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업TBWA 코리아 카피라이터🔍 박지우, 다정한 태도와 일

박지우 카피라이터는 대학시절 참가한 TBWA 코리아 주니어 보드 활동을 시작으로 카피라이터의 세상에 발을 들였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업계와 트렌드 속에서도 마음을 들여 자신의 일을 해내고야 마는 사람의 정공법을 배웠다.



💡 카피라이터는 찰나의 시선을 잡아 끄는 카피를 쓰는 직업이잖아요. 대학시절부터 광고나 카피에 대한 관심이 깊었나요?

🗣️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대학교 1학년 무렵부터 온라인에 제가 쓴 글을 올리며 글 쓰는 직업이 저와 잘 맞을 거라 생각했죠. 다만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터라 저희 학과에서 저와 비슷한 길을 고민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저만의 방향성이 필요했고 TBWA 코리아에서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을 위해 6~7개월간 운영하는 주니어 보드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광고, 카피라이터에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 주니어 보드 활동 내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으니 무언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겠다 싶었죠. 광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해본 적도 없는 덜컥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그곳에서 만난 선배들이 참 좋았고 카피라이터 선배들이 참 멋있었죠. 그 때가 22살이었는데 그들과 함께 있으면 제가 ‘훌륭한 직업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 반 년간의 활동이 광고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군요.

🗣️ 맞아요. 6개월의 활동이 끝나면 우수 수료자에게 인턴 경험이 주어지는데 운 좋게 제가 뽑혔어요. 인턴 생활을 6개월간 하면서 거의 1년간 TBWA 코리아에 있어 보니 다니고 싶을 만큼 좋은 회사라는 느꼈어요. 그 무렵 운 좋게 공채가 열렸고 감사하게도 TBWA 코리아에 입사하게 되었죠. 그게 2015년에 일인데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저는 여느 카피라이터, 광고인 대비 입사를 위해 특별한 경험, 준비를 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그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온 듯해요.


💡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래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한 방향만을 보며 일해왔다니 일면 존경스럽기도 해요.

🗣️ 직업에 따라 일이 물릴 수도, 회사라는 공간이나 조직을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을 법한데요. 카피라이팅이라는 일 자체가 변동의 연속이에요. 광고주에 따라 처음 도전하는 일, 업계도 있으니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도 있을 테지만 저처럼 새로운 걸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질리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죠. 가구, 자동차, AI 등 분야에 따라 공부를 이어가며 그에 걸맞는 지식, 언어를 탑재해야 해요. 광고주, 작업에 따라 제 머리속에 생각, 태도도 다르고, 일하는 모습도 달라지니 지겨울 틈이 없었어요. 진중한 카피를 써야 할 때는 제 안의 차분하고 진지한 면을, 위트 있는 문구를 고민할 때는 재기발랄한 모습을 발견하는 게 재밌죠.


💡 한 회사를 오래 다닌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으로 느껴져요. 요즘엔 짧게 경력을 쌓고 이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제가 카피라이터로 계속해서 일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TBWA 코리아라는 회사 덕분이에요. 업계에 많은 광고회사가 있지만 업계에서 TBWA 코리아는 유독 ‘사람 좋은 광고회사’라 평가받아요. 서로 경쟁하기 보다 함께 돕고 축하하는 분위기가 조직 문화로 자리잡아 있거든요. 그만큼 좋은 선배들이 많고 또 좋은 후배들이 계속해서 들어왔어요. 저도 그들에게 맞는 사람이 되고자 꾸준히 노력했죠. 일이 힘들어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참 많았는데 이곳을 떠나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이들에게 배운 것들이 사라질 것 같아 아쉬워서 꾹꾹 참았죠.

 

💡 카피라이터는 특히 개인 역량이 두드러지는 직무잖아요. 좋은 사람들과 일해도 슬럼프에 빠지는 순간들이 찾아올 법해요.

