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천 명의 ‘일잘러’를 한자리에 모으고, 최근 ‘마켓컬리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이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얻은 알파 우먼.

일간지 기자로 20년 가까이 일했어요. 수많은 직업 중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히 어떤 계획이나 야망이 있던 건 아니에요. 기자를 택한 건 그 직업이 비교적 독립적이고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서죠. 제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그런 직업이 많지 않았거든요. 저는 지금도 뭔가를 선택할 때 자유라는 가치를 제일 중심에 둬요. 이 일이 나에게 얼마나 자유를 주는가. 기자는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직업이었어요. 그래서 오래 한 것 같아요.
중앙일보 논설위원부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 제일기획 상무까지, 창업 이전의 경력이 무척 화려합니다. ‘당연히 유학파나 금수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세간의 추측인데요.
전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K-장녀, K-맏며느리예요. 대학 다닐 때는 항상 서너 개의 알바를 동시에 했어요. 길에서 호객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방문 판매도 하고, 과외에 방송작가에 라디오 출연까지 그야말로 돈 되는 건 다 했죠. 그렇게 번 돈으로 대학 등록금 내고, 저희 식구들 생활비까지 다 댔어요. 원래 꿈은 소설가였는데 준비할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의 생계가 몽땅 저에게 걸려 있으니 졸업 앞두고 엄청나게 불안했죠.
신문사에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실은 그전에 T.G.I. 프라이데이스 창업팀에서 일했어요. 처음엔 엄청 재밌었죠. 한국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장안의 유명인들이 다 거기서 밥을 먹었어요. 근데 1호점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니 회사가 되게 재미없더라고요. 저는 마케팅이나 기획 일을 하고 싶은데 총무팀에서 맨날 직원들 월급 계산이나 하고 있고.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셨어요? 그때가 딱 그랬어요. 여자들만 직장에서 유니폼 입고, 30분 일찍 나와서 책상 닦고 재떨이 비우고요. 어느 날인가 밤새 타자기로 직원들 월급봉투 찍고 있는데, 창밖으로 조그만 신문사에서 경력 기자 모집한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학보사 시절부터 좋아하던 신문이라 바로 원서를 냈어요.
그렇지만 경력이 없었잖아요?
안 그래도 면접 보러 갔더니 면접관이 그러더군요. “경력도 없으면서 경력 기자 모집에 원서 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서 불렀다”고.(웃음) 경력은 없지만 대학 다닐 때 학보사도 했고 언론 고시 준비하는 친구들 첨삭도 해줬고 이런저런 매체에 4년째 자유 기고도 하고 있고 뭐 그렇다, 서류상의 경력은 없지만 사실상 경력이다, 막 우겨서 결국 입사를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어디 가도 잘됐겠어요.(웃음) 만약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에 도전하겠어요?
100% 창업이죠. 그게 개인의 성장이나 부를 이루는 데 훨씬 더 빠르고 도전적인 길이니까요. 경험이 없으니 초반에는 뭘 해도 망할 게 뻔하지만 뭐 어때요. 20~30대는 망해도 충분히 괜찮은 나이인걸요. 처절하게 깨지고 고생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큰 성장도 이룰 테고요.
정작 본인은 40대라는 쉽지 않은 나이에 그 일을 했어요. 퇴사 후 한국 최초의 창업 생태계 플랫폼이라 평가받는 ‘디캠프’를 만들고, 뒤이어 일하는 여성의 커리어 성장을 지원하는 멤버십 커뮤니티 ‘헤이조이스’를 설립했지요.
헤이조이스의 경우 2018년 창업 당시에는 선릉역 근처에 있는 아지트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서비스로 출발했어요. 코로나19 터지자마자 전용 웨비나를 빠르게 구축해 100%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했고요. 2년의 성장 끝에 유료 멤버십 제도를 폐지하고, 무료 가입 후 콘텐츠별로 단일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죠.
헤이조이스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퍼스널 네트워크인데, 실제로 회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나요?
일단 수많은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요.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기도 하고, 와인 모임처럼 취미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웨비나로 여성 프로페셔널들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콘퍼런스를 여는데, 그때는 거의 2천 명 가까이 모여들어요. 사회 초년생부터 40~5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직군과 연차의 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온라인 콘퍼런스예요. 강의하는 연사도 여성이고 참여하는 분들도 모두 여성이다 보니 시작과 동시에 서로 간에 어떤 동질감 같은 게 형성돼죠. 저희는 줌(ZOOM) 같은 기존 프로그램이 아닌 자체 개발한 웨비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회원 간에 의견을 주고받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아프리카TV처럼 맘에 들면 하트도 쏠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 연사와 청중, 청중과 청중 사이에 굉장히 많은 인터랙션이 일어나요. 그야말로 채팅창에 불이 나는 거죠. 온라인이지만 다 같이 노는 느낌,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사회 초년생에게는 인맥 형성의 기회기도 하겠네요.
그래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꿀 빠는 커뮤니티’로 불려요.(웃음) 우리나라는 사회 초년생이 사회에서 자신의 롤모델이나 레퍼런스를 찾기 너무 힘든 구조잖아요. 롤모델이라 봤자 학교 선배나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 정도가 고작이고요. 근데 헤이조이스에서는 사회생활 10년 차에도 만나기 어려운 멋진 여성 프로페셔널을 잔뜩 만날 수 있어요. 남자들이 술자리나 골프 모임에서 공유하는 사회생활의 팁을 헤이조이스를 통해 얻어 가는 거죠. 실제로 웨비나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이런 언니들과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울컥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회원 간에 채용이 이뤄지거나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야 셀 수 없이 많고요.
올해 초, 창업 4년 만에 회사가 마켓컬리에 인수되면서 업계 안팎으로 큰 화제를 뿌리기도 했죠.
마켓컬리(이하 ‘컬리’)는 1천만 명 넘는 고객을 확보한 회사예요. 다만 커머스 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터라 콘텐츠와 커뮤니티 영역이 아직 비어 있는 상태였죠. 헤이조이스는 회원이 3만 명 남짓한 작은 규모지만 그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그래도 한국 스타트업 동네에서 제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회사 중 하나였고요. ‘2040 여성’이라는 핵심 고객층이 서로 비슷한 데다, 김슬아 대표와 제가 추구하는 사업의 지향점도 완전히 같아 처음부터 엄청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됐어요.
언뜻 큰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플랫폼인데, 어떤 부분에서 뜻이 맞았나요?
컬리 고객 중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제 주변 여자들만 봐도 정말 컬리 안 쓴다는 사람이 없어요. 특히 저처럼 애 키우는 전문직 여성들은 대부분 컬리 헤비 유저예요. 일과 육아에 치이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에서만큼은 자신의 취향과 기준을 지키려는 여자들이죠. 이는 ‘영원히, 나답게’라는 헤이조이스의 비전과도 일맥상통해요. 둘 다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 여성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요. 컬리는 식탁으로, 헤이조이스는 일을 통해 ‘자기다운 삶’이라는 그들의 가치를 구현하는 셈이에요.
10번의 이직을 경험한 ‘프로 이직러’입니다. 잦은 이직과 짧은 재직 기간은 오히려 커리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취업 시장의 국룰인데요.
저라고 이직을 특별히 권장하는 건 아니에요. 이력서가 너무 지저분한 사람은 저 역시 채용을 망설일 거 같고요. 회사를 하도 자주 옮기다 보니 저를 굉장히 모험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습니다. 회사가 싫어서, 상사가 짜증 나서 홧김에 사표 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나를 정말 가슴 뛰게 하는 새로운 일을 만났을 때, 그 설렘의 느낌이야말로 확실한 이직의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밖에 급여라든가 회사의 이름값이라든가 하는 건 저에게는 전부 후순위, 매우 후순위예요.
〈코스모폴리탄〉은 최근 사회 초년생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 ‘클로즈업’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커리어 플랫폼 창업 선배로서 도움이 되는 팁을 나눠준다면요?
요즘은 너무 많은 분이 즉답을 원하고, 내 문제를 남이 대신 풀어주길 원하잖아요. 유튜브에 떠도는 멘토들의 동영상이나 MBTI처럼요. 클로즈업은 분명 이상적인 서비스겠지만 그걸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앞으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거예요. 저도 답을 알려드리고 싶지만, 그걸 알면 제가 돈을 많이 벌었겠죠?(웃음)
- Editor 강보라
Photo 장기평
Stylist 김성덕
Hair 박규빈
Makeup 문지원
2만5천 명의 ‘일잘러’를 한자리에 모으고, 최근 ‘마켓컬리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이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얻은 알파 우먼.
일간지 기자로 20년 가까이 일했어요. 수많은 직업 중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히 어떤 계획이나 야망이 있던 건 아니에요. 기자를 택한 건 그 직업이 비교적 독립적이고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서죠. 제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그런 직업이 많지 않았거든요. 저는 지금도 뭔가를 선택할 때 자유라는 가치를 제일 중심에 둬요. 이 일이 나에게 얼마나 자유를 주는가. 기자는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직업이었어요. 그래서 오래 한 것 같아요.
중앙일보 논설위원부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 제일기획 상무까지, 창업 이전의 경력이 무척 화려합니다. ‘당연히 유학파나 금수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세간의 추측인데요.
전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K-장녀, K-맏며느리예요. 대학 다닐 때는 항상 서너 개의 알바를 동시에 했어요. 길에서 호객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방문 판매도 하고, 과외에 방송작가에 라디오 출연까지 그야말로 돈 되는 건 다 했죠. 그렇게 번 돈으로 대학 등록금 내고, 저희 식구들 생활비까지 다 댔어요. 원래 꿈은 소설가였는데 준비할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의 생계가 몽땅 저에게 걸려 있으니 졸업 앞두고 엄청나게 불안했죠.
신문사에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실은 그전에 T.G.I. 프라이데이스 창업팀에서 일했어요. 처음엔 엄청 재밌었죠. 한국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장안의 유명인들이 다 거기서 밥을 먹었어요. 근데 1호점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니 회사가 되게 재미없더라고요. 저는 마케팅이나 기획 일을 하고 싶은데 총무팀에서 맨날 직원들 월급 계산이나 하고 있고.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셨어요? 그때가 딱 그랬어요. 여자들만 직장에서 유니폼 입고, 30분 일찍 나와서 책상 닦고 재떨이 비우고요. 어느 날인가 밤새 타자기로 직원들 월급봉투 찍고 있는데, 창밖으로 조그만 신문사에서 경력 기자 모집한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학보사 시절부터 좋아하던 신문이라 바로 원서를 냈어요.
그렇지만 경력이 없었잖아요?
안 그래도 면접 보러 갔더니 면접관이 그러더군요. “경력도 없으면서 경력 기자 모집에 원서 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서 불렀다”고.(웃음) 경력은 없지만 대학 다닐 때 학보사도 했고 언론 고시 준비하는 친구들 첨삭도 해줬고 이런저런 매체에 4년째 자유 기고도 하고 있고 뭐 그렇다, 서류상의 경력은 없지만 사실상 경력이다, 막 우겨서 결국 입사를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어디 가도 잘됐겠어요.(웃음) 만약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에 도전하겠어요?
100% 창업이죠. 그게 개인의 성장이나 부를 이루는 데 훨씬 더 빠르고 도전적인 길이니까요. 경험이 없으니 초반에는 뭘 해도 망할 게 뻔하지만 뭐 어때요. 20~30대는 망해도 충분히 괜찮은 나이인걸요. 처절하게 깨지고 고생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큰 성장도 이룰 테고요.
정작 본인은 40대라는 쉽지 않은 나이에 그 일을 했어요. 퇴사 후 한국 최초의 창업 생태계 플랫폼이라 평가받는 ‘디캠프’를 만들고, 뒤이어 일하는 여성의 커리어 성장을 지원하는 멤버십 커뮤니티 ‘헤이조이스’를 설립했지요.
헤이조이스의 경우 2018년 창업 당시에는 선릉역 근처에 있는 아지트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서비스로 출발했어요. 코로나19 터지자마자 전용 웨비나를 빠르게 구축해 100%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했고요. 2년의 성장 끝에 유료 멤버십 제도를 폐지하고, 무료 가입 후 콘텐츠별로 단일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죠.
헤이조이스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퍼스널 네트워크인데, 실제로 회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나요?
일단 수많은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요.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기도 하고, 와인 모임처럼 취미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웨비나로 여성 프로페셔널들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콘퍼런스를 여는데, 그때는 거의 2천 명 가까이 모여들어요. 사회 초년생부터 40~5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직군과 연차의 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온라인 콘퍼런스예요. 강의하는 연사도 여성이고 참여하는 분들도 모두 여성이다 보니 시작과 동시에 서로 간에 어떤 동질감 같은 게 형성돼죠. 저희는 줌(ZOOM) 같은 기존 프로그램이 아닌 자체 개발한 웨비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회원 간에 의견을 주고받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아프리카TV처럼 맘에 들면 하트도 쏠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 연사와 청중, 청중과 청중 사이에 굉장히 많은 인터랙션이 일어나요. 그야말로 채팅창에 불이 나는 거죠. 온라인이지만 다 같이 노는 느낌,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사회 초년생에게는 인맥 형성의 기회기도 하겠네요.
그래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꿀 빠는 커뮤니티’로 불려요.(웃음) 우리나라는 사회 초년생이 사회에서 자신의 롤모델이나 레퍼런스를 찾기 너무 힘든 구조잖아요. 롤모델이라 봤자 학교 선배나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 정도가 고작이고요. 근데 헤이조이스에서는 사회생활 10년 차에도 만나기 어려운 멋진 여성 프로페셔널을 잔뜩 만날 수 있어요. 남자들이 술자리나 골프 모임에서 공유하는 사회생활의 팁을 헤이조이스를 통해 얻어 가는 거죠. 실제로 웨비나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이런 언니들과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울컥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회원 간에 채용이 이뤄지거나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야 셀 수 없이 많고요.
올해 초, 창업 4년 만에 회사가 마켓컬리에 인수되면서 업계 안팎으로 큰 화제를 뿌리기도 했죠.
마켓컬리(이하 ‘컬리’)는 1천만 명 넘는 고객을 확보한 회사예요. 다만 커머스 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터라 콘텐츠와 커뮤니티 영역이 아직 비어 있는 상태였죠. 헤이조이스는 회원이 3만 명 남짓한 작은 규모지만 그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그래도 한국 스타트업 동네에서 제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회사 중 하나였고요. ‘2040 여성’이라는 핵심 고객층이 서로 비슷한 데다, 김슬아 대표와 제가 추구하는 사업의 지향점도 완전히 같아 처음부터 엄청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됐어요.
언뜻 큰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플랫폼인데, 어떤 부분에서 뜻이 맞았나요?
컬리 고객 중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제 주변 여자들만 봐도 정말 컬리 안 쓴다는 사람이 없어요. 특히 저처럼 애 키우는 전문직 여성들은 대부분 컬리 헤비 유저예요. 일과 육아에 치이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에서만큼은 자신의 취향과 기준을 지키려는 여자들이죠. 이는 ‘영원히, 나답게’라는 헤이조이스의 비전과도 일맥상통해요. 둘 다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 여성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요. 컬리는 식탁으로, 헤이조이스는 일을 통해 ‘자기다운 삶’이라는 그들의 가치를 구현하는 셈이에요.
10번의 이직을 경험한 ‘프로 이직러’입니다. 잦은 이직과 짧은 재직 기간은 오히려 커리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취업 시장의 국룰인데요.
저라고 이직을 특별히 권장하는 건 아니에요. 이력서가 너무 지저분한 사람은 저 역시 채용을 망설일 거 같고요. 회사를 하도 자주 옮기다 보니 저를 굉장히 모험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습니다. 회사가 싫어서, 상사가 짜증 나서 홧김에 사표 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나를 정말 가슴 뛰게 하는 새로운 일을 만났을 때, 그 설렘의 느낌이야말로 확실한 이직의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밖에 급여라든가 회사의 이름값이라든가 하는 건 저에게는 전부 후순위, 매우 후순위예요.
〈코스모폴리탄〉은 최근 사회 초년생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 ‘클로즈업’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커리어 플랫폼 창업 선배로서 도움이 되는 팁을 나눠준다면요?
요즘은 너무 많은 분이 즉답을 원하고, 내 문제를 남이 대신 풀어주길 원하잖아요. 유튜브에 떠도는 멘토들의 동영상이나 MBTI처럼요. 클로즈업은 분명 이상적인 서비스겠지만 그걸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앞으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거예요. 저도 답을 알려드리고 싶지만, 그걸 알면 제가 돈을 많이 벌었겠죠?(웃음)
Photo 장기평
Stylist 김성덕
Hair 박규빈
Makeup 문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