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청소부 겸 작가🔍 김예지, 건물 청소를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김예지는 청소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강연가 등 무수히 많은 직업을 균형감있게 운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의 직업적 삶이 찬란했던 것은 아니다. 깊은 직업적 좌절과 우울 속에서 가장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했고, 끝내 여러가지, 가지가지 해내는 사람이란 뜻의 작가명 ‘김가지’로 활동하며 그만의 직업적 세계관을 계속해 쌓고 있다.



💡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년간 회사생활 끝에 퇴사를 했다고 들었어요.

🗣️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디자인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온라인몰에 인턴으로 취직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고 밥벌이를 할 나이가 되면 당연 회사를 가야지’ 생각했던 사람이었거든요. 운이 좋게도 단번에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회사라는 조직은 저와 맞지 않았어요. 이전부터 갖고 있던 사회불안장애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어요. 별일 없이도 회사로 출근하는 게 너무 불안했고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죠. 거기에 제가 처음 얻은 직업인 ‘상품 스타일리스트’는 포토그래퍼와 한 팀으로 협업하는 일을 했는데 저의 성향과 맞지 않았어요. ‘불안장애를 고치고 다시 돌아오든 하자’라는 마음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죠.


💡 어느 인터뷰에서 사회생활은 ‘자신의 성격을 죽이며 또 맞춰가며 일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라 언급하셨어요. 결국엔 누군가 구축해둔 사회를 깨고 작가님만의 직업적 세계관을 만드셨어요.

🗣️ 그 때의 답처럼 저는 제 성격을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예민한 성향의 저와 맞는 상황의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무던하게 맞춰서 잘할 수 있는 일 대신 저라는 개인의 특성에 맞는 일들 말이죠. 어머니의 제안으로 시작한 청소 일도, 일러스트 작업도 그렇죠. 그것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니 결국 저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었어요. 여기저기 삐쭉하고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퍼즐 조각을 모아 맞추다 보니 생각치도 못한 직업관이 생겨버린 거죠. (웃음)


💡 말씀하신 것처럼 청소, 일러스트, 강연, 글쓰기까지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계시죠. 작가님께 일이란 무엇인가요?

🗣️ 일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다채로운 녀석이에요. 가끔은 일이 제 자신으로도 느껴지죠. 그래서 다양한 일을 할 때 제 안의 여러 페르소나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어요. 지금 이 시대에 일이라는 건 한 사람을 나타내는 강력한 자아처럼 느껴져요. 내가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떻게 세상을 대할 지가 그 사람이 하는 일에서 많이 느껴지거든요. 음, 그리고 일은 책임감이요. 성인이 되어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어주잖아요.


💡 각각의 일에서 느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앞서 말한 직업적 페르소나일 수도 있을 테죠.

🗣️ 청소부라는 직업은 세상의 시야를 넓혀주는 매력이 있어요. 26살에 청소부가 되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세상이 많거든요. 또래가 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건 그만큼 물음표도 많고 외롭기도 해요. 그런 것들 덕분에 직업에 대한 깊은 통찰도 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그림, 글 등을 재주로 삼아 하는 일들은 나라는 사람을 아주 내밀하게 알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묻어나거든요. 제가 만들어낸 세계이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이러한 작업 속에서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깨달을 때가 많아요. 반대로 저의 한계도 느끼게 되고요. 마냥 쉽지만은 않아서 연애와 비슷하달까요? 제게 밀당을 너무 심하게 하는 일이라서, 또 너무 매력적이라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웃음)  



💡 십분 공감해요.(웃음) 다방면을 아울러 살아왔기에 더욱 빠르게 일의 의미, 통찰을 얻은 듯해요. 반면 어느 누군가는 한 방향만을, 한 분야의 전문성을 고도화하며 살기도 하잖아요. 작가님이 쌓은 직업적 삶에 불안한 적은 없었나요?

🗣️ 여전히 불안해요. 워낙 성격자체가 불안을 잘 느끼는 편인 것도 한몫하고요. 반대로 전문성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저라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을까? 되물어본다면 그건 아닐 것 같아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갖는 ‘보편적 불안감’은 아닐까? 싶죠. 일에 대한 불안은 성장의 좋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불안을 잘 다스리며 살려고 해요. 여러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려고 노력하고요.