🗣️ 되돌아보면 주기적으로 있었어요. 특히 저연차 시절엔 더 잦았죠. 세상에 좋은 광고가 너무나 많잖아요. 또 매일매일 회의에 들어가 제 아이디어가 선택과 거절의 놓이는 과정을 경험하거든요. 당연히 선택되는 순간보다 다시 디벨롭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작게나마 마음의 생채기가 나기도 해요.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걸까?’ 의심하는 순간도 찾아오고요.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저의 실책으로 여기기 보다 광고주의 요구나 소구하려는 메시지, 트렌드 등의 주파수를 맞춰 새롭게 생각해보고자 했어요. 매번 제 탓을 하면 이겨낼 수가 없더라고요.


💡 광고주의 요구가 명확할 때도 있지만 뭉술하게 ‘좋은 카피’를 요구할 때도 있잖아요.

🗣️ 사실 대부분 그래요. 그들도 전문가가 아니니까 무슨 말을, 어떠한 디렉션을 주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걸 긁어주는 게 되려 저희의 역할인 듯해요. 수동적으로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기다리고 대응하기보다 ‘이런 걸 원하시죠’라며 먼저 제안하는 편이에요. 제가 광고주라 상상하며 ‘어떤 답변, 제안을 받았을 때 속이 시원할까?’를 고민하면 그들이 해주지 못한 디렉션을 파악할 수 있어요. 종종 클라이언트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이 시점이면 이게 필요할 텐데’라며 제가 먼저 일정이나 방향을 체크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것들이 쌓여 서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더라고요.


💡 보이지 않는 부분의 일까지 마음을 들여 최선을 다하는 거네요. 문득 카피라이팅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순수예술가와 달리 카피라이터의 일은 자신의 이름, 개성을 드러내지 않고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하잖아요.

🗣️ 일본의 한 회사 카피라이터 채용하는데 ‘익명의 세계에서 유명해지고 싶은 모순’이라는 문구를 사용했어요. 나름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해요. 카피라이터는 누군가 나의 결과물을 봐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나를 너무 주목하는 건 수줍은(웃음) 양가적인 마음이 있죠. 그래서 인지, 카피라이터 중 내향적이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내면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 많아요.


💡 지우님의 세계관도 궁금해요.(웃음) 본래 행정학을 전공하셨으니 초기에 적응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겠죠.

🗣️ 맞아요.(웃음) 저는 행정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뇌 구조부터가 체계나 효율을 우선시 생각하는 편인데요. 이게 은근 카피라이터로 일함에 있어 장점으로 작용해요. 카피를 쓰기에 앞서 광고주와 여러 번의 미팅, 메일을 주고받는데요. 그 속에서 등장했던 아이디어들을 여기저기서 끌어와 바느질로 잇듯 카피를 만들어내는 게 다반사예요. 다양한 단어, 표현들을 여기저기서 끌어와 보기 좋게 한 판으로 완성시키는 작업을 할 때면 체계, 효율에 몰두하는 뇌의 도움을 받죠. 물론 저와 달리 뛰어난 재능,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필두로 문학적인 카피를 잘 쓰는 동료들도 많아요. 세상엔 다양한 카피라이터가 있는데 저는 체계적으로 단어나 문장을 정리를 잘하는 카피라이터에 가까워요. 저의 사회초년생 시절은 ‘아 나는 이러한 형태의 카피라이터구나’라며 제 자신을 알아가는데 몰두했던 것 같아요.


💡 이제는 실무의 중심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최근 중요하기 여기는 업무역량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 있을까요?

🗣️ 이젠 일을 차질없이 이끌어가는 데에는 익숙해졌다고 봐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인데 훨씬 어려운 데다가 제 주관이 필요함을 느끼죠. 특히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이렇게 가는 것이 맞을까?’ 지속적으로 의문을 갖고, 스스로 더 나은 카피를 제안하기 위해 앞단의 작업을 엎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고요. 지금 다시 꺼내어 보면 아쉬운 작업들이 있거든요. ‘그 때 다른 아이디어를 제안해볼 걸’, ‘좀 더 디테일하게 다듬어볼 걸’과 같은 아쉬움을 이제는 남기고 싶지 않아요.


