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벤처캐피털 옐로우독 파트너🔍 유재연, 급변하는 AI 기술 속에서

유재연 AI 전문가는 사회부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세상이 흔들리고 뒤바뀌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 속에는 현대인의 일상과 사고 체계에 큰 영향을 끼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도 포함된다. 결국 그는 5년간의 기자 생활을 내려놓고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들었다.



💡 막연히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한 길만을 걸어오셨으리라 생각했는데 사회부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다고요.

🗣️ 초등학생 무렵 삼풍백화점 무너지는 뉴스를 봤어요. 당시에 엄기영 앵커가 현장을 리포팅했는데 그 모습이 참 강렬하게 남았어요. 어려서부터 세상이 흔들리고 바뀌는 현장의 목격자이자 관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2008년 11월 그러니까 4학년 2학기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회부 기자가 됐어요. 당시에 용산참사,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사회적으로 큰 일이 많았어요. 저의 사회초년생 시절은 그저 체력을 잘 유지해서 열심히 일할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 이후 2011년 중앙일보로 이직해 JTBC와 중앙선데이를 오가며 방송, 지면 뉴스를 만드셨어요.

🗣️ 중앙일보는 방송과 신문을 오가며 기자생활을 해요. 저는 JTBC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2014년에 중앙선데이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어요. 일요일에 나오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동안 준비하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조직도 소규모로 운영된 터라 선배들과 함께 소통하며 기사를 만들 수 있었고요. 기사를 쓰면서 재밌는 순간이 많았어요. 당시 거래가 45만원이던 비트코인이 90만원을 기록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 이게 실물 경제에 잘 작동할 수 있는지 체험기사를 썼던 기억이 나요.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10만원짜리 소보로빵을 먹고 200만원짜리 머리를 자른 셈이에요.(웃음)


💡 사회 전반에 IT기술들이 다각도로 도입되던 때였어요. 그럼에도 더욱 특별히 관심을 갖은 계기가 있나요?

🗣️ 당시 부장 선배가 굉장히 시야가 트인 분이셨어요. “빅테이터와 데이터 저널리즘의 세계로 가고 있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처럼 해외 매체는 벌써 적용 중”이라며 기획 기사를 쓰거나 강의를 듣게 하셨어요. 그 해 7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연 데이터 저널리즘 강의를 들으며 서울대학교에서 로봇 저널리즘을 연구하시는 이준환 교수님을 뵙게 되었어요. 강의에서 사흘간 코딩과 함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법을 배워 공공기관 애플리케이션 분석하는 기사를 썼어요. 이때는 크롤링도 할 줄 몰라서 하나하나 데이터를 긁어 모아 기사를 쓸 수 밖에 없었는데 나름 반향이 있었죠. 이후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점유도 기사를 쓰기도 했고요. 이후에 JTBC 방송으로 돌아가 날씨 단신 기사를 맡았는데 아무래도 뉴스 맨 끝 마지막 기사다 보니 퇴근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이전의 경험들이 제게는 크고 중요했는지 로봇 저널리즘 강의가 떠오르더라고요. ‘날씨 같은 단신 기사는 AI가 쓸 수 있지 않을까? 이걸 AI가 쓸 수 있다면 남는 시간을 양질의 기사를 쓰는데 사용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앞섰거든요. 퇴사를 하고 서울대학교의 서봉원 교수님 지도 아래 로봇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공부를 시작했어요.

 

💡 굉장히 뾰족한 목표를 두고 퇴사하셨네요. 회사생활을 하다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분명 있었을 듯해요.

🗣️ 연구실에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학문이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다루는 만큼 디자인, 인문학 등 다양한 전공자가 함께했어요. 그래서 온보딩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날씨, 프로야구, 증시처럼 규칙적인 단신 이외의 기사를 완전히 자동화하는 게 당시 기술로는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한국어가 영어보다 복잡한 터라 어떠한 자료를 읽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는 게 불가능했죠. 결국 로봇 저널리즘 대신 이미지나 동영상을 분석하는 연구로 방향을 틀었어요.


💡 2015년만 하더라도 불가능했던 일이 2024년인 지금엔 가능해졌죠. 공부를 하면서 AI기술의 빠른 진화를 목격한 셈이네요.

🗣️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등장하면서 그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진 듯해요. 제가 생각했던 로봇 저널리즘이 이렇게 빠르게 실현 가능할 줄 몰랐어요. 이미지, 동영상 분야 역시 2017년에는 기계가 사람의 얼굴을 생성하면 그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는데 2020년에 들어서부터는 기계가 만든 이미지와 실존 인물의 사진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진화했어요. 저는 이러한 발전을 계속해서 목도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 변화하는 시대에 기존의 것들 내려놓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용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져요. 커리어 전환을 결정하는 데에 기준이 있었을까요?

🗣️ 방향을 전환하는데 리서치를 많이 했어요. 퇴사 후 직업을 바꾼 선배들이 무얼하고 있는지, 또 지금 공부했을 때 미래적인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보고자 했죠. 또 이후에는 제 강점과 새로운 것을 어떻게 하면 잘 접목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물론 입학 초기엔 로보틱스 분야로 커리어 체인지를 꿈꿨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석사를 졸업하고 취업을 고민하던 때부터 현실을 직시했어요. 저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일하며 10년을 보냈어요. 컴퓨터 공학은 딱 2년 공부했을 뿐이었죠. IT회사에서 제게 제안하는 건 당연히 커뮤니케이션 관련 부서였어요. 개발자 아니 PM 포지션조차 잘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전의 커리어를 통해 어필할 수 있는 강점과 새로운 분야를 접목해 생각하며 박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물론 석사 때보다 더 깊이 한 분야에 골몰해 연구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요. 연구를 하면서 여성신문,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에 AI 관련 칼럼을 기고했고 여러 회사에서 제안이 왔어요. 지금 일하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과는 단발성 강연을 위해 방문했다가 이렇게 긴 인연을 맺게 되었죠.(웃음) 연구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 기술이 서비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을 증명할 수 있어 좋아요.


