 지금도 무탈하게 운영 중이랍니다.
💡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도 따셨다고요. 아주 어려운 시험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리필 스테이션’에서 화장품을 덜어 판매하려면 꼭 필요한 자격증이에요. 2020년 2월 첫 시험이 생겼을 때 고금숙 대표가 바로 자격증을 땄어요. 개업 준비 중일 때였는데, 직접 강의 들으러 다니시면서 열심히 공부하셨죠. 당시 어떤 기업도 벌크(20리터)형 화장품이 없었는데, 고금숙 대표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의 연결 덕분에 ‘아로마티카’와 협업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한국 최초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을 걸고 판매할 수 있게 됐죠.
💡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운영하는 등 개인이 재활용하기 힘든 물건도 다 가져오게 하잖아요? 그렇게 모은 쓰레기를 잘 처리하기 위해 대표님들의 방향에 공감해주는 협력사를 찾는 것도 꽤나 큰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어떻게 찾으시고, 또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 자원 순환할 수 있는 쓰레기가 처음부터 많았던 건 아니에요. 초기엔 3~4개 정도 됐는데, 먼저 그것들을 재활용하는 업체를 찾아 연결했어요. 그 과정에서 재활용을 거쳐 어떤 물건으로 거듭나는지,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가 있다면 이유가 뭔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를 더 자세히 알게 됐고요. 그런 파악을 하고 나니 각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쓰레기를 알맞게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러자 점차 다른 업사이클 업체들도 쓰레기를 걷어줄 수 있냐며 요청해주셨고, 그렇게 여러 업체들을 모두 연결해 회수 센터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브리타 필터 수거 시스템처럼 특정 기업에게 움직임을 요구할 땐 시민들과 같이 움직였어요. 다른 가게도 함께 동참했고요. 만 명 이상에게 서명을 받아 브리타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덕분에 아시아 최초로 폐필터 시스템이 완성됐어요.
💡 알맹상점을 소개할 땐 단순히 ‘제로 웨이스트샵’이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 성지’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친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으니까요. 혹시 상점 운영 외에도 진행하는 협업이나 계획 중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요?
🗣 유리컵 재사용 확대를 위한 서명 운동이나 종이팩 재활용,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착 등 각종 캠페인은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다른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작년부터 ‘일회용컵 없다방’이라고 해서 행사나 공연, 연예인 서포트용 커피차를 운영하고 있어요. 좀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인데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 같습니다.
💡 가맹점 문의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요. 혹시 전국적으로 늘리실 생각은 없나요?
🗣 지금은 서울역 옥상 정원에 알맹상점 2호점이 있고, 그 외에는 늘리지 않으려 해요. 소분 판매하는 것 중 주방 세제와 화장품은 식약처 관할이라 3호점을 낸다면 해당 업장에 맞춤형조제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또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 자격증 시험 합격률이 7% 남짓할 정도로 어렵거든요. 저와 래교 대표가 상점 운영하면서 공부를 해봤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이 때문에 리필 스테이션을 곳곳에 내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현재 운영하는 상점에 집중하자고 생각한 거죠.
💡 요가 살롱이나 훌라 워크숍 같은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행사도 진행하셨죠. 이유가 뭔가요? 쓰레기 감소와는 다른 영역 같은데, 친환경에 관심 많은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 이미 환경 문제에 직면하여 실천하시는 분들은 먹고 마시고 쓰는 것 외에도 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말이죠. 특히 요가와 훌라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은 건 쓰레기 없이 맨몸으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알맹상점에서는 요가와 훌라 외에도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한답니다.
💡 기후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많은데, 알맹상점을 찾는 분들 중에서도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대표님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고요. 어떻게 헤쳐나가시나요?
🗣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함께 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힘들 땐 토닥이며 이끌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지속 가능할 수 있어요.
💡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건 ‘슬로우 비즈니스’라고 표현하신 적 있죠. 알맹상점처럼 슬로우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나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 조건이나 필요한 역량이란 건 없습니다.(웃음) 저희는 그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중이에요. 보통 장을 볼 때 마트에선 아주 빠르게 결제되지만 알맹상점에선 꽤 오래 걸립니다. 용기를 바짝 세척해왔는지 확인하고, 원하는 만큼 내용물을 충전해 무게를 적고, 그램 당으로 계산하면서 저희가 안내해야 할 때도 많아요. 또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진행하는 서명이나 탄소 실천 포인트, 자원 순환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알려드리죠. ‘슬로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슬로우’해져요. 다행히 저희 손님들이 잘 기다려 주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쓰레기 줄이는 것에 진심인 이 마음이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게 목표입니다. 환경을 더 오래, 건강하게 보고 싶은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공간으로 꾸리도록, 더 열심히 운영하겠습니다.
알맹상점 공동대표 이주은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프라우허(frau.heo)님, 각종 릴스와 숏츠.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3시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인스타그램, 구글, 전화.
Feature Editor 박한나
Photo 개인 제공
착실하게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지난 3년, 효과는 굉장했다!
국내 대표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의 3인은 오늘도 알맹이만 남기는데 여념이 없다.
💡 보통 공동대표라고 하면 두 분인 경우가 많은데 알맹상점은 대표님이 세 분이에요. 합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환경 활동가로 오래 일한 고금숙 대표가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없이 장보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저와 양래교 대표는 그런 캠페인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했기 때문에 각자 사는 지역이 달랐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캠페인 진행뿐만 아니라 상인회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작게 세제 소분샵을 운영 중이었는데, 공간 리뉴얼 때문에 정리를 해야 했어요. 그때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거예요. 캠페인만 계속 할 건지 아니면 공간을 꾸려서 사업을 진짜 해볼 건지를요. 셋 다 쓰레기 줄이는데 진심이라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아주 노래를 불렀어서(웃음) 합심하는 건 쉬웠어요.