💡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단계를 꿈꾸시는 군요. 그럼에도 그간 썼던 카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있겠죠.

🗣️ 가구 브랜드 일룸에서 출시한 학생용 모듈 가구 ‘로이’의 카피를 꼽고 싶어요. 제품이 지닌 자율성, 맞춤성에 집중 ‘자유로이’를 시작으로 ‘-로이’를 붙일 수 있는 형용사들을 모아 카피를 썼죠. ‘아이 방은 아이 손으로 자유로이, 책상 배치도 컬러 선택도 자유로이, 아이 스타일과 아이 방이 조화로이, 친환경도 안전도 까다로이, 세계 디자인 어워드 3관왕 명예로이’로 완성했는데 브랜드 반응도 좋았어요. 특히나 제 스스로 ‘아 나는 브랜드나 제품 이름을 녹여서 키워드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구나’ 스스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또 하나는 우리은행에서 모바일 뱅킹 ‘우리 WON’을 출시하면서 쓴 카피 ‘알길 원해? 우리 WON해!’인데요. 앞서 드린 말씀처럼 브랜드 이름을 키워드 삼아 이끌어간 작업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 일, 클라이언트 그 자체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많은 거네요. 일에 몰입한 평일을 보내실 듯한데, 주말이나 퇴근 후엔 주로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 퇴근 후엔 급한 연락의 회신 정도를 제외하곤 최대한 일을 하지 않고자 노력해요. 대신 운동도 하고 반려묘 호밀이랑 시간을 보내며 여유롭게 지내고자 하죠. 특히 술을 좋아해서 최근에는 음주 에세이 <찰랑한 나날>을 쓰기도 했어요. 일과 음주 모두를 프로페셔널하게 해내는 게 제 꿈이거든요. 그 바람을 담았죠.(웃음) 저는 회사 안팎의 저를 모두 좋아하고 싶어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주일의 긴 시간을 보내는 회사생활이 불행하다면 퇴근 후 제 자신도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열심히 일을 끝낸 후 ‘난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실 자격이 있지’라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게 좋아요. 또 동시에 어젯밤 퇴근 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 아침엔 건강하게 일해봐야지’ 스스로를 북돋는 일도 좋고요. 근무시간, 퇴근 후 모든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어느 순간에나 스스로를 건강하게 사랑하는 일이 참 쉽지 않잖아요. 그렇기에 대학시절 만났던 멋진 선배들처럼 지우님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리라 직감해요. 이제 막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덧붙인다면요.

🗣️ 제가 멘티로 참여했던 TBWA 코리아 주니어 보드에 이제는 선배가 되어 멘토링을 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친구들을 보면 광고 동아리, 공모전 등에 열심히 참여한 이력이 있더라고요. 훌륭하고 기특하면서도 회사에 입사하면 배울 수 있는 실무들을 일찍이 접하는 터라 아쉬운 마음도 생겨요. 되려 회사에 입사하면 하기 어려운 것들을 많이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직접 쓴 글을 뉴스레터로 발행하거나 러시아 문학에 심취해 관련 책들을 쌓아두고 읽는 등의 이색적인 경험을 만들어온 친구들을 볼 때면 호기심이 일어요. 그렇게 자신만의 스토리, 무언가를 쌓아보며 글에 기반한 활동을 꾸준히 해보는 걸 추천해요. 또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하면 좋겠어요. 자신이 재밌게 놀 줄 알아야 그 무엇을 만들든지 즐거움이 느껴지는 법이거든요. 보다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즐길 줄 아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카피라이터 박지우 님에게 물었습니다!


🔍 새로운 생각,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국내, 일본 광고를 모아둔 사이트를 주로 접속하고 유튜브나 X에 접속해 여러 콘텐츠, 피드 등을 살피는 것 같아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시간 정도.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카카오톡, 유튜브 그리고 최근 빠져있는 게임 서머너즈 워.


Editor 유승현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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