💡 많은 것들이 AI 기술로 대체되는 시대잖아요. 이러한 때에 우리가 지녀야 할 커리어 태도가 있다면요?

🗣️ 저는 기술에 겁먹는 대신 잘 사용하자는 주의예요. 우리 손에 쥐어진 서비스는 굉장히 많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이예요. 그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자신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경우가 많죠. AI 기술이 현재 주목받는 투자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커리어에 주입했을 때 솟아오를 도메인이 많아요. 단순히 로보틱스 분야를 넘어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기술을 접목할 수 있죠. 강연이나 메일을 통해 종종 ‘우리 아이 어느 대학, 학과에 보내야 하느냐’는 부모님의 질문을 받아요. 저는 되려 좋아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아이에게 승산이 있다고 답하거든요. 자신이 몰두한 분야가 미래 사회에 어떻게 정착할 지를 먼저 고민하세요. 그리고 그 속에서 쌓은 능력들을 AI 기술을 통해 더 끌어올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글을 쓰는데 집중하는 게 먼저예요. 잘 쓴 글을 에세이, 영상 대본, 프레젠테이션 원고로 변환하는 건 AI 기술이 훨씬 잘해줄 수 있는 시대죠. 자기만의 엣지를 키우길 바라요.


💡 매우 공감해요. 다만 스페셜리스트를 꿈꾸지만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분야를 설정하지 못해 제네럴리스트가 되는 게 현실인 경우도 있죠.

🗣️ 2~3년차의 사회초년생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똑 같은 질문을 주셨어요. 무얼해야 할 지 모를 땐 두 가지 중 하나인 듯해요. 먼저 ‘내가 걷는 길이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분야인가’를 물어야 하죠. 주위 선배, 전문가를 찾아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그 답을 찾아보세요. 두 번째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는데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가 있는지 살피는 거예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하게, 무언가를 뚫어낼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래가 아주 선명하거나 나를 깎아내면서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이런 생각을 지난 연말 출간한 책 <학습하는 직업>에 녹여내고자 했어요. 저를 비롯한 동시대 사람들이 한 단어로 규정되는 직업을 갖기보다 자신만이 추구하는 가치, 메시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일로 보내는 만큼, 자신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할 때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거잖아요? 그렇게 각자 자신의 삶을 정의할 수 있는 엣지가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어요.



💡 앞서 말씀하신 전자의 기준에 따라, AI 기술에 관심이 깊은 독자들에게 전문가로서 추천하고 싶은 직무가 있다면요?(웃음)

🗣️ 제가 만나는 AI 원천 기술 개발 회사 대표님들 중 많은 분들이 현재 개발된 기술력의 성능과 그 가능성을 많이 강조해주시는데요. 이게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려면, 다양한 도메인의 전문가들과 기술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해질 거예요. 그때 필요한 직무가 AI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 AI 엔지니어는 사용자와 기술을 연결지어 서비스로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일을 담당해요. 해당 직무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죠.


💡 반면 근래 AI 기술 트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모든 AI가 인간의 감각을 기반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커지리라 봐요. 제조업에 관련해서는 많은 부분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요. 저는 최근 인간과 함께 살아갈 로봇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아직은 개발 초기에 있지만요. 고령화시대에 여러 돌봄 서비스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죠. 지난해 상반기가 AI 기술의 주요 기점이었다고 봐요. 미국 빅테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기술, 서비스를 발표했거든요. 시장이 매우 빠르게 변화했어요. 일례로 2022년 가을에 아이폰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미지 테두리를 따는 기술을 발표했잖아요? 이 기술이 대표 솔루션이자 서비스였던 회사들에겐 큰 위기가 찾아온 거예요. 또 간단한 글을 쓰면 영상으로 구현하는 생성 AI 소라만 하더라도 스튜디오나 크리에이터 시장을 뒤흔드는 기술을 지녔고요. 기술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사라지는 기업이 많아요. 아무래도 작년까지는 개발자나 기업들이 여러 기술을 시험해보는 단계였다고 봐요. 이제는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발빠르게 분석하는 기업이 치고 나갈 거예요. 많은 투자자가 눈에 불을 켜고 여러 기술과 기업을 살피고 있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올해는 더 좋은 기업들을 발굴해 대중에게 좀 더 많이 알리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3~5년 후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회사를 찾고 싶어요. 혹시 진짜 진짜 좋은 회사들이 있다면 제게 꼭 알려주세요!(웃음)


  벤처캐피털 옐로우독 파트너 유재연 님에게 물었습니다!


🔍 새로운 생각,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미국 IT 벤처 투자 전문 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 (Andreessen Horowitz)가 운영하는 www.a16z.com에 자주 접속해요. 회사 내 컨설턴트들이 시장을 분석하거나 전망한 글을 보며 인사이트를 얹죠. 또 넷플릭스를 켜서 일본, 중국의 하이틴 드라마를 보기도 해요. 내면의 원초적인 감정을 좀 끌어올린 달까요?(웃음) 주말엔 컴퓨터를 끄고 미술관에 가거나 북한산을 걸으면서 생각을 내려놓기도 하고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1시간 내외. 인스타그램보다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업계 관계자들의 글을 읽는 편이에요. 물론 저 또한 글을 많이 업로드하고 있고요.(웃음)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노션.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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