💡 그럼 현재 세 분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하면서 의견이 안 맞아 마음 상한 적은 없으세요?
🗣 세 명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기획, 홍보, 외부 소통, 미팅, 구매, 회계, 인사, 매장 운영… 모든 부분을 함께 관리하며 운영하고 있어요. 사람인지라 마음 상한 적도 물론 있지만 ‘잘’ 싸웠어요. 불만이나 요구 사항들을 얘기했을 때 서로 잘 들어줬고요. 덕분에 3년이 지난 지금도 무탈하게 운영 중이랍니다.
💡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도 따셨다고요. 아주 어려운 시험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리필 스테이션’에서 화장품을 덜어 판매하려면 꼭 필요한 자격증이에요. 2020년 2월 첫 시험이 생겼을 때 고금숙 대표가 바로 자격증을 땄어요. 개업 준비 중일 때였는데, 직접 강의 들으러 다니시면서 열심히 공부하셨죠. 당시 어떤 기업도 벌크(20리터)형 화장품이 없었는데, 고금숙 대표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의 연결 덕분에 ‘아로마티카’와 협업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한국 최초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을 걸고 판매할 수 있게 됐죠.
💡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운영하는 등 개인이 재활용하기 힘든 물건도 다 가져오게 하잖아요? 그렇게 모은 쓰레기를 잘 처리하기 위해 대표님들의 방향에 공감해주는 협력사를 찾는 것도 꽤나 큰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어떻게 찾으시고, 또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 자원 순환할 수 있는 쓰레기가 처음부터 많았던 건 아니에요. 초기엔 3~4개 정도 됐는데, 먼저 그것들을 재활용하는 업체를 찾아 연결했어요. 그 과정에서 재활용을 거쳐 어떤 물건으로 거듭나는지,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가 있다면 이유가 뭔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를 더 자세히 알게 됐고요. 그런 파악을 하고 나니 각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쓰레기를 알맞게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러자 점차 다른 업사이클 업체들도 쓰레기를 걷어줄 수 있냐며 요청해주셨고, 그렇게 여러 업체들을 모두 연결해 회수 센터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브리타 필터 수거 시스템처럼 특정 기업에게 움직임을 요구할 땐 시민들과 같이 움직였어요. 다른 가게도 함께 동참했고요. 만 명 이상에게 서명을 받아 브리타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덕분에 아시아 최초로 폐필터 시스템이 완성됐어요.
💡 알맹상점을 소개할 땐 단순히 ‘제로 웨이스트샵’이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 성지’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친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으니까요. 혹시 상점 운영 외에도 진행하는 협업이나 계획 중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요?
🗣 유리컵 재사용 확대를 위한 서명 운동이나 종이팩 재활용,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착 등 각종 캠페인은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다른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작년부터 ‘일회용컵 없다방’이라고 해서 행사나 공연, 연예인 서포트용 커피차를 운영하고 있어요. 좀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인데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 같습니다.
💡 가맹점 문의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요. 혹시 전국적으로 늘리실 생각은 없나요?
🗣 지금은 서울역 옥상 정원에 알맹상점 2호점이 있고, 그 외에는 늘리지 않으려 해요. 소분 판매하는 것 중 주방 세제와 화장품은 식약처 관할이라 3호점을 낸다면 해당 업장에 맞춤형조제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또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 자격증 시험 합격률이 7% 남짓할 정도로 어렵거든요. 저와 래교 대표가 상점 운영하면서 공부를 해봤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이 때문에 리필 스테이션을 곳곳에 내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현재 운영하는 상점에 집중하자고 생각한 거죠.
💡 요가 살롱이나 훌라 워크숍 같은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행사도 진행하셨죠. 이유가 뭔가요? 쓰레기 감소와는 다른 영역 같은데, 친환경에 관심 많은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 이미 환경 문제에 직면하여 실천하시는 분들은 먹고 마시고 쓰는 것 외에도 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말이죠. 특히 요가와 훌라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은 건 쓰레기 없이 맨몸으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알맹상점에서는 요가와 훌라 외에도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한답니다.
💡 기후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많은데, 알맹상점을 찾는 분들 중에서도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대표님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고요. 어떻게 헤쳐나가시나요?
🗣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함께 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힘들 땐 토닥이며 이끌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지속 가능할 수 있어요.
💡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건 ‘슬로우 비즈니스’라고 표현하신 적 있죠. 알맹상점처럼 슬로우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나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 조건이나 필요한 역량이란 건 없습니다.(웃음) 저희는 그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중이에요. 보통 장을 볼 때 마트에선 아주 빠르게 결제되지만 알맹상점에선 꽤 오래 걸립니다. 용기를 바짝 세척해왔는지 확인하고, 원하는 만큼 내용물을 충전해 무게를 적고, 그램 당으로 계산하면서 저희가 안내해야 할 때도 많아요. 또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진행하는 서명이나 탄소 실천 포인트, 자원 순환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알려드리죠. ‘슬로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슬로우’해져요. 다행히 저희 손님들이 잘 기다려 주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쓰레기 줄이는 것에 진심인 이 마음이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게 목표입니다. 환경을 더 오래, 건강하게 보고 싶은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공간으로 꾸리도록, 더 열심히 운영하겠습니다.
알맹상점 공동대표 이주은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프라우허(frau.heo)님, 각종 릴스와 숏츠.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3시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인스타그램, 구글, 전화.
Feature Editor 박한나
Photo 개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