💡 <저 청소일 하는데요?>,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까지 직업적 여러 순간에 책들을 써오셨잖아요. 가장 애틋한 작품이 있을까요?

🗣️ 인터뷰 중 이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어려워요. 거짓말이라도 무언가를 골라야 할 것 같거든요.(웃음) 지금까지 낸 책 모두 제겐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요. 이제 겨우 3권의 책을 냈을 뿐이라서 그럴까요? 각자 저의 어느 부분을 담고 있고 그 내용 하나하나에 진한 마음이 녹아 있거든요. 예전엔 이러한 질문에 눈 딱 감고 한권을 골랐는데, 이젠 안 그러려고요. 생각해보니 모든 책이, 모든 순간이 애틋해요.



💡 작가님께서 이러한 불안을 잘 다스리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몫도 컸으리라 생각해요. 누구보다 딸을 잘 아시기에 처음 청소 일을 제안하신 것도 어머니셨고요. 지금도 동업하며 함께 일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가장 사적인 존재와 공적인 일을 도모하는 데 느끼는 장단점이 있으리라 봐요. 

🗣️ 장점은 직장동료가 엄마라는 것, 단점은 직장동료가 엄마라는 것이에요. 말장난 같네요.(웃음) 저의 편의를 잘 봐주시고 누구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점이 좋죠. 반대로 그만큼 선을 넘기 쉽다는 것, 또한 엄마와 일하다 보니 아직 제 스스로 독립하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타인과 일했다면 철저히 구분했을 것들이 뭉그러지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10년을 다 채우고 나면, 청소 일을 정리할까?도 고민 중이에요. 그 어떤 일보다 제게 안정감을 주고 편안한 직업이지만 그만큼 안주하는 기분도 들거든요. 정말 혼자 일을 해봐야 독립적인 어른이 될 것 같아요. 모녀이자 동료 관계를 잘 유지하는 팁이요? ‘잘 싸우는 것’이라 생각해요. 화날 땐 감정이 앞서서 날선 말을 던지기도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힌 후엔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꼭 대화하고 사과를 나눠요. 화만 내고 끝난 싸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 끝에 이젠 잘 싸우지도 않는 듯해요.(웃음)


💡 어느 시절의 작가님처럼 여러 이유로 취업, 이직, 퇴사 등 직업적 고민에 깊게 빠져있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응원의 한 마디를 덧붙인다면요?

🗣️ 커리어적인 좌절을 맛 보았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일상을 잘 살아가는 거예요. 커리어가 꺾일 때 자존감도 같이 꺾이는 일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면 자신을 자책하고 미워하게 되죠. 그 순간 일상이 깨지기 십상이에요. 일상만 잘 부여잡아도 그 좌절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살면서 좌절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손님인데, 그 손님을 어떻게 맞이할 지 아는 게 중요하죠. 밥 잘 먹고, 잘자고, 운동하다 보면 그 좌절을 딛고 새로운 것을 해낼 힘이 생겨요. 또 결국 지금 그 고민으로 인해 결국 한 발 더 성장할 거예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성장이 싫을 수도 있겠죠? 인간은 살면서 시련과 고민이 꼭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그 고민들을 해결하며 결국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되고 성장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당장의 고민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서 저의 말이 ‘너무 낙관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분명 지나고 나면 그 때의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는 날이 올 거예요. 고민에 힘든 건 당연해요. 힘들어하는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스스로를 잘 챙기고 다독여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청소부 겸 작가, 김예지 님에게 물었습니다!


🔍 새로운 생각,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핀터레스트를 자주 봐요. 또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는데, 아무래도 그런것들이 고여있던 생각이나 시선의 물고를 터줄 때가 많거든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정확히 시간을 계산해본 적은 없으나 틈나는 대로 확인하는 편이라 꽤 오랜 시간 사용할 듯해요. 줄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SNS를 보고난 뒤 기분이 가라 앉을 때도 종종 있거든요.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건 아마 SNS 세상 속 제 자아가 많이 커져서 인 듯해요. 그래서 내려놓지 못하고 자꾸 부여잡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Freelance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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