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애널리스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이혜인, 아이돌 덕업일치 보고서

올해 초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한 증권사의 보고서가 화제였다. “뼈 맞았다”라며 팬들의 격공을 부른 케이팝 산업 분석 보고서는 이제 막 데뷔한 95년생 애널리스트 이혜인의 데뷔작이다. 촘촘한 분석, 정리된 표현 뒤에는 그의 아이돌 덕질 경험이 녹아있다.



근 몇 년간 20대 애널리스트의 데뷔가 드물었어요. 

2019년 1월에 유안타증권에 입사를 한 뒤 RA(Research Assistant)로 약 3년을 일했어요. 엔터·미디어 분야에 애널리스트 자리가 생기면서 올해 4월 산업 분석 보고서 <2022 엔터 르네상스의 시작>으로 데뷔를 했죠. 애널리스트로 데뷔를 할 때 보통 산업 내 투자포인트나 트렌드, 관련 기업에 대한 분석을 담은 100페이지 내외의 인덱스 자료를 제출하거든요. 엔터 산업 내 여러 주제가 있겠지만 저는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한 팬더스트리에 주목했어요. 팬더스트리를 이야기하려면 기본적으로 소비자, 즉 팬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죠. 팬들이 어떻게 아이돌을 소비하고 열광하는지 이해할 때, 엔터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가치가 있는지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덕질을 하죠. 아이돌이 아니더라도요. 보고서를 읽는 내내 누군가 내 덕질을 이렇게 깔끔하게 정의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팬을 ‘무보수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성장이 공동 목표인 집단’이라 설명하다니, 너무나 탁월한 표현이었어요!

보고서를 작성하는 내내 중간중간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단어들을 메모했어요.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한 단어,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었거든요. 보고서 제목도 매우 중요해요. 르네상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까지 수십 번을 고쳤고요.



팬들의 마음을 헤아린 표현, 논리만큼이나 수치들도 인상적이었어요. 궁극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품이자 브랜드 가치는 아이돌이잖아요. 그만큼 숫자로 정리하기 어려운 산업이죠. 아이돌의 가치를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었나요?

미디어 분야에서는 IP(Intellectual Property) 그러니까 지적재산권이 중요해요. 지적 노력에 의해 창작된 상품의 재산권을 뜻하죠. ‘이 IP가 앞으로 몇 년간 얼마의 수익을 벌어주는가’를 통해 투자를 결정해요. 엔터사의 IP는 아이돌이에요. 세미나를 하거나, 펀드매니저분들과 미팅을 할 때면 “블랙핑크 가치를 어떻게 보세요?”, “BTS의 가치는 어디까지 보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안타깝지만 사람에 대해 가치를 매길 수밖에 없는 거죠. 유튜브 조회수, SNS 팔로워, 앨범 판매량, 노래 스트리밍 등의 지표를 통해서 추정해요.


그게 곧 팬덤의 화력이기도 하고요. 작은 데이터를 하나하나 모으는 수고도 만만치 않겠어요.

맞아요. 보고서에 등장하는 모은 지표는 제가 하나하나 찾아서 정리한 것들이에요. 앨범 판매량의 경우 일간 집계 방식이라 매일 확인하고 시장에 공유해요. 투자자들은 그렇게 작은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니까요. 엔터 주식 투자자들이 잘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초동 데이터를 모두 알고 있어요. 최근 데뷔한 뉴진스의 케이타운 예약 판매량을 저보다 먼저 트레킹하고 제게 공유해주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엔터에 진심인 투자자들이 많군요.

엔터는 무형의 부가가치가 큰 소비재 산업이잖아요.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성공한 국내 산업이 많지 않거든요. 이게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예요. 본래 애널리스트는 펀드 매니저에게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인데요. 최근엔 엔터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급변해요. 주식시장은 리얼타임이에요. 오늘, 지금 제가 말한 아이디어가 내일은 지나버린, 끝난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어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어요.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업계 분위기, 정보 등도 필요하니까요.



1년에 데뷔하는 걸그룹만 60~70팀인데다가, 여러 지표에 주가까지 체크하려면 24시간이 부족할 듯해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일상이에요. 퇴근 후 침대에서조차 핸드폰을 놓지 못하죠. 확인해야 할 차트가 너무 많으니까요. 애널리스트는 24시간 뉴스,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하나의 논리,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일을 해요. 산업을 제대로 분석하고 기업 가치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죠. 저희는 펀더멘탈(Fundamentals) 관점에서 기업이나 업종에 대해서 투자 관점을 제시하니까요. 그래서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RA 직무가 하나의 수련이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과 대학원생처럼 선임 애널리스트를 RA가 팔로업하면서 보고 배우는 것들이 크죠. 자료조사부터 데이터 정리, 케이스 스터디까지 도제식으로 배워요. 선임에 따라서 애널리스트로서 맡게 될 섹터가 결정되기도 하고요.


RA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운 것 같나요?

데이터를 트래킹하고 직접 하나하나 입력해 가공하면서 깨달은 게 커요. 예를 들면 저는 매월 음반 수출 데이터를 업데이트해요. 국가별 데이터를 엑셀에 기입하는 식인데, 갑자기 일본, 중국에서 수치가 줄어드는 걸 발견하는 식이죠. 누군가를 보여주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의 인사이트를 위해 로우데이터를 가공하면서 얻는 것들이라 더욱 값지죠.


원래 꿈이 애널리스트였나요?

아니요. 경영학과를 졸업한 터라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았고 증권사가 취업 희망 회사 리스트에 있었어요. 다만 제가 분석하고 판단, 비교하는 걸 좋아해요. 업무가 제 성향과 맞았던 데다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부터는 성취감, 향상심도 느껴졌어요. 매일 주식시장을 업데이트하면서 남들보다 빠르게 견문이 넓어지니까요.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채 RA로 입사했는데 3년을 버틴 것 같아요. 지금도 너무 똑똑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요. 늘 자극이 돼요.



일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아이돌 덕질도 현재 진행형인 거죠? 하하.

그럼요. 최근엔 세븐틴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스스로 놀랐던 점은 직업적 마인드가 발동해서 콘서트장 안에 팬들 연령대, 성별 등을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 바빴는데 말이죠.


덕업 일치를 성공한 애널리스트로서, RA 혹은 애널리스트 데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조언을 건네자면요?

사람마다 가치관에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 초년생일 때 체력을 희생해서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애널리스트, RA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해요. 이후 커리어 패스에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요.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아요. 결국에 애널리스트, RA도 서비스 직업이거든요. 연차가 높아질수록 앉아서 자료, 수치를 분석하는 시간보다 사람을 만나서 시장을 살피고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데 힘써야 하니까요. 그 무엇보다 자신의 성향, 내면을 파악하는데 힘쓰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 애널리스트 이혜인 님에게 물었습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트위터랑 유튜브? 아이돌 콘텐츠가 많은 플랫폼에 접속해요.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종일 접속한다고 해도 무방해요. 실시간으로 모든 알람을 켜 두었거든요.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트위터, 유튜브, 텔레그램. 모두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앱이지만 일과 삶을 구태의연하게 구분짓지 않으니까요.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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