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스니커 아티스트🔍 루디의 흥미로운 여정

요즘 덕후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위로 자신의 새 아이덴티티를 찾고 인생의 새 장을 연다. 자기가 꽂힌 것에 인생을 던진 사람들을 만났다.



비디오 그래퍼 루디는 신발이 좋아서 운동화를 조각조각 뜯고 이리저리 살폈다. 분해한 조각을 조형으로 만들어 SNS에 올린 후 ‘스니커 아티스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새 직업이 된 ‘덕질’은 그에게 나이키·아디다스·구찌와의 협업, 패션 브랜드 론칭 등 뜻밖의 흥미로운 여정을 만들어줬다.




스니커를 해체하는 작업을 하잖아요. 그 애지중지하는 걸 왜 해체하게 됐어요? 

정말 우연한 계기가 있었어요. 쿨레인이라는 피규어 아티스트가 5.5cm짜리 신발 피규어를 만들 때 진짜 신발처럼 피스를 하나하나 따로 잘라서 조립해 만들거든요. 진짜 신발이랑 똑같이. 그걸 보면서 ‘그럼 진짜 신발을 분해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더라고요. 어느 날 마음을 딱 먹고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해체해봤죠. 그냥 순수하게 그 안이 정말 궁금해서요. 다 하고 나선 궁금증은 해소됐는데, 이걸 그냥 버리긴 아깝더라고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신발의 조각들, 그 안쪽이 궁금한 사람들.’ 그래서 ‘그들에게 보여주자. 이왕이면 멋지게’ 하면서 표본처럼 만들기 시작한 거죠. 

 

반응이 어땠어요?

 호응이 좋아 ‘재미있네, 또 해볼까?’ 하게 되더라고요. 세 번째 작업에서 나이키가 발매한 한정판 나이키 션 워더스푼 맥스를 해체했는데 반응이 엄청났죠. 디자이너인 션 워더스푼이 ‘좋아요’를 누른 후 본인 계정에 내 작품을 소개하고, 미국의 매거진 〈하우스 오브 힛〉에선 “이 스니커 아티스트는 탐나는 작품(운동화)들을 파괴한다(This sneaker artist destroys coveted releases)”, “루디는 무례한 일을 저질렀다(Rudy gets rude)” 같은 말로 제 작업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그 뒤로 스니커 아티스트로 불리기 시작했죠. 솔직히 그럴 생각으로 올린 건 아니었는데. 

 

해외를 종횡무진하며 순회 전시를 했다는 얘기도 봤어요. 

2018년 4월에 첫 전시를 연 후 그해 두 번, 이듬해인 2019년엔 여덟 번의 전시를 열었어요. 밀라노, 파리, 도쿄, 방콕을 거쳐 말레이시아, 체코까지 다녀왔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더라고요. 하하. 

 

남들은 줄 서서 사는, 혹은 추첨에 총력을 기울여가며 받은 한정판을 해체하잖아요. 운동화를 둘러싼 과잉 욕망이라든지, 그런 걸 부추기는 마케팅 술수를 비꼬는 의도인 줄 알았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내 작업을 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해석하는 게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안이 궁금했을 뿐이에요. 제가 신발을 좋아하는 방식인 거죠. 욕도 진짜 많이 먹었어요. 신발을 찢었다고요. 오늘 가져온 작품 중에 에어 조던 시카고 오프 화이트가 있거든요. 그게 지금 리셀 시세가 7백만원이 넘어요. 리테일 가격은 21만9천원이고요. 당첨돼 샀을 때도 1백50만~2백만원 가까이 하는 신발이었죠. 그런 걸 다 뜯었으니….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온갖 나라의 언어로 욕을 들었죠. 하하. 그땐 스트레스를 좀 받았지만 이젠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내 거잖아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꾸준히 하길 잘한 것 같아요. 덕분에 상상도 못 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거든요. 

 

“나도 스니커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만약 내가 그때 신발을 안 뜯어봤다면, 생각만 하다가 귀찮아서 말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겠죠.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제가 나이키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조금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이키 슬로건만 한 조언이 없는 것 같아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냥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거든요."


 

혼자 좋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팔로하는 덕후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브랜딩에 능숙해요. 본인이 론칭한 브랜드 ‘루디인다하우스’의 전략은 뭐예요? 

그냥 계속하는 거요. 스니커 아티스트로 불리기 전엔 영상 미디어 프로덕트팀에서 일했는데, 어느 날부터 작업이 주목받기 시작하니까 욕심이 생겼어요. 2019년엔 해외 전시가 8개라 한 달에 한 번꼴로 나갔더니 본업에 충실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수입이 줄었죠. 그래도 너무 즐겁고 좋아 ‘감당해보자’ 마음먹었어요.

 

‘덕질’을 지속하려면 경제력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돌파구를 찾았어요. 전시나 행사에 초청받을 때 그 기간에 일해서 버는 수입을 토대로 비용을 산정해 제 몸값을 올렸죠. 하다 보면 어떻게 뚫고 나갈지 답이 보여요. 결국 안 멈추는 게 답이에요. 그 덕분에 구찌,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쟁쟁한 브랜드와 협업도 하고 전시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좋아하는 걸로 먹고살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냥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거든요. 저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스니커 아티스트가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스니커즈 거래를 안전하게 중개하는 ‘프로그’라는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뭐예요?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야죠. 스니커즈 인플루언서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스니커즈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제가 직접 출연해 새로운 모델과 발매 일정 등을 소개하는 영상이에요. 그 채널을 잘 살려 지금보다 인지도가 높아져야 더 많은 스니커즈로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작품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활동 범위를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물론 가장 큰 목표는 나이키 글로벌과의 협업이죠.


Editor 하예진/류진(프리랜서)

Photo 채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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