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축구 심판🔍 이수빈

“좋아하는 걸 더 넓은 시각에서 보고 싶었어요” 체육 비전공자가 축구 국제심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 체육 전공도 아니었는데, 경영학도가 축구 심판이 된 것이 흥미로워요. 어떻게 이 직업을 갖게 됐나요?
🗣️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축구에 대한 관심은 항상 컸습니다. 한때는 축구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취미로만 남겨뒀죠. 그러다 성인이 된 후 ‘내가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하고 뭘 해볼까 생각해봤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여자축구팀에서 활동하는 거였어요. 당시만 해도 부산에 여자축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부산대학교 동아리(PNU Ladies)에서 활동하다가, 전국대회를 출전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 재학생만 가능하다고 해서 제 모교인 동아대학교에 여자축구동아리(다울)를 창단했습니다. 그렇게 축구만 하러 다니다 심판 자격증까지 따게 된 것은, 축구를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또 동아리 운영을 하고 있었다보니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규칙 이해도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 동아리를 창단할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제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쉼과 활력이었어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준 통로이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함께’의 힘을 믿습니다. 비록 스포츠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우리 인간관계와 성취감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이것은 결국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힘듦을 이겨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사회적 지위도, 학력도, 나이도 다 내려놓고 축구장 안에서 축구로 하나 되는 ‘우리’의 행복감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축구 심판이라고 하면 으레 호루라기를 불고, 옐로 카드를 주는 장면을 떠올려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요?
🗣️ 축구 심판은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장합니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의 상태(잔디의 파임, 스프링 쿨러의 위치 등)와 경기장에 표시(골라인, 센터라인 등)는 잘 되어 있는지, 허가되지 않은 표시는 없는지 확인하고요. 양쪽 골대에 이상은 없는지 위치와 상태를 점검합니다. 축구공의 기압까지 확인하고 나면 선수들의 등록 명단과 유니폼 색상 등을 확인합니다. 뿐만 아니라 재해나 악천후 등에 따른 경기의 지속 여부 등 경기 중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축구 규칙에 따라 경기를 운영하죠. 경기 종료 후 경기장을 벗어난 후, 해당 경기에 대해 상위기관에 보고하는 역할도 합니다. 경기 전에도 저만의 준비 과정이 있어요. 먼저 보강 운동을 꼭 합니다. 90분 경기 기준으로 주심은 8~10km, 부심은 4~6km 정도 뛰는데, 선수들과 함께 뛰어다니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식사도 골고루 하면서 체력을 준비하죠. 하루 전에는 휴식을 취하며 내일 만나게 될 팀의 순위, 키 플레이어, 전술을 보기도 하고 지난 경기에 별 일이 없었는지 찾아봅니다.


💡 신경 써야 할 것이 정말 많군요. 많은 사람들이 축구선수의 고충은 알아도 심판의 고충은 잘 모르잖아요. 어떤 스트레스가 있나요?
🗣️ 아무래도 ‘심판 때문에 졌다’는 인식에서 스트레스가 있죠. ‘눈이 있냐, 없냐’부터 시작해 잠도 못 잘 정도로 노골적인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축구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제 마음도 알아줬으면 싶죠. 사실 심판은 그 한 경기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어느 팀이 이기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이 모든 것과 별개로, 축구를 좋아하고 같은 경기장에 있지만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함께 즐길 수 없는 것도 가끔은 안타깝습니다.


💡 그렇다면 반대로, 남들은 모르는 심판의 보람이 있다면?
🗣️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과 지도자가 고생했다고 인사하는 순간 가장 보람이 큽니다. 지도자는 심판의 모든 판정이 다 정확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이해하고 심판은 경기장에서 지도자의 마음도 이해하는… 서로 존중한다는 느낌만으로도 보람이 돼요. 이 부분은 많은 심판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



💡 심판이다보니 평소 축구 경기를 볼 때도 일반 관중과 관점이 조금 다를 것 같아요.
🗣️ 저는 부심 파트라서 그런지 부심의 움직임과 판정, 주심과의 소통 부분을 집중하고 봅니다. 이런 부분은 중계 화면에는 잘 나오지 않고,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주말에 경기장에 많이 가려고 해요. 그래도 국가대표 경기를 볼 땐 일반 관중과 다르지 않습니다.(웃음)


💡 우리나라의 여자 국제심판 인원이 주심4명, 부심4명 총 8명이라고요. 국내 8인 중 한 명인데(웃음) 국제 심판이 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고 어느 정도의 경력이 필요한가요?
🗣️ 우리나라는 대한축구협회(KFA) 심판 위원회에서 FIFA로 국제심판 명단을 추천하는 형식입니다.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최고 리그에 소속되어야 하고요.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축구심판 5급부터 1급까지 승급하기 위해 최소 5년의 활동을 해야 하는데, 1급이 된 후에도 각종 대회나 주말 리그 등에서 평가를 통해 상위 리그로 가게 됩니다. 상위 리그의 활동도 평가를 거쳐야 대한축구협회 심판 위원회의 추천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 다른 7명의 국제심판 중에도 체육 비전공생이 많나요?
🗣️ 개개인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축구선수 출신이거나 전공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엔 여자 축구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자가 많았던 것일 뿐, 남자 국제 심판 중에는 비전공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저처럼 전공이나 경험과 관계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 처음 심판을 시작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또 지금은 어떤 어려움을 느끼나요?
🗣️ 처음 시작할 때는 체력 테스트 준비가 미흡해서 테스트 종료 후 대기하고 있던 응급구조사 선생님과 1대1 면담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지금 느끼는 어려움은… 아무래도 2024년 올해부터 국제 심판으로 활동하게 되어, 나를 대표한단 생각에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주변 선후배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부담감을 열정으로 바꿔, 더 나은 심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심판으로서 품는 야심이 있나요?
🗣️ 월드컵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 이수빈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 저에게 일이란…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는 경험입니다. 어떤 것에 최선을 다 해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비전공자지만 축구 심판에 도전했고 우여곡절을 겪었고, 운 좋게도 결과까지 좋아 행복합니다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얻은 가치들이 결국 제 삶을 나아지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축구심판 이수빈 님에게 물었습니다!


🔍 새로운 생각,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사실 영감이 필요한 직업군은 아닙니다만… 인스타그램에선 더블유 케이로그(@wk__log)를 자주 봅니다. 여자축구 이적 또는 진학 소식, 대회 소식도 전해줘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1~2시간 정도. 밥 먹을 때나 잠자기 전에 사용하는 편입니다.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말해보카. 국제심판이 된 후 발등에 불이 떨어져(웃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Editor 박한